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기자는 외부사람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 없어?”

없어요. 있다면 극동대에 전화를 건 적이 있죠.”

극동대? 누구에게.”

따냐 교수가 보이지 않아......”

따냐, 같이 동행했던 여교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이 시간이 갈수록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게는 기분 나쁜 일이지만 그에게는 그리 기분 나쁠 것도 없을 것 같이 생각됐다.

혹시 그 장소로 나올 때 어떻게 하란 말은 없었어. 이를테면 여비를 충분히 가지고 나오라든가 아니면..... 혼자 나오라든지.”

혼자 나오란 말은 있었지요. 택시를 타고…….”

그는 그러면 그렇다는 듯이 자신의 무릎을 쳤다. 그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영사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의 말투에는 다급함이 묻어있었다.

왔어? 사진은? 알아 볼 수가 없어? 계속해서 연락을 취해봐. 사진을 입수해야 해. 서울에다 다시 촉구해봐 알겠어?”

그는 짜증 섞인 말투를 내뱉은 뒤 수화기를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나 선배는 내게 말하지 않았지만 어떤 흥분에 자잘하게 떨고 있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됐고 시간이 갈수록 그는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처럼 방안을 오갔다. 자신의 외교관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분명 손끝에 만져지는 그 무엇이 있다는 눈치였다.

그는 그 때까지 옆에 서서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영사관 직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자료를 이곳으로 보내올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는 말뚝박이 상사처럼 명령 투의 말투가 입에 배어있었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의 눈치만 살폈다. 야로슬라브는 우리가 박 부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자리를 비웠다.

장 기자 내 추리가 맞는다면 어떤 함정이 있을지도 몰라. 사태가 심상치 않아. 음모일 수도 있고. 사진을 보내오면 확인이 되겠지만 …….”

그는 사진을 가지고 오기 전에 자신의 추리가 맞는지를 내기라도 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는 두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번거롭게 손을 놀렸다. 마음을 누그려 뜰이지 못하고 안절부절 했다.

나는 시계를 내려다 봤다.

11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몇 시에 만나기로 했다고?”

오후 130.”

앞으로 1시간 30분은 남아 있어, 그 정도면 기바리쏘워까지 충분할거야. 사진만 확인하고 가자고.”

나는 조바심이 났다. 박 부장과 약속이 늦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채린이 지금 기바리쏘워 인근에 있다는데 사진이나 확인하자며 나를 잡고 있는 나 선배의 심산이 거북했다.

호텔 팩스 실로 내려간 영사관 직원이 급히 달려왔다. 그는 매우 헐떡거리고 있었다. 목덜미 너머로 젖은 땀이 흘러 흰 와이셔츠 깃 속으로 숨어들었다.

서울에서는 무엇이라고 말해. 아직도 구하지 못했다는 얘긴가?”

사진을 구하기는 구했는데 사진이 너무 작아 팩스로 보낼 경우 알아 볼 수가 없을 거랍니다. 아무튼 영사관으로 다시 팩스를 보낸다고 했습니다.”

나 선배는 그의 손에 들려져 있던 팩스용지를 빼앗듯이 낚아챘다.

그런데 이게 뭐야. 사진을 알아볼 수가 없잖아. 왜 이 모양이야.”

호텔로 들어오는 회선이 좋지 않아 사진이 검게 타버렸습니다. 영사관으로 들어가시는 편이 더 빠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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