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예타면제 결정, 지금부터 풀어야 할 과제 

프랑스 리옹의 트램. 자료사진.
프랑스 리옹의 트램. 자료사진.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으로 결정되면서 사업방식을 둘러싼 첨예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기본계획안 수립 후 23년 장기표류 끝에 2호선 건설이 확정됐기에 허태정 시장을 비롯한 대전시 공직자들이 큰 의미를 부여하며 자축하고 있는 것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상당수 교통전문가들은 트램사업이 도로 위에 단순히 레일을 깐다는 기술적 의미가 아니라, 교통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도시의 재구조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전의 핵심 대중교통체계인 기존 버스노선과 도시철도 1호선에 ‘2호선 트램’이 추가되는 것이라고 인식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승용차 중심의 교통문화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더 큰 불편만 초래할 뿐, 23년 숙원의 결과물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많다.  

대전시가 지하철이나 고가방식과 사뭇 다른 사회·철학적 의미가 담긴 ‘트램’을 단순 SOC로 보고 사업추진 그 자체에 집중해온 것이 문제였다. 설령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 도로를 잠식하는 ‘2호선 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분담률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동일한 양의 승용차가 트램과 함께 도로 위를 달린다면, 승용차 운전자도 불편하고 트램 이용자도 불편한 상황이 초래된다. 

때문에 대전시는 ‘보행자 중심, 대중교통 중심도시’라는 지속가능한 도시모델 청사진을 먼저 제시했어야 했고, 기존 승용차 중심의 생활패턴에서 대중교통 중심의 생활패턴으로 삶의 방식을 바꿀 용의가 있는지 시민들에게 물었어야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29일 트램 예타면제 결정을 발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교통문화를 잘 이해하고 참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전임 시장과 비교해 2호선 트램을 ‘행정의 시혜(施惠)’로 포장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런 대목이다. 

허 시장은 “트램으로 가면 승용차 중심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단순 홍보를 넘어 인식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운동도 함께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30% 수준인 대전의 공공교통 분담률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시장의 문제의식은 매우 적확하지만, 행정의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것이 문제다. 트램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시민의 동의는 나중에 구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닌 까닭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 재임시절, 트램 사업을 기획했던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박사는 “대전의 5개구를 달릴 순환선 ‘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버스노선의 재조정, 경관, 주차, 가로공간의 배분을 포함한 도시설계를 재수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교통체계의 운영 측면에서 버스와 도시철도 1호선, 2호선을 따로 운영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통합적 운영체계를 고민해야 할 것인지도 중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전교통공사 설립 등 통합적 운영시스템의 필요성도 검토돼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어떤 도시도 ‘트램’을 대중교통망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없다. 대전이 첫 사례인 만큼 시공기술, 행정관리, 교통망 운영 등 어느 것 하나 축적된 노하우가 있을 리 없다. 

대전시가 전담 행정조직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누구를 컨트롤타워로 내세울 것인지, 어떤 전문가 그룹을 포함시킬 것인지, 어떤 선진모델을 벤치마킹할 것인지 등 시장의 테이블 위에 결정해야 할 선택지가 수북이 쌓일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는 점이다. 그 동안 논란의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로 엇갈려 많은 논쟁을 벌였지만, 이젠 과거의 일이 돼 버렸다. 지금부터는 ‘미래의 일’로 논쟁해야 한다. 사실 대전의 역량으로 '미래의 일'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그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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