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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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관광에서 4대 관광코스 중 하나인 국립고궁박물관은 국민당정부가 중국공산당에서 패하여 1949년 대만으로 피난할 때, 북경의 고궁박물원에 있던 송~ 청대의 유물을 옮겨와서 세운 박물관이다. 우리가 명~청대의 황궁으로만 알고 있는 자금성(紫禁城)은 사실 1912년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 1906~ 1967)가 퇴위한 뒤, 궁 안의 보물들을 정리하여 1925년부터 일반에게 공개한 ‘고궁박물원’이다. ‘고궁(古宮)’이란 북경의 자금성을 뜻하는데, 동서 760m, 남북 960m에 72만㎡ 대지에 약800채의 건물과 9999개의 방이 있는 자금성은 웬만한 강(江)만큼 넓은 52m에 이르는 해자를 건너야 하고, 성벽은 11m 높이의 담장에 쌓인 난공불락의 황성이었다. 모택동의 커다란 사진이 걸린 자금성의 정문은 남문인 오문(午門)이지만, 북문(玄武門)의 현판 아래에는 고궁박물원(故宮博物院)이라는 커다란 편액이 걸려있다. 자금성은 1987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장개석의 국민당정부는 1925년부터 군벌 토벌에 나선 끝에 1928년 북경을 수복한 뒤, 중국 역사의 보물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고궁박물관의 보호에 나섰다. 1931년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키자 그는 1933년 고궁박물관의 유물을 상해로 옮기고, 국공내전이 한창이던 1947년부터 1949년 대만으로 패주할 때 보물 60만 8950점을 다시 대만으로 옮겼다. 세상 사람들은 국민당정부가 천문학적인 황금, 고궁박물관의 유물, 그리고 200만 명에 이르는 국민군 병사 등 ‘3대 보물’을 대만으로 옮겨왔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오늘날 중국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북경이 아닌 대만의 고궁박물관에 가야 할 정도라고 한다. 고궁박물관은 이후 유물을 매입하거나 기증 받아 현재 약70만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도 말한다.

1. 고궁박물관 입구
1. 고궁박물관 입구
1-1. 본관 로비에서 바라본 정문
1-1. 본관 로비에서 바라본 정문
2. 국부 손문 동상
2. 국부 손문 동상
3. 취옥백채(옥배추)
3. 취옥백채(옥배추)
3-2. 서태후의 보석병풍
3-2. 서태후의 보석병풍
3-3. 청 화병
3-3. 청 화병
3-4. 옥
3-4. 옥

타이베이 시내는 5개의 MRT 노선이 잘 배치되어 있어서 교통이 매우 편리하지만, 고궁박물관까지는 직접 갈 수 없고 MRT 2호선(붉은색) 스린역(士林站)이나 그 앞의 젠탄역(劍潭站)에서 내려야 한다. 이곳에서 고궁박물관으로 가는 홍30번 시내버스를 타고 고궁박물관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대만원주민박물관이 있다. 고궁박물관 정문은 한족 특유의 흰색 아치형 패루가 서있고, 패루에 ‘천하는 위정자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는 ’천하위공(天下爲公)‘ 현판은 중화민국 초대 총통이자 국부인 쑨원의 글씨라고 한다(패루에 관하여는 2019. 01.14. 국립중정기념당 참조).
 고궁박물관은 가파른 산 중턱에 세워져서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약간 평탄한 길을 만들었다가 다시 계단을 올라가도록 하는 등 3단계 구조이다. 박물관은 정면의 제1 전시구역과 왼쪽의 제2 전시구역으로 나뉘며, 본관 뒤편의 산중턱은 수장고이다. 본관인 제1 전시구역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서 중국 전통의 궁전양식을 본떴으며, 본관 왼편에 별도로 지어진 제2 전시구역은 특별전을 하는 공간이다. 입장료는 250대만달러(한화 약1만원)로서 어느 나라건 대체로 국립박물관의 입장료는 저렴한데도 다소 비싼 편이다. 그러나 18세 미만의 청소년과 대만에 유학 온 학생들은 신분증을 제시하면 무료입장할 수 있다.
 본관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박물관 입구인데, 박물관에서는 영어․ 독일어․ 일본어는 물론 한국어 등의 음성안내기도 대여해준다. 그만큼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4-1. 서주시대 철기
4-1. 서주시대 철기
5. 전시실 입구
5. 전시실 입구
5-1. 송대 자기
5-1. 송대 자기
5-2. 서긍의 고려상감청자
5-2. 서긍의 고려상감청자
5-2. 송대 서화도
5-2. 송대 서화도
6. 원대 자기
6. 원대 자기
7. 명의 흑자
7. 명의 흑자

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보물은 한번에 6000~8000점을 전시하면서 매 6개월마다 교체 전시하고 있는데, 소장품 70만점 전체를 보려면 약50년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여행객은  미리 인터넷이나 도록 등을 통해서 자신이 감상하고자 하는 보물들을 골라서 감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시물은 2018년 7월 현재 지하 1층은 입구이자 어린이박물관과 미디어 상영실이고, 지상 1층은 북위(北魏)시대의 불상을 비롯하여 청대의 자기와 가구전을, 2층에는 당~송~명대의 도자기와 서화전시실이다. 자기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1123년 송의 사신으로 고려에 왔다가 상감청자를 보고 놀란 서긍(徐兢)이 소개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과 고려자기,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와 롬복 박물관에 많이 전시되었던 명대의 흑자(黑磁), 특히 칼라 풀하게 자기에 그림을 그린 청대의 섬세함과 화려함은 현대기술로도 모방할 수 없다고 한다. 특히 3층은 상(商)~서한(西漢), 청대의 명품 옥(玉)전시실인데, 상아를 둥근 공처럼 조각한 속에 다시 작은 공을 새기는 작업을 반복해서 모두 17개의 공 모양을 새긴 것, 청의 서태후의 거실을 장식했다고 하는 옥으로 만든 벽옥병풍(璧玉屛風)은 현대 과학기술로도 조각하기 어려운 수작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중국인들은 옥이 돈을 벌게 하고 부귀를 상징한다고 매우 좋아하여 목걸이․ 팔지 등은 물론 배추 형상으로 만든 조각이 많다. 302호 전시실에 하얀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옥으로 푸른 배추와 배춧잎 위에 앉은 여치와 누리를 새긴 취옥백채(翠玉白菜)의 하얀색은 신부의 순결함을 상징하며, 옥배추의 푸른 잎에 여치와 누리를 조각한 것은 이들 곤충이 번식력이 뛰어난 것을 상징하여 황비가 자손을 많이 낳아 대대손손 황실의 혈통이 이어지기를 염원한 것이라고 한다. 또, 얼핏 보면 큼지막한 돼지 삼겹살을 갓 삶아놓은 것처럼 신선하고 육즙이 많은 ‘동파육’을 조각한 육형석(肉形石)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색깔로 형성된 천연 마노 본래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 돼지고기의 털구멍과 피부 결까지 고스란히 표현해낸 매우 진귀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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