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노란 은행잎은 
노랑나비 되고

빨강 단풍잎은
빨강 꽃잎이 되어

환한 
햇살이 내려 쉬는 가을뜰

꽃과 
나비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가을 꽃바람.--‘가을 꽃바람’

김영수 시조시인이 동시집을 냈다. 아이들이 좋아할 책이름 『나뭇잎 편지』(오늘의 문학)다.
다람쥐와 나뭇잎이 예쁘게 그려진 표지가 정겹다. 
평생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한 시인답게 눈높이를 아이들과 같이했다.

노란 민들레꽃
햇볕을 듬뿍 안고

긴대궁 텅빈 줄기
우윳빛 물을 먹고

꿈의 꽃
새하얀 솜을
하늘에 다 띄운다.--‘봄’

▲ 김영수 아동문학가
▲ 김영수 시인

김 시인은 책머리에 이렇게 썼다.
“시냇물은 강물이 되고 강은 바다가 되듯이 우리 어린이는 자라면 큰 인물이 됩니다. 시내와 강 그리고 바다 속엔 수많은 보물이 잠겨 있듯 우리 어린이들 마음엔 아름다운 꿈이 있습니다. 나는 이런 어린이를 위해 자연을 살피고 가꾸면서 어린이를 위해 좋은 동시와 동시조를 엮었습니다.”
바람도 적었다.
“어린 나무가 자라 큰 나무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맛있는 과일과 아름다운 향기를 나눕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듯 자연을 바탕으로 쓴 나의 동시와 동시조를 읽고 모두가 자연의 아름다운 이치를 깨닫고 살펴 아름다운 꿈의 열매를 가꿨으면 합니다.”

모든 시를 아이들 눈높이에만 맞춘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함께 봐도 좋을 동시조도 있다. ‘제4부, 넷째마당 옛날을 그린다’에는 대체로 아이들과 함께 하면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동시조가 실렸다. 

 

한 서린 조국 혼을 
잎 가득 담아놓고

뿌리의 마디마디 
꿈 가득 비워내며

겹겹이
꽃잎에 새겨
궁남지에 서 있다.-- 연꽃

백제 궁의 남쪽에 있던 연못, 부여 궁남지에 핀 연꽃에 백제의 한이 서려 있음을 노래했다. 백제의 혼이 살아있는 충청지방이기에 동시조가 가져다주는 감회는 남다르다.  

범종이 눈을 뜨고 법고가 춤을 추면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 함께 놀고

스님의
목탁소리가
산을 가득 채운다- 새벽의 산사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시다.
공간적으로도 계족산, 고란사, 궁남지, 황새바위 등 우리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시들이 담겨있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한다.

저자인 김영수 시인은 동시집 『해님의 전화』 『아기새와 꽃바람』 『봄을 비는 아이』 『꽃나무 꿈나무』 『나뭇잎 편지』를 펴냈다.
또 시조집 『그리움이 꽃피는 뜨락』 『소쩍새 한 마리』가 있으며 문집으로 『사랑이 넘치는 뜨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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