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새 폭발사고 2건, 청년노동자 8명 사망
‘계약직·인턴 수시로 모집해 현장투입’ 의혹 밝혀야

14일 폭발사고가 난 한화 대전공장 정문. 사고수습을 마친 소방인력이 빠져 나가고 있다.
14일 폭발사고가 난 한화 대전공장 정문. 사고수습을 마친 소방인력이 빠져 나가고 있다.

1년 새 2건의 대형 폭발사고로 20∼30대 젊은 노동자 8명이 숨진 한화 대전사업장이 인턴과 계약직 등을 채용해 위험한 방산제품 생산현장에 투입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위험한 작업장에 투입돼 사망한 청년노동자 故김용균씨와 같은 일이 국가 보안시설인 방산업체에서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14일 오전 8시 42분께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 대전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25세 2명, 32세 1명 등 청년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소방 관계자는 언론브리핑을 통해 “방산사업장인 한화대전사업장 70동 추진기관 생산현장에서 폭발사고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며 “사고원인은 로켓 추진체 작업준비 중 추진체 연료가 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불과 9개월 전인 지난해 5월에도 같은 공장에서 비슷한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로켓추진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며, 당시 사망자들도 대부분 20∼30대 청년노동자들이었다. 

비숙련자인 청년노동자들이 목숨을 내걸고 방산현장에서 일하던 중 1년 새 8명이나 사망하면서, 폭발사고의 물리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청년 노동자만 위험한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연달아 사망하는지’ 사회적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한 채용전문 업체에 올라온 한화 대전공장 생산직 채용 안내문.

한화 측은 사고 직후 “이번에 사망한 직원 3명은 모두 정규직”이라고 설명했다. 본보가 다른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들 중 최소한 1명은 취업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은 ‘인턴’ 신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 대전사업장은 생산라인에 투입할 근로자를 수시로 채용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1년 단위 계약직과 6개월 인턴사원을 ‘전문직’이라는 이름으로 채용해 왔다.     

한화 대전사업장은 지난 1월에도 방산제품 생산과 추진체 추진기관 등을 제작하는 계약직 사원을 모집했다. 학력과 경력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고 계약기간은 1년이라는 조건이 제시됐다. 

지난해 7월에도 계약직 모집이 있었다. 한 채용 전문업체에 따르면 이 업체를 통해 한화 대전사업장에 지원한 22명의 최종학력은 고교 졸업 14명, 2년제 대학졸업 5명, 4년제 대학졸업 3명으로 고교 졸업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폭발사고 사망자 중 20대 초·중반 청년노동자들이 많이 눈에 띄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 그룹 채용사이트인 ‘한화인’을 보면 한화 대전사업장은 지난해 8월 3개월 단기근무를 할 계약직을 모집하기도 했고, 12월에는 6개월 인턴 뒤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인턴 모집도 진행했다. 상당수 생산직들이 이 같은 방식의 계약직과 6개월 인턴으로 채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날 사고로 사망한 청년노동자 1명은 지난해 12월에 인턴으로 채용돼 불과 2개월만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턴과 계약직 청년노동자들이 위험천만한 방산업체 생산라인에 얼마나 투입되고 있는지, 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숙련교육이 얼마나 이뤄진 뒤 현장에 투입되는지 등 고용형태 전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방산업체인 ‘굴지의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故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 ‘우리 사회가 청년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한화 대전공장의 폭발사고를 단순한 사고로만 봐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사고 직후 한화 대전공장을 방문한 뒤 “국가 보안 시설이다 보니 자치단체가 시설에 접근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젊은 청년 3명이 목숨을 잃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화 대전공장이 위치한 대전 유성지역 국회의원인 이상민 의원(민주, 4선)은 “일단 사고를 당한 청년들과 유가족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역구 일이기에 더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김용균씨의 경우 작업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한화 대전공장의 경우 보안시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진상이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며 “절대 좌시하지 않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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