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토론회 “허 시장이 적극 나서라” 압박
허태정 시장 “예민한 문제, 공론화 통해 재추진”

허태정 대전시장(오른쪽)이 지난 31일 대전지역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다. 대전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오른쪽)이 지난 31일 대전지역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다. 대전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이 ‘학생인권 조례’ 제정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 달라는 지역 인권단체 요구에 "예민한 문제"라고 난색을 표명하면서 "공론화를 통해 추진해 보겠다"는 조심스런 답을 내놨다. 

그러나 허 시장 또한 뚜렷한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학교행정은 기본적으로 교육감 소관사항인데다, 보수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 자명하기 때문.   

허 시장은 지난 31일 대전시인권센터에서 지역 인권단체 대표 및 활동가 18명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하는 허심탄회’ 토론회를 가졌다. ‘허심탄회’는 시민단체와 소통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매달 열고 있는 토론회로 이번엔 ‘인권’이 주제였다.  

이 자리에서 김중태 전교조대전지부 지부장 등은 뜨거운 감자인 ‘학생인권 조례’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의지가 없다고 본다”며 “시장은 의지가 있는가. 어떻게 하실 생각이냐”고 허 시장을 압박했다. 

허태정 시장은 “예민한 문제”라며 우려를 먼저 표시했다. 그는 “특히 예민했던 분들이 종교단체였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까지 뒤섞여 있는 문제”라며 “사회적 공론을 잘 만들어가면서 추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또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어렵고, 합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례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의회와 협의하고, 시민사회 의견을 들어서 재추진 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학생인권 조례 제정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허 시장이 이처럼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 이유는 ‘학생인권 조례 제정’이 학생 기본권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교권침해의 방편으로 이해되거나, 종교단체로부터 ‘동성애 조장 우려가 있다’는 등의 공세에 시달리는 민감한(?) 주제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도 등 전국 4개 지역에서는 교육감이 직접 나서 학생인권 조례를 제정하고 운영 중이지만, 설동호 교육감 체제의 대전시교육청은 아예 ‘학생인권 조례’를 공식적인 논의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있다. “학교 규칙 등 인권은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에 맡겨야 하기에 조례 제정 계획이 없다”는 게 대전시교육청의 공식입장이다. 

지난 7대 의회에서 일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의원발의’를 통해 조례 제정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조례안을 폐기한 바 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의회 내에서 다수를 점유하고 있으면서도 반대측 눈치만 봤다는 것이 중론이다. 

총 22석 중 21석으로 민주당 일색인 이번 8대 의회 역시 ‘학생인권 조례’ 제정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정기현 시의회 교육위원장은 “교육감이 인권조례에 대해 부정적이면, 시의원들이 조례를 제정한다고 해도 집행력에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라며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후폭풍과 파장을 고려하면 의원들이 직접 발의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31일 ‘허심탄회’에 참석했던 인권단체 관계자는 “시장과 구청장, 시의원 모두가 인권을 중시한다는 민주당 소속인데, 학생인권 조례 하나 제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특히 허태정 대전시장은 토건정책에만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다. 허 시장 스스로 ‘인권’을 자신의 대표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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