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규돈가스(대전시 서구 만년동 만년중학교 앞)

22년 전통 정직한 수제돈가스로 유명 식사시간 줄서야 먹는 곳
중장년층에게 옛 것에 대한 그리움 선사 세련되고 정갈하면서 깔끔한 맛으로 인기몰이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듯이 최근 외식업계는 뉴트로(new-tro)열풍이 불고 있다.
뉴트로는 ‘뉴(new)’와 ‘레트로(retro복고)’의 합성어로 중장년층에게는 경험했던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을,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옛것을 새롭게 느끼면서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옛것에 향수를 느끼는 소비자 감성과 복고감성에 관심이 있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추억의 메뉴가 주목받고 있다. 70-80년대 칼질 외식의 대명사였던 데미글라스 소스를 곁들인 돈가스가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추억의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병규돈가스(9천원)
병규돈가스(9000원)

대전시 서구 만년동 만년중학교 앞 골목에 위치한 ‘병규돈가스’.  강병규 대표가 1997년 창업해 22년 동안 자체 개발한 전통의 수제돈가스로 입맛을 사로잡은 돈가스전문점이다.

만년동 주택가 골목의 작은 매장에 32석 뿐이지만 식사시간과 주말에는 줄서야 먹을 수 있는 곳. 대표메뉴 병규돈가스를 비롯해 피자롤가스, 히레가스, 김치피자돈가스, 로스피자, 모둠가스, 굴가스, 생선가스 등 서양의 커틀릿과 일본식 돈가스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다양한 퓨전돈가스가 있다.

특히 피자롤가스 경우는 보통 치즈돈가스와 달리 치즈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피자토핑과 같은 각종채소가 들어가 인기가 많다. 맛도 다를 수밖에 없다.

돈가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 돈가스와 다르다. 국내산 암퇘지의 생 등심을 사용해 염지작업을 거쳐 냄새를 제거하고 72시간 이상 진공 숙성시켜 계란 물에 빵가루를 묻혀 튀겨낸다. 주문과 동시에 조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육즙이 살아 있고 바삭한 맛과 쫄깃한 식감을 준다. 하지만 20분 정도 기다려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기다림이 싫다면 예약이 필수다.

피자롤가스
피자롤가스(1만2000원)

튀김 기름도 다르다. 보통 사용하는 식용유 대신 카놀라유를 사용한다. 기름 흡수율이 적어 고기가 더 부드럽다. 튀김의 식감을 좌우하는 습식빵가루를 사용해 촉촉하면서 부드럽다. 고기 양도 200g으로 푸짐하다.

튀김온도는 173도에서 6분을 튀겨낸다. 여기서 고기의 맛을 좌우한다. 고기는 부드럽고 수분을 빼앗기지 않아 잡내가 없다. 튀김옷은 얇지만 고기 두께는 2cm정도로 두툼해서 씹는 맛이 좋아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다. 바삭바삭한 튀김옷이 부서지는 소리와 부드럽게 녹아드는 듯한 육질이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한마디로 세련되면서도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다.

돈가스 소스도 직접 개발한 특제 소스다. 특히 소스에는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고 쌀가루를 사용한다. 토마토케첩을 비롯해 표고버섯,양파슬라이스,사과,당근,마늘,땅콩가루 등 12가지 재료를 넣고 인공조미료(MSG)대신 소금, 후추, 설탕과 표고버섯, 양파 등으로 만든 천연조미료로 맛을 낸다.

히레돈가스
히레가스(1만1000원)

돈가스, 최상의 식재료로 최고의 맛내는 데 자존심 걸어

돈가스와 함께 나오는 채 썬 양배추와 적채, 삼추 등은 당일만 쓴다. 채소는 하루만 지나도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남아도 버린다. 김치는 충북 제천에서 담근 국산을 사용한다. 또 손님이 직접 미니절구에 참 통깨를 갈아서 취향에 따라 일식돈가스 소스 등을 넣고 찍어 먹게 만든 퍼포먼스도 식욕을 당기게 만든다.

병규돈가스의 인기비결은 또 있다. 바로 정직이다. 강병규 대표는 경북 문경이 고향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대기업 두산에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나 적성에 맞질 않아 일찍 퇴사를 한다. 그리고 명동에 있는 명동돈가스를 처음 맛보고 돈가스 매력에 빠진다. 그때부터 돈가스 맛에 대한 연구에 몰입하면서 일본에도 수차례 가서 제조기법을 배우면서 일본식 돈가스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퓨전으로 개발한다.

강병규 대표. 유명 야구선수 이름과 같아 오해도 많았으나 양심이라는 그릇에 진심을 담아내는 한결같은 마음이 고객에게 전달되어 최고의 수제돈가스 평을 받고 있다.
강병규 대표. 양심이라는 그릇에 진심을 담아내는 한결같은 마음이 고객에게 전달되어 최고의 수제돈가스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1997년 당시 대전 영진건설에 근무하던 친형의 권유로 대전 월평동 무궁화아파트 앞에서 5평의 작은 가게를 오픈한다. 하지만 의욕만 강했지 처음 하는 장사라 어려움도 많았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배달까지 했다. 그것이 14년 동안 이어질 정도로 고생도 많았다. 그런 와중에도 변하지 않았던 것은 ‘정직’이었다.

2004년 현재의 만년동 매장(12평)으로 공간을 넓혔다. 이처럼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강 대표의 경영철학이 손님들에게 먹혔기 때문이다.

‘양심이라는 그릇에 진심이라는 음식을 담아낸다’는 캐치프라이드처럼 값싼 재료와 타협하지 않았고 최상의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데 자존심을 걸었다. 특히 고객에게 한 끼의 식사지만 건강을 주고 식락을 주고 싶었다는 강 대표.

12평 작은 내부
12평 작은 내부
오픈 주방
오픈 주방

많은 시행착오 거쳐 프랜차이즈 사업보다 직영점 선호
아무리 어려워도 재료자체에 충실하고 음식에 기교 부리지 않는 정직함으로 버텨


실제로 병규돈가스는 먹어보면 재료자체에 충실하고 음식에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정직함이 그대로 묻어있다, 2010년 이런 점을 손님들이 알아주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23개 까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리하고 지금은 단출하게 6개의 가맹점만 두고 있다. 본점 매장운영도 가족끼리 운영한다. 이제는 프랜차이즈 가맹사업보다는 직영매장을 늘리고 싶다는 강 대표.

대전시 서구 만년동 만년중학교 앞 골목에 있는 병규돈가스 본점 전경
대전시 서구 만년동 만년중학교 앞 골목에 있는 병규돈가스 본점 전경

여기에는 간호사로 근무하던 부인 백미숙 씨가 돈가스 사업에 함께 뛰어들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강 대표는 오늘의 병규돈가스가 있기 까지는 오로지 부인의 힘이라며 엄지 척을 세운다. 그는 지금도 부인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강조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저녁 8시30분. 오후3시-5시 브레이크타임이며 월요일은 휴무. 대전시 서구 만년남로 3번길 8-8에 위치해 있다.

돈가스는 이미 1970년대부터 국민외식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전통 돈가스가 생각난다면 병규돈가스를 찾아보자. 정직한 맛에 금방 단골이 될 것이다.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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