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전 교육․시민단체, 교원업무 정상화 요구 기자회견
전교조, 현장교사 3511명 서명담은 정상화 요구서 교육청 전달

대전지역 교육 및 시민단체들이 각급 학교현장 교사들의 행정업무 과중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육청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전지역 교육 및 시민단체들이 각급 학교현장 교사들의 행정업무 과중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육청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왜 교사가 CCTV를 관리해야 하고 매달 학교시설 안전점검을 해야 하는가."

대전지역 각급 현장 교사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본연의 역할인 학생 지도 뿐 아니라 각종 행정업무까지 쏟아져 정작 학생들 관리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대전교육희망네트워크, 대전참교육학부모회, 대전학부모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 평등교육실현을위한대전학부모회 등 지역의 교육∙시민단체들은 10일 오전 대전교육청 정문에서 '교원업무 정상화'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고충을 적나라하게 털어놨다. 대덕구 송촌초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은주 교사는 이날 회견에서 마이크를 잡고 "초등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업무는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로 스스로 자청하는 교사들이 없을 정도"라며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억지로 떠맡아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우리 교사들이 방과후 학교 강사 채용부터 시간표와 일정표 작성, 안내문 발송 및 출석 체크까지 하고 강사비 지급에 강사 관리까지 해야 하는가"라며 "초등 돌봄에 강사비부터 간식비와 교구, 시설 설비까지 기안하고 확인해야 하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교사가 왜 CCTV를 관리하고 매달 학교 시설안전점검을 해서 보고해야 하는가. 꿈나무 지킴이를 채용하고 관리까지 해야하는가"라며 "교사가 회계직인가 행정직인가. 수업 연구할 시간에 계산기 두드려가면서 품의하고 기안하며 점검하고 보고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까지 쫓겨가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공문처리하느라 진땀을 뺀다"고도 했다.

모 교사는 "어느 방과후 학교 부장 교사는 '사설 학원의 매니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 정도로 대전에서 초등 방과후와 돌봄을 맡고 있는 교사들은 내가 정말 교사가 맞는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심각한 자괴감과 절망감에 빠져 있다"면서 고충을 털어놓은 뒤 "심지어 이 업무로 인해 질병에 걸린 교사들도 상당수 있다. 행정업무로 인해 고통받고 신음하고 있다"고 현장 교사들의 애환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다보니 교사들의 수업 연구는 뒷전이고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다"며 "앞으로는 업무폭탄에서 벗어나 교사로서 자존감을 되찾고 아이들과 눈 마주치면서 의미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 교육감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해 달라. 그것이 대전교육을 살리는 첫 걸음"이라고 토로했다.

모 교사의 이같은 발언은 이미 설문조사를 통해 심각성이 드러났다. 전교조 대전지부가 지난 해 10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500여명의 교사 중 82%가 대전이 타 시도에 비해 업무가 과중하다고 답했다. 행정업무로 인해 대전 학교현장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등에 따르면 교사의 임무는 '학생 교육'임에도 대전지역 각급 학교에서 교사들의 업무는 CCTV 관리나 방과 후 자유수강권 지급, 배움터 지킴이 운영 등 행정업무에 이어 심지어 공기청정기 설치 계약 및 관리 업무까지 맡는 경우도 있다는 게 시민단체측의 입장이다. 때문에 교사 본연의 역할인 학생 수업활동과 상담, 생활지도 등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교조가 지난 해 11월 26일부터 12월 21일까지 한달 가까이 진행한 '교원업무 정상화 요구' 서명운동에 189개교 3511명 교사들의 참여했다는 점은 그만큼 현장교사들이 행정업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김중태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대전에 있는 교사들은 수업하고 학생 생활지도나 상담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 힘들다고 한다"면서 "교사가 CCTV 업무나 에듀파인, 돌봄업무, 학교시설 설비, 방과후 강사 계약 및 정산, 수학여행 업체 계약 및 정산 등 다른 시도에서는 하지 않은 일을 대전에서는 교사들이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설동호 교육감은 교원업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겠다고 공약했음에도 교사의 행정업무는 계속 늘고 있다"면서 "교육청이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며 행복한 대전교육을 만들기 위해 교원업무를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육 및 시민단체들은 설 교육감을 향해 △성과주의 전시성 정책사업 70% 이상 폐기 △교사에게 행정업무 부여 금지 △교원노조와 단체교섭 또는 정책협의회 등을 요구했다. 또 현장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원업무 정상화 요구' 서명운동 결과는 대전교육청에 전달했다.

대전교육청 차원의 실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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