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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 화술(3)
고전 속 화술(3)
  • 김충남
  • 승인 2019.02.11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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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의 인생 그리고 처세 388]

고전 속 성현이나 경세가들의 화술을 통해 격조 있는 화술의 지혜를 배워보기로 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고려 말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은 이성계를 도와 역성혁명으로서 조선을 건국하려 하였다.

역성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반대파이지만 성리학의 거두이며 존경을 받고 있던 정몽주를 포섭해야 했다.

그래서 이방원은 하여가(何如歌)로서 정몽주의 진심을 떠보고 회유하려 하였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 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 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

풀이해보면

‘이렇게 살면 어떻고 저렇게 살면 어떻겠는가?

만수산의 칡넝쿨이 얽혀 있는 것처럼 우리도 칡넝쿨처럼 어우러져 백년까지 살아보리라.’

한마디로 이제 국운이 다한 옛 정권 버리고 함께 뜻과 힘을 모아 새 정권 창출하자는 이방원의 회유의 메시지다.

이에 정몽주는 단심가(丹心歌)로 답하였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풀이해 보면,

‘이 몸이 죽고 또 죽어 백번이나 다시 죽어서 백골이 흙과 먼지가 되어 넋이야 있거나 없거나 임금님께 바치는 충성심이야 변치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기울어져 가고 있는 정권이지만 끝까지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 그리고 정권이 무너져도 새 정권에 몸담지 않겠다는 일편단심의 시다.

정몽주는 이 단심가(丹心歌)로서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에 대한 답을 한 것이다.

이에 이방원은 정몽주의 단심가를 통해서 서로가 정치적 동지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수하인 조영국을 시켜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척살시켰다.

이방원과 정몽주처럼 옛 선비들이나 경세가들은 직접 대화대신 시(詩)를 통해서 상대의 마음을 떠보고 회유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시화술(詩話術)방법은 말로서 하는 직접대화 보다 여유가 있고 깊이가 있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어떤 어머니는 매일 자식의 점심도시락을 쌀 때마다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쪽지 글을 써서 함께 싸주었다고 한다.

그 어머니의 도시락 글은 그 자식에게 훗날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상대에게 전하려는 마음이나 메시지는 말보다는 글이 더 큰 감동과 힘이 됨을 알 수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입으로서 하는 말은 자칫 잔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글로서 하는 말은 진정한 마음으로 와 닿게 된다.

그렇다. 때로는 글이나 시(詩)의 화술로서 상대나 연인에게 내 마음을 전해봄이 어떨까 한다.

심은 자가 잘못인가? 꺽은자가 잘못인가?

조선시대 어느 한량이 시골 주막에 들렸다가 젊은 주모의 교태에 반해 주모와 눈이 맞아 버렸다.

그리고는 하룻밤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모의 남편은 두 사람을 관가로 끌고 가서 원님 앞에 간통죄로 고발하였다.

전후사실을 들은 원님은 두 사람을 간통죄로 처벌하려 하였다.

그러자 한량이 원님에게 시 한수로서 항변을 하였다.

‘향기로운 꽃나무를 길가에 심어 놨으니 심은자가 잘못인가? 꺽은자가 잘못인가?’(香花一枝 種路邊하니 種者非也 折者非也) 풀이해 보면, 길가에 향기로운 꽃나무가 심어져 있길래 그 꽃이 아름다워 꺾었는데 그러면 그 꽃나무를 길가에 심은 사람이 잘못이냐, 아니면 길가에 심어져 있는 그 꽃나무가지를 꺾은 사람이 잘못이냐 하는 물음에 답은 꽃나무를 길가에 심은 사람이 잘못이라는 뜻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뭇 남정네들이 들락거리는 주막에 젊은 아내를 주모로 내보낸 남편이 잘못이지 그 주모와 정을 통한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무죄의 변을 시(詩)로서 항변한 것이라 하겠다.

원님은 한량의 시(詩)를 듣고는 무죄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그렇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나 실수는 인정하고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정도이겠으나 때로는 자기의 행동에 대한 변명이 필요할 때도 있게 된다.

이럴 때는 한량의 시화술(詩話術) 처럼 상대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게 하는 논리의 화술이 필요하다 하겠다.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 주역

⚫인문학교육연구소

- (토요반)

(매주 토요일 14시 ~ 17시) 논어 + 명심보감 + 주역

⚫ 국악방송, 고전은 살아있다, 생방송 강의 (FM 90.5 Mhz)

(매주 금요일 13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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