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승연 교수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는 일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육아 중 가장 고난이도이다. 

이달로 만 두 돌을 맞는 하율이 엄마에게도 약 먹이는 일은 가히 전쟁이다. 

제법 눈치가 빠른 하율이는 약 먹을 타이밍을 알고 엄마의 부름에도 다가오지 않는다. 

온갖 감언이설로 꾀어 약을 먹이려 하지만, 울며불며 거부하느라 도무지 약을 넘기지 못한다. 

어렵게 먹이고 나면 넘어간 약을 다시 토해내기까지 하는 아이의 모습에 엄마는 안쓰러움과 속상함이 크다.

우리 아이 약 잘 먹이는 비법, 어디 없을까?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승연 교수에게 물어봤다.

◆물약

흔히 추측하는 대로 아이들이 가장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약이 바로 물약이다. 그러나 복용 방법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코를 잡고 먹이거나 눕힌 상태 또는 상체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약을 먹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물약이 기관지로 넘어가 기관지염이나 심하면 폐렴 같은 합병증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물약을 먹을 때에는 눈금이 있는 숟가락에 부어 입안에 바로 넣어주는 게 좋다. 

너무 깊으면 구토를 할 수 있고 병째 먹이면 양을 가늠하기가 힘들뿐만 아니라 사레에 걸릴 수도 있다. 침전이 생기는 약은 먹이기 전에 잘 흔들어 먹여야 한다.

◆가루약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먹기 힘든 가루약은 대부분 수용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맹물에 타서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복용법이며, 먹고 나서도 물을 마시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어린 아기의 경우 맛의 감각이 둔한 볼 안쪽에 자잘하게 갠 약을 발라주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혀 안쪽은 쓴 맛을 가장 잘 느끼는 부분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가루약의 쓴 맛 때문에 맹물에 타서 먹이는 것이 힘들 경우 설탕물이나 우유, 주스, 요구르트 등에 타서 먹이는 방법을 사용해도 되지만 권장하는 방법은 아니다.

◆좌약

약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 위해 만들어진 좌약은 정확한 위치에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쓴 맛을 느끼지 못해 뱉어내는 일이 없어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아이가 거부감을 갖기 시작하면 삽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좌약을 넣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는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쪽 다리를 들어 항문이 잘 보이게 만들어 좌약을 넣고, 삽입 후 아이의 사타구니와 엉덩이를 부드럽게 눌러 좌약이 빠져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약

아이들은 삼키기 힘들어 하는 알약은 스스로 삼킬 수 있을 때까지 굳이 먹일 필요는 없다. 

전문의의 진료와 상담을 통해 가루약이나 물약으로 처방받는 것이 좋다.

◆연고

이물질이 있으면 약이 잘 스며들지 않아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상처를 반드시 깨끗히 닦고 연고를 발라야 한다. 

거즈나 소독솜 등을 이용해 닦아낸 다음 면봉 등을 이용해 얇고 부드럽게 펴 바르는 것이 좋다.

신생아나 유아의 피부는 약 성분 흡수가 잘 되면서도 민감하므로 사용 횟수를 임의로 늘리거나 지나치게 많이 발라선 안 된다.

상처가 깊을 경우 먹는 약을 병행하기도 하기 때문에 진물이 흐르는 상처는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승연 교수는 “아이가 약을 토하는 경우가 많은데 복용 후 30분에서 1시간이 지났으면 다시 먹일 필요가 없고 10분 이내에 토했다면 다시 먹어야 한다. 하지만 다 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을 조금 줄여 먹여야 한다”며 “약이 남았다 하더라도 한번 처방받은 약은 1~2주가량이 지나면 폐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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