[김학용 칼럼]

대전시 트램 디자인 공모전 대상작. 자료이미지.
대전시 트램 디자인 공모전 대상작. 자료이미지.

올 상반기 착공될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예산은 2조 549억 원이다. 대전 2호선은 6950억 원으로 광주의 3분의 1이다. 노선 길이는 대전 37.4km, 광주 41.9km로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건설비는 광주가 대전의 3배다. 광주는 땅속으로 가는 지하철이고, 대전은 기존 차량도로 가운데 레일을 얹는 트램이기 때문이다. 대전(149만)과 광주(146만)는 인구도 비슷하고 2호선의 노선형태도 순환형으로 같다. 그런데 광주는 왜 3배 더 비싼 지하철로 하는가? 지하철은 트램보다 훨씬 편리한 교통수단이면서 정부지원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 2호선과 대전 2호선은 사업비의 60%를 정부가 지원해준다. 광주는 1조2000억, 대전은 4000억 정도를 정부한테 받는다. 지방이 돈을 많이 가져올수록 지역민은 이익이다. 대전이 광주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은, 지하철 사업으로 광주 건설업체들이 300원을 벌 때 대전 업체들은 100원밖에 못 번다는 뜻이다. 그 돈은 지역에서 돌고돌아 편의점이나 커피숍으로도 간다. 파급효과는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광주는 ‘300원 들여 300원 짜리 지하철’, 대전은 ‘100원 들여 100원 짜리 트램’

돈보다 더 큰 이유는 2호선 가치의 현격한 차이다. 광주 지하철의 사업비는 대전 트램의 3배지만 교통수단으로서의 효율성은 3배 이상이 될 수 있다. 재작년 위키피디아 자료를 기준으로 지하철(메트로)과 트램을 함께 운영중인 유럽 도시들을 살펴봤더니, ‘지하철 수송능력’은 ‘트램 수송능력’의 2.9배~4.7배에 달했다. 뮌헨 2.9배, 브리셀 3.7배, 프라하 3.9배, 리용 4.7배였다. 이것은 뮌헨의 경우 트램 비용이 지하철 비용의 3분의 1 수준일 때 효율성이 같다는 의미고, 리용은 트램 비용이 지하철의 4.7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효율성이 같아진다는 뜻이다. 

뮌헨을 기준으로 할 경우 대전 광주의 2호선의 효율성은 같다. 그러나 광주는 300원 들여서 300원짜리를 만드는 것이고, 대전은 100원 들여 100원 짜리를 만든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리용을 기준삼는다면 광주가 300원 들여 300원짜리 지하철 만들 때 대전은 100원 들여 70~80원 짜리 트램을 만드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도시 구조나 도로의 여건에 따라 트램과 지하철의 효율성이 다를 수는 있으나 대체로 큰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이다. 광주 지하철은 말그대로 진짜 ‘지하철’이고, 대전 트램은 차량도로 위를 승용차와 함께 달리는 ‘레일버스’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난다.

여기에 엄청난 도로 잠식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도로는 공짜 땅으로 계산한 것이다. 기존 도로 위에 레일을 깔면서 초래하게 되는 혼잡비용까지 따지면 효율성에서 지하철과 트램은 비교가 안 된다. 트램으로 건설하면 대전 2호선 주변의 승용차 운전자들은 버스중앙차로제가 시행중인 오정동이나 도안동 주민들과 같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돈도 돈이지만 이게 큰 문제다. 교통혼잡을 고려하면 트램은 ‘골칫덩이’에 불과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사업을 큰 선물이나 주는 듯 예타면제 사업에 넣어 발표하고, 지역 정치인들 감지덕지라며 환영 플래카드까지 내건다.

구청장도 모르는 ‘트램의 문제.. 시민들은 더 깜깜

많은 시민들은 트램의 문제점을 잘 모른다. 구청장조차 잘 모른다. 허태정 시장은 엊그제 시청 직원들에게 “(유성구)구청장 시절 2호선 문제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살펴보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구나, 굉장히 복잡하고 타당성재조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고 했다. 구청장 때는 잘 몰랐던 ‘대전 트램의 실상’을 시장이 돼서야 알았다는 뜻이다. 솔직한 말로 들린다. ‘트램이 초래할 심각한 교통혼잡’과 ‘낮은 경제성으로 인한 예타통과 불가능’ 두 가지 문제가 아니었나 한다. 

예정에 없던 정부의 예타면제 선물 공세 덕에 예타통과 문제는 해결됐지만 트램 방식이 초래할 교통혼잡 문제는 사실상 해결이 어렵다. 이 때문에 대전시도 애초에는 2호선을 지하철로 추진했었다. 정부가 재정난을 이유로 경제성(예타)을 강화하면서 ‘지하철 방식’은 어려워졌고, 대안으로 고가와 트램을 오락가락하다 지금에 이르렀다. 광주는 땅을 얕게 파는 이른바 ‘저심도 공법’으로 ‘지하철 방식’을 승인받았다. 

광주도 ‘지하철 착공’ 결정까지는 갈등과 곡절을 겪었다. 2호선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들이 있었고, 트램으로 가자는 주장이 광주에서도 나왔었다. 작년 새로 당선된 광주시장이 이런 문제를 시민공론화에 부쳐 78.6%의 찬성을 얻어 ‘지하철 건설’로 거듭 확정했다. 트램은 ‘친환경’, 지하철은 ‘반환경’도 아니다. 환경주의자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하도로이나 지하철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전 2호선은 본래 땅속으로 가야 할 철도가 경제성 때문에 도로 위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지하철을 원한다. 그동안 광주나 대구 등 타도시의 사례를 보면 대다수 대전시민들도 트램이나 고가보다 지하철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예타면제’는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지원해주는 사업인 만큼 대전 2호선도 광주처럼 ‘지하철 사업’으로 지원해줘야 된다. 

대전2호선과 광주2호선은 여러모로 쌍동처럼 똑같다. 그런데 지원금이 한쪽은 1조2000억 다른 쪽은 4000억이라면 명백한 불균형이고 너무 심한 불평등이다. 정부의 예타면제 정책이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지역균형을 꾀하는 정책이라고 천명한 이상, 대전은 광주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유럽 도시들에서 보듯, 경제성으로 보더라도 트램보다는 지하철이 훨씬 낫다. 부분별한 예타면제는 분명 문제가 있는 정책이지만 ‘대전 2호선 지하철’은 경제성과 지역균형에서 어떤 사안보다 명분있다. 대전시는 예타신청 과정에서 이런 명분을 갖고 ‘지하철’로 요구했어야 한다.

예타면제 선정은 한 개 시도에 국한된 사업보다는 지역 간 연계 사업에 비중을 뒀다고 한다. 대전으로선 서대전역~호남 구간의 호남선직선화 사업이야말로 명분에 맞고 죽어가는 서대전역을 살릴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런데 그 사업은 신청 대상에도 없었다. 대전 정치인들이 서대전역 살리기를 꺼리는 호남 눈치를 본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대전시장, ‘2호선 지하철화’ 정부에 요구해야

정부가 ‘예타면제’라는 멍석을 깔아주고 ‘지역균형’을 외치면서, 마치 대전에 손짓이나 하듯 “어서 와서 하나 골라잡아 봐” 하는 데도 “우리 대전도 100원짜리 말고 광주처럼 300원 짜리 갖고 싶다”는 말도 못 꺼내는 사람들이 대전 정치인들이다. 어제 한밭운동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도 ‘충청’은 없었다고 한다. “대전2호선은 왜 광주의 3분의 1이냐? 서대전역은 왜 빠졌느냐?” 같은 립서비스도 없었다.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대전은 찬밥이다.

3년 전 영남의 남북 분할로 결정났던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꿈틀댄다. 부산으로 와야 한다는 부산시장과 부산 국회의원들의 목소리에 대통령은 한번 알아보자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공항 문제는 내가 가져오면 상대가 빼앗기는 싸움이다. ‘대전 2호선’은 그런 사업이 아니다. 대전 때문에 피해보는 지역이 없다. 누가에게도 떳떳한 일이다. 2호선 문제는 죽은 자식 뭐 만지기가 아니다. 바꿀 수 있다. 그동안 대전2호선은 ‘고가’냐 ‘트램’이냐의 문제였다. '지하철'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이제 판이 바뀌어 지하철도 가능해졌다. 대전시가 얼떨결에 ‘지하철’은 요구도 못해보고 그냥 트램으로 갔을 수 있다.

지하철이냐 트램이냐는 대전시민들에게 중대한 문제다. 어설프게 결말나선 안된다. 대전시장은 이제라도 ‘2호선 지하철화’를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지역 정치권은 내년 총선 때 대전시민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지하철당’과 ‘트램당’이 논쟁을 벌여야 한다. 대전은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는 ‘6900억 짜리 트램’을 그냥 수용할지, 아니면 광주와 같은 ‘2조 짜리 지하철’로 요구할지 150만 시민들의 생각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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