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사회적 갈등 조정할 ‘대전형 협치모델’ 고민해야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정의당 대전시당이 허태정 대전시장과 여·야 정당에 ‘여야정 상설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허 시장과 원내 5개 정당의 시당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기구를 만들어 시정을 함께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당장 허 시장 주변에서는 “협치 관점에서 긍정적 제안이지만, 이념과 정책방향이 다른 정당과 시정 현안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제안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도 표출됐다. 사전협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꼭 기자회견 형태로 일방적으로 던지듯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는 평가다. 소통 그 자체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정치적 제스처’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다소의 반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 갈등현안을 풀어나가는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정의당의 ‘여야정 상설 협의체’ 구성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설협의체 구성의 핵심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갈등 사례가 좋은 본보기였다. 2년 여 찬반갈등을 겪으면서 소요된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될까. 시민참여단 구성 등에 쓰인 공론화 비용 수억 원은 그야말로 ‘소액’에 불과할 뿐, 갈등비용 전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환경의 가치를 중시하는 진보정당과 개발논리를 강조하는 보수정당까지 단일한 협의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면, 사회적 갈등해소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며 행정력까지 낭비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월평공원 찬반논란의 교훈이다. 

무엇보다 대전의 현 상황이 엄중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허 시장 스스로 밝혔듯, 2019년 대전은 여러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예타면제 결정, 야구장 신축부지 선정, 월평공원 사업방향 결정, 역세권 개발, 둔산 센트럴파크 사업, 보문산 개발사업 등 굵직한 현안이 줄지어 섰다. 

대부분 개발과 보존의 가치가 충돌하거나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대형 현안들이다. 각 정당이 각자의 입장에서 시정을 비판하거나 또는 강도 높은 여론전에 나설 수 있는 갈등 소재들이 많다는 의미다. 

시장이 정당의 지역대표들과 둘러 앉아 시정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할 수 있다면, 갈등 요인을 미연에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갈등의 간극을 좁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의 통로가 열려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동장치가 될 수 있다. 

민선 시대, 대전의 역대 시장들 중 ‘협치 모델’을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보스형’ 시장이 집권하면 전임 시장이 결정한 중요한 시책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일이 다반사였다. 협치는 커녕 시정의 연속성조차 보장되지 않는 구조였다.  

지금 허태정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보스형’ 리더십을 바라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대전형 협치 모델’을 만드는 일. 정의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 협의체’가 아닌 다른 형태라도 대전엔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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