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창올림픽은 600억 원 정도 흑자를 내면서 북한의 참가 등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걱정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 언론보도도 긍정보다는 부정적 평가와 우려가 많다. ‘평창올림픽 1년, 그 많던 장밋빛 전망은 다 어디 갔나’(매일경제), ‘잔치는 끝났고, 경기장은 애물단지’(KBS) 등 12개월도 지나지 않아 올림픽 효과가 증발했다는 보도가 다방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역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자 경기가 곤두박질했고 올림픽시설은 사실상 방치됐다.

올림픽조차 이럴진대 아시안게임을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충청권 4개 시도지사는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선언했다. 비용 문제에 대해 4개 시도가 분담하면 큰 부담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충북도 담당자는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제적 유발효과인 18조원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장밋빛 전망을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저비용 고효율’로 치르다 망신당한 인천 아시안 게임 

우리나라에선 1986년 아시안게임이나 1988년 서울올림픽 말고는 효과를 본 곳이 없다. 부산과 인천은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부산도 인천도 다 손해봤다. 특히 인천 아시안게임은 운영 미숙이 겹치면서 국제적 망신을 산 대회로 기록됐다. 행사 도중 성화가 꺼지고, 화장실 배관이 잘못돼 소변이 흘러나왔으며, 선수들의 도시락에 대장균이 검출되고 외국 선수들이 조명 없는 운동장에서 연습해야 하는 등 어이없는 사고가 잇따랐다.

인천은 이런 행사를 치르는 데 1조 7000억 원을 썼다. 이를 위해 1조 원의 빚을 내면서 재정파탄 상태까지 겪었다. 시도(市道) 차원의 IMF를 겪은 셈이다. 그러고도 경기장 관리를 위해 해마다 100억 원을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특히 하계올림픽이나 월드컵은 몰라도 아시안게임은 ‘남는 행사’로 치르기는 어렵다고 본다.

충청권 시도는 ‘저비용 고효율’로 행사를 치르면 된다고 말한다. 인천시가 추진한 방법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저비용 고효율’은 실제로는 어렵다는 뜻이다. 시설도 사람도 제대로 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게 돼 있다. 아시안 게임 행사 때 한번 쓰고 버려둬야 할 시설도 적지 않고, 이런 시설을 관리만 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부산도 인천도 평창도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개최 도시로서 외국에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명분이다. 그러나 인천의 경우처럼 게임 유치가 개최지 이미지를 도리어 깎아 먹을 수도 있다. 중국 언론은 당시 인천 아시안 게임의 운영 미숙 등을 지적하면서 “정말 아시안게임인가? 아니면 한국판 전국 운동회인가”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런 보도에 국내 언론조차 대꾸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인 대회였다. 

"큰 행사 유치하면 ‘일하는 시도지사’로 보여"

경제에도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기 힘든 - 오히려 망신만 당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 일에 시도지사들은 왜 목을 거는가? 작년 권선택 전 시장이 시도하다 실패한 카드를 시도지사들은 왜 또 꺼내는가? 한 정치인은 이렇게 분석한다. “시장이든 도지사든 이런 행사를 해야 주민들에게 일을 좀 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설사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이런 국제행사를 한 건 잡으면, 유치 선언을 하는 순간부터 행사가 끝날 때까지 관련 뉴스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이는 ‘일하는 시장’, ‘일하는 도지사’이미지를 준다는 것이다.

행사를 유치하면 시도지사들의 머릿속은 이 행사로 가득하게 되고, 공무원들도 이 행사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주민들에게 정말 중요한 일에는 소홀해질 가능성이 높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지역을 알리는 데도 도움이 안 될 행사에 시도지사와 많은 공무원들이 매달리게 되는 셈이다.

남충희 씨(전 대전시장후보)의 증언이다. 그는 부산시정무부시장 때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치렀다. 가장 어려운 점은 관중 동원이었다고 한다. 명색이 국제대회인데 관중석이 텅텅 비는 경우가 많아 여간 고충이 아니었다. 교육청에 부탁해서 학생들을 동원하고 군부대까지 협조를 얻어 군인들까지 관중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지금은 볼거리 즐길 거리가 부산 때보다 훨씬 많아졌다. 우리나라 경기라면 모를까 제3국끼리 벌이는 시합에 구경 갈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엔 시도 대항 ‘전국체육대회’유치도 그 지역 주민들에겐 자랑거리였다. 행사가 열리는 도시는 아스팔트라도 새로 깔면서 단장을 했다. 체육행사는 지역 발전의 기회였고 주민들이 즐기는 축제였다. 후진국에선 스포츠 행사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역할도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길을 걸어왔다. 그 덕을 본 정치인들도 있다. 그러나 이제 아시안게임을 그런 목적으로 유치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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