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곳이 영안실이란 것을 직감했다.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더욱 나를 움츠리게 한 것은 음산한 불빛이었다. 그 불빛은 죽은 자의 영혼처럼 나지막한 지하실에 헌근하게 고여 있었다. 삶과 죽음의 영혼이 뒤섞여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음산한 기분 언저리로 비어져 나온 감정이 죽은 이들의 영혼과 뒤섞여 한판 놀이판을 벌이려는 야릇한 흥분을 느꼈다. 죽은 자에 대한 연민보다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희열이었다. 나는 취재차 영안실에 들어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감정을 느껴왔다. 내장이 썩는 냄새를 역겹게 맡으면서도 나는 살아서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굳은 표정으로 들어갔다. 사체 썩는 냄새와 포름알데히드 냄새, 그리고 건물 내벽을 감싼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질척거릴 것 같은 바닥이 더욱 기분 나쁘게 다가왔다. 나는 애써 저벅거리며 걸어 들어갔지만 사실 구두창이 눅눅한 시멘트 바닥에 닫는 것조차 내키지 않아 고양이 걸음을 걸었다.

그곳에는 여러 구의 사체가 실험용 개구리같이 싸늘한 스텐레이스 테이블 위에 올려 있었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흰 시트를 뒤집어쓰고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시체의 얼굴 부위가 어렴풋이 얇은 시트커버 속으로 비쳤다.

영안실 구석에는 경찰로 보이는 사내가 부검의와 함께 사체를 관찰하고 있었다. 경찰로 보이는 사내는 나 선배를 보자 반갑게 다가와 악수를 했다. 나는 그와 간단하게 목례를 나누고 사체 앞으로 다가갔다.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목구멍을 치받으며 오르는 구토를 참았다. 사체는 부검을 위해 절개를 한 상태였다. 목에서 가슴과 배로 이어지는 선이 어린아이의 가위질같이 성둥성둥 잘려있었다. 가슴뼈가 스트라이크 톱과 날카로운 외과용 매스에 걸리자 우격다짐으로 자른 흔적이 선명했다. 약간의 갈비뼈가 나무토막같이 가로 잘려 골수를 내보였다. 복개된 가슴과 배 속에 흥건히 고인 핏물과 함께 내장이 푸줏간 앞에 놓인 양동이같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매끄러운 라텍스 장갑을 낀 부검의는 사체의 구석구석을 휘집어 보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손을 멈추고 나를 힐끗 돌아 봤다. 다시 자신의 운명 같은 일을 계속했다.

그는 연신 이빨 사이에 물린 담배를 씹으며 매운 연기를 토했다.

여기 봐 칼날이 여기까지 들어갔어, 폐를 지나 간 부위를 손상 시켰구먼.”

그는 타다 남은 담배를 쓰레기통에 뱉고 말을 계속했다.

왼쪽 옆구리도 마찬가지야. 콩팥과 좌측 갈비뼈를 손상시켰어.”

경찰은 연신 부검의가 내뱉는 말을 받아 적었다.

우측 흉부 하단을 관통한 자상이 폐와 횡격막을 찢었으며......”

한참동안 복개한 사체를 관찰하던 부검의는 목 부위를 훑어보고 말을 이었다.

목 부위에 너비 0.5센티미터 크기의 청색 색흔이 있음. 색흔은 목 부위를 일주하고 있음.”

“..........”

부검이 끝나자 그는 복개 했던 가슴과 배 부위를 대충 겹친 다음 럭비공을 꿰매듯 굵은 수술용 바늘로 땀땀이 누볐다. 듬성듬성하게 헤진 곳과 자상이 심한 곳에서는 연신 내장에 고였던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부검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손에 들려진 바늘로 가슴과 뱃가죽을 당겨 사정없이 얽어맸다. 그는 곧이어 피 묻은 손으로 담배를 갈아 물고 필터를 씹으며 포름알데히드로 대충 사체를 닦은 뒤 수북하게 피 묻은 거즈가 쌓인 쓰레기통에 가래침을 뱉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