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충분히 ‘관계를 위한 관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그만큼이다. 경계를 잘 지키는 인간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관계라고 한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가장 많이 받는 피드백 중의 하나가 ‘너처럼 인간관계를 하닌까 너만 힘든거야’... ‘경계선이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아는 것은 솔직하지 않으면, 진실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10년이 되어도 깨지게 되어있다. 나처럼 잘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지만 묵인하고 싶어서 내 마음을 보지 않으려고 하고 지속하려고 했던 인간관계들을 생각해보면, 결국 그 만큼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항상 주장하듯 말하는 것이지만, 순수하지 않으면 그것이 일관계이든, 사람관계든 탈나게 되어 있음을 나는 처절하게 경험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나를 점검한다.

나는 솔직했는가? 나는 순수했는가? 나는 진실했는가?를 묻고 또 물으면서 조금이라도 편치 않았다고 하면 그대로 멈추는 연습을 한다. 나는 타인을 보는 눈이 없다. 더 솔직히는 타인의 말 속에 숨어있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래서 스폰지처럼 그대로 흡수해버린다. 어쩌면 타인을 보려고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알면서도 묵인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나의 아집, 그렇게 봐야만 하는 나의 미해결 과제이다. 그래서 성숙하지 못한 나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스스로 터득한 방법은 마음이 순수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스스로 멈추는 것이다. 솔직할 수 있다면 다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또한 타인이 솔직하지 않음을 알았다면 과거처럼 붙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알아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진실된 것은 이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해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스런 흐름 속에서 알아서 그 흐름대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사유(思惟)적 통찰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때로는 혹독하게 훈련되어져야 함을 나는 나에게 권한다.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아픔을 주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면서 타인을 통해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무심결에 상처를 주었을 것이고 별일 아닌 일로 나 또한 끌어안고 살아왔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한 것으로 인한 상처들이 무수하게 유리파편처럼 있던 것들을 하나씩 뽑아내는 작업을 하면서 놓쳐버린 인연에 대해 후회하면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자연스런 흐름임을 알았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묻고 답을 해보니, 나는 허당이고 때론 엉뚱하리만큼 사오정이다. 좀 더 다른표현으로는 무디고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있는듯 하다. 어떤 상황에서는 민망해서 화제를 다른 쪽으로 바꾸기도 한다. 또한 나는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고 대충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이 물음에 답은 끊임없이 바뀔 것이다.

그런 나를 보며 답답해서 타인에게 공감받기 위해 말을 해 보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데로, 받아들일수 있는만큼만 본다. 나를 똑똑하고 실속 있게 본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 전혀 상관이 없음을 알게 되는 순간 조금씩 거리를 둔다. 그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음을 지금은 조금 보인다. 진실된 관계는 내 모습을 그대로 봐주고 인정해주고 과장되게 포장하면서 나를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

살면서 나의 바뀌지 않는 삶의 철학은 ‘순수하지 않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탈나게 되어 있음’을 일상 생활 속에서 잊지 않는 것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