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 고형연료 사업 강행하는 ‘친환경기업’이라니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전경. 자료사진.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전경. 자료사진.

2019년 새해 벽두부터 금산군은 또 다시 강력한 복병을 만났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연료교체문제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가 거론 된지는 꽤 오래됐다. 한국타이어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금산공장 등 타이어생산 공장의 모든 스팀 생산용 보일러 연료를 벙커C유에서 청정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로 교체해서 연간 약 5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 친환경기업이다.

이렇듯 온실가스 배출량 우량기업이라는 찬사와 함께 3년 연속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인 아시아퍼시픽에 편입시키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한 공을 인정받아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CDP(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의 탄소경영 선택 소비재 섹터 위너스에 선정됐다. 국내 타이어 공장 최초로 녹색기업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양한 것이다.

보일러 연료로 벙커C유를 사용 할 때만해도 사실 한국타이어는 금산의 계륵이었다. 연간 100억 원에 달하는 지방재정 공급원이었고 고용증대에도 크게 기여를 한다지만, 1급 발암 독극물인 톨루엔, 벤젠, 사이렌, 다이옥신, 페놀, 스테아린산, 아연화, 유황, 망간, 크롬, 니켈, 수은, 석면, 오일 등 수십여 가지가 타이어 제조과정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보일러에서 발생되는 엄청난 환경 공해 때문이었다.

녹색기업 1년 만에 폐타이어 연료전환

이렇듯 한때 금산군의 계륵이었던 한국타이어가 금산군민의 효자기업으로 거듭 난지 불과 1년여 만에 한국타이어는 또다시 금산군민의 타도대상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금산아노텐 경영악화가 핑계였다. 한국타이어가 자회사인 금산아노텐(폐타이어 재생연료 생산업체)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천연가스연료시스템을 폐타이어 열분해 보일러시스템으로 바꾸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말았다.

환경오염을 우려하며 사업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금산 군민의 악화된 반대여론에 봉착한 한국타이어는 급기야 2015년 12월 폐타이어 고형연로교체사업 추진을 위한 건축허가신청을 취소하기에 이르렀으나, 충청남도 환경관리과장 전결로 2016년 6월 6일 공해배출시설 허가처리를 하고 20여일 지난 7월 8일 금산군에서 건축허가를 일사천리로 승인을 하면서 폐타이어 고형연료 반대운동은 들불처럼 확산되기 시작했다.

폐타이어 고형연료 교체사업이 완료되면 매일 96톤씩 1년 365일 풀가동되는 보일러에서 다이옥신, 수은, 염화수소, 인체에 유해한 초미세먼지 등 특정대기오염 유해물질이 다량 배출돼서 주민피해가 막대하다며 금산군 공해방지비상대책위원회가 2016년 7월 29일부터 주민공청회와 지역 환경역학조사 등을 찬반 주민공청회를 통해서 시설의 설치 여부를 결정 하자고 요구하며 본격적인 금산 군민 반대투쟁이 시작됐다. 

민·관 전문가 마주앉아 해결한다더니

대책위원회의 끈질긴 노력으로 드디어 2017년 4월 11일 금산군환경관리위원회(위원장 이향원 · 충천남도 환경관리과장)를 구성하고 한국타이어가 시설중인 보일러 폐타이어 안정성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후 폐타이어 열분해 및 보일러 시설에 대한 안전성 검증조사용역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국타이어는 현재 추진하고 폐타이어 시설 설치를 위한 토목공사 등 일체의 공사를 전면중단한다고 약속한 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는 폐타이어 열분해시설에 대한 안전성 검증조사 용역을 완료할 때까지 모든 공사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여 하루 96톤 규모의 폐타이어 열분해 및 보일러시설을 준공하고 전격 시험가동을 서둘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대책위원회가 금산군환경관리위원회와의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충청남도 관계공무원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기까지 이르렀다.

민·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는 2017년 4월부터 3개월 일정으로 조사활동을 실시하기로 하고, 환경영향평가서 검증과 고형연료성분검사, 관련 문헌자료를 통한 국내외 사례분석, 현장조사와 분야별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서 의견서를 제시하고 대기환경 개선방안을 수립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가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타이어 폐타이어 고형연료 사용반대시위는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듯 싶었다.

결국은 폐타이어 보일러 가동으로 가닥

김진호 시인 / 전 충남도의회 자문위원.
김진호 시인 / 전 충남도의회 자문위원.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타이어 폐타이어 열분해 보일러시스템 가동은 새해 벽두부터 금산 군민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7일 제원면 이장협의회 월례회가 끝난 후 폐타이어 고형연로 보일러가동을 통보하는 충청남도 관계공무원과 이장 몇몇이 설전이 있었지만, 대세는 이미 한국타이어 쪽으로 기운 듯하다.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으면 16일부터 한국타이어 열분해 보일러시스템은 정상 가동될 것이다. 

한국타이어 열분해 보일러시설 가동이 임박했다는 여론이 1월 두 번째 주말을 뜨겁게 달궜다. 그렇다. 금산은 지금 벌집을 쑤셔놓은 듯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꽤나 의식 있다고 자부하는 지역 인사들로 구성된 금산공해방지대책위원회 임원들이 금산군환경관리위원회위원으로 참여했으니 당연히 안전성 검증조차 제대로 안된 폐타이어 열분해 보일러시스템쯤은 막아낼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어떠했나? 이 시점에서 그들은 폐타이어 고형연료 안전성 조사결과 아무런 문제점도 없다는 사실을 금산 군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게, 마땅한 그들의 도리지자 역할이 아니겠나? 그러나 그들은 한국타이어 열분해 보일러시설가동 합목적성을 확보하려는 충청남도 담당공무원들 앞잡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금산군환경관리위원회에서 그들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으니 하는 말이다. 

온실가스 감축, 이젠 선택 아닌 필수

한국타이어와 금산군, 충청남도에 묻는다. 누가 당신들에게 그런 엄청난 절대권한을 부여했나? 당신네들 사업추진에 방해를 하니까 어르고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그들을 금산군 환경관리위원회에 참여시켰던 것 아닌가? 명분 쌓기 회의에는 참여시키고 정작 필요한 때는 배제(중단하겠다던 시설공사를 몰래 강행)하면서 그들을 적당히 활용한 흔적이 역력하기에 하는 말이다. 마치 1970∼80년대 어용노조처럼.
   
한국타이어가 추진 중인 폐타이어 열분해 보일러시스템은 애시 당초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한국타이어가 사용 중인 천연액화가스는 한국타이어로 하여금 연간 5만 여 톤의 온실가스를 저감시킨 최상위 청정연료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천연액화가스는 한국타이어를 친환경 우량기업으로 성장시킨 ‘절대적 존재’가 아니었나. 그래서 한국타이어에 있어서 천연액화가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경고한다. 폐타이어 열분해 보일러시스템을 가동하는 순간 한국타이어는 족벌경영체제를 위해서 75억 인류와의 약속을 어긴 몰염치한 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충청남도와 금산군 또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친환경 정부정책을 역행한 부도덕한 지방정부로 낙인찍힐 것이다. 결자해지라 했다. 한국타이어와 충청남도, 금산군은 이제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5만4000 금산군민이 지켜보겠다

오늘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초 미세먼지 앞에 악전고투(惡戰苦鬪)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국민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온실가스 저감 대책에 앞장서야 할 이유다.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오늘 우리 국민들이 초미세먼지로 고생을 하는 이유가 위정자들의 정책오류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주지해야한다. 지구 온난화 물질을 강제하기 위한 탄소배출권거래제시행을 마련하지 못한 이명박 정부 때문이다. 

1997년 기후변화협약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배출권거래제도(JET)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정부가 이를 두 차례나 어기고 박근혜 정부로 넘겨버렸기에 하는 말이다. 이렇듯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위정자는 영원한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시대정신을 거스르지 말아야할 이유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충청남도의 현명한 처신을 똑똑히 지켜보겠다.

1882년 조선반도를 덮쳤던 큰 가뭄으로 인하여 각종 사회혼란이 야기되고 계속되는 정부의 부패로 민심이 동요하는 가운데, 고부군 군수(지금의 정읍시 고부면) 조병갑의 물세(水稅) 횡포가 도화선이 된 동학혁명도 농민운동에서 비롯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의 정치상황과 지방자치 27년 만에 완전 거덜이 난 우리 금산군의 처지가 어쩌면 동학혁명 전야와 너무나도 흡사해서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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