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鎭痛), 자양강장 효능 및 신경통 류머티즘의 치료제로 쓰여

대전시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송진괄 대전시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설날 차례 상(床)앞에 모인 가족들을 대충 보니 이십 여 명은 될 듯하다. 막내가 환갑(還甲)이니 우리 일가(一家)도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 셈이다. 부모님은 모두 가고 안 계신다. 남은 자식들이 조상을 기리고자 이렇게 모였다. 그리고 서로가 친족 간 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위패로 모셔놓은 부모님의 자리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당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손(曾孫)까지 모여 고개를 조아린다. 지방지에 써 놓은 이름 석 자가 모두다. 이게 인생이고 우리가 어찌 살아야할 지를 말씀해 주신다.

성묘를 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자주 띄질 않는다. 조카들이 떼를 지어 앞장 서는 모습들이 대견스럽다. 산으로 둘러쌓인 고향은 사방에 산소가 옹기종기 있다. 조그만 마을에 조상 산소가 천(千)기가 넘는다니 유택(幽宅)을 모시고 사는 셈이다.

산소 아래 조그만 텃밭 모서리에 돼지감자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검게 퇴색한 줄기들이 앙상하다. 지난해 성숙했던 지상부는 사그라져 뼈대만 앙상하다. 풀 종류여서 봄이 되면 새싹이 다시 올라올 것이다. 땅속줄기에는 맛있는 돼지감자가 통통하게 살이 붙어 모여 있을 것이다. 한 겨울이라 땅이 얼어서 캐기가 쉽지 않지만 땅속 돼지감자는 지금 캐서 먹으면 아삭아삭하니 별미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돼지감자의 추억에 공감할 것이다. 밭두렁 귀퉁이나 조각난 모서리 땅에서 누구의 관심도 없이 근근하게 자라던 풀. 못 생기고 볼 품 없는 돼지감자는 궁하던 입의 주전부리로 더할 나위 없는 친구였다. 지금은 손대는 이가 없으니 밭 가장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있다. 누가 저 풀뿌리를 캐서 먹을 것인가. 흙속에 흐드러질 돼지감자를 생각하니 곡괭이를 메고 찾아다니던 옛적이 아련하다.

뚱딴지로 불리는 돼지감자는 국화과 식물로 여러해살이 풀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로 해바라기의 한 종류로 알려져 있다. 번식력이 강하여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줄기는 긴 대궁을 올리며 곧게 자란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해바라기처럼 노란색의 꽃을 피우고, 땅속줄기로 형태가 일정하지 않게 다양한 모습의 덩이뿌리가 있다. 돼지감자는 그 껍질 색깔이 연한 담황색에서 노란색·갈색·붉은색·자주색까지 있다. 속 색깔은 희며 아삭거리는 맛이 고소하다.

돼지감자라는 이름은 돼지의 사료로 이용되어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뚱딴지는 우둔하고 무뚝뚝한 사람을 놀림조로 부르는 말인데, 이 풀을 이르는 말로 쓰이니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아마도 밭 가장자리에서 이곳저곳에서 마구 제 멋대로 돋아나서 그렇게 불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서양에서는 식용으로 요리에도 쓰이고 가축의 사료로도 쓰였다고 하며,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친근한 주전부리였다.

돼지감자 꽃.
돼지감자 꽃.

한방에서는 그 덩이뿌리를 국우(菊芋)라 하여 약재로 쓴다. 자료에 의하면 약성은 달고 차며, 해열(解熱)작용이 있고 대량 출혈을 그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또한 잎과 줄기는 타박상과 골절상에 쓰인다고 전한다.

민간요법으로는 이 돼지감자가 진통(鎭痛), 자양강장의 효능이 있어서 신경통, 류머티즘의 치료제로도 쓰였다. 또한 어느 연구 자료에 의하면 돼지감자가 혈당 강하(降下) 효능이 있어 당뇨의 치료효과 및 식이섬유 섭취와 자양효과가 있어 음료제로 개발하고 있다니 선인들의 지혜가 검증되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흰 눈이 소복하게 쌓여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경사진 선친 산소를 오르기가 버겁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잔디 위를 걷는다. 설날에 조상 산소를 찾는 것도 당연한 일상으로 오늘을 사는 내 삶의 일부이다. 비석에 새긴 존함에 생전의 모습들이 겹쳐진다. 누구나 고향에 가면 아우라가 있듯이 먼 날의 추억이 환상으로 눈가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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