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눈을 내리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 한 달에 1백 달러를 받으며 러시아 문화사를 강의했죠. 1917년 시월혁명을 중심으로 한 문화사를 강의했는데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로 체제가 무너진 뒤에는 할 일을 잃게 됐죠.”

“........”

그래서 자본주의 상술을 배울 욕심에 이 길로 뛰어들었죠.”

이런 일을 하면서 어떻게?”

가장 빠른 방법이죠. 어떤 사회나 혼란기에 노다지가 굴러다니는 법이거든요. 시기를 놓치면 다시 오지 않죠. 사회적 혼란기가 지나가면 급성장이란 사실 불가능하죠. 그래서 이일을 시작했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생각을 배우고, 말을 배우고, 행동을 배우고, 돈을 벌죠. 돈벌이도 좋고요.”

“............”

사실 한 달에 1백 달러로는 생활할 수가 없어요. 겨우 연명만 하는 것이죠. 모든 사람들이 가난하니까 살아가는 것이지 혼자 이렇게 가난하다면 살수조차 없을 거예요.”

러시아 문화사, 참 재미있는 분야였군요?”

지난시대에는 그것이 대접받는 일이었죠. 볼셰비키 혁명사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든요. 강단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면 숨이 가빠올 만큼 나는 흥분하곤 했죠.”

“...........”

러시아 문화사를 알려면 큰 역사의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선 러시아 역사의 큰 줄기를 잡아보면 10세기 말 키에 프러시아의 기독교도입을 들 수 있죠. 다음으로는 13세기 중반부터 2백년이나 계속된 몽고의 지배도 빼놓을 수 없는 역사죠. 18세기 초 표트르대제의 주도로 이루어진 서구 문물의 도입은 러시아의 문화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요. 그 후 제정 러시아의 전통과 결별하고 새로운 이상사회를 건설키 위한 볼셰비키 혁명이 1917년 일어났죠.”

그는 취기가 그득하게 고였음에도 또박또박 말을 잇고 있었다. 갈수록 열을 올리며 신명이 일었다. 구구단을 갓 외운 아이가 흥미진진하게 그것을 늘어놓는 것 같았다.

특히 러시아 문화는 191710월 혁명이후에 내리막길을 걷게 되지요. 사실 제정 러시아시대에는 화사한 문화를 꿈꾸었거든요. 문학, 음악, 미술, 발레, 연극, 오페라,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구석이 없었죠. 러시아 문화가 서구 문화의 흐름을 주도했으니까요. 그 때는 예술가들도 당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럼요.”

음악에는 스트라빈스키, 미술에는 샤갈, 칼 디킨스가 이름을 떨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정체되기 시작했지요. 정체가 아니라 망하기 시작한 거죠.”

…….”

“1920년 문화를 개혁한다면서 그 동안 일구어놓은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형태를 퇴폐적 부르주아적 문화라고 매도했죠. 또 새로운 세계의 건설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예술을 주민개화의 수단으로 쓰기 시작한 거죠.”

“.......”

“1930년에 들어와서는 국가가 인정하는 유일한 동맹조직만이 예술가들의 집단으로 살아남았죠. 1932년에 발표된 문학과 예술조직의 재편에 관한 칙령은 한마디로 극약을 뿌린 것이었죠.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지향하지 않으면 예술이나 문학이 아니라고 매도했으니까요.”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나로서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러시아 사를 거의 모르는 데다 그의 숙련된 말투가 나에게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내달렸기 때문이었다.

부르주아적, 퇴폐적, 제기랄. 모든 것이 이렇게 매도되고 살아남은 것은 그 잘난 예술가동맹 뿐이었죠. 선전선동의 꼭두각시들...”

그는 속으로 적잖게 분노하고 있었다. 문화사의 줄기를 바꾼 공산당 혁명에 적잖은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가 마피아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레스트로이카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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