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서울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전 출신이다. 충남고 사거리의 게시대에는 ‘고 임세원 동문을 추모합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충남고 동창회페이스북엔 “세계 의학계에서도 촉망받던 정말 훌륭한 의사(박사)였던 동문이었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는 추모의 글이 띄워져 있다. 

임세원 의사는 1990년 충남고(28회)를 졸업한 뒤 고려대 의대를 나와, 성균관대 의대교수 겸 강북삼성병원 의사로 일해 왔다. 그는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의사였다. 사고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에는 임 교수가 진료실에서 다급하게 뛰쳐나와 간호사들에게 도망치라고 알리는 모습이 담겼다. 다급한 순간에도 임 교수는 간호사들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여러 차례 뒤를 돌아봤다. 

유족은 “오빠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 텐데 두 번이나 멈칫한 채 뒤를 돌아보며 ‘도망쳐!’ ‘112에 신고해!’를 외쳤다”며 안타까워했다. 임 교수의 동료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의 이동우 소장은 “그날 환자가 찾아온 시간이 외래업무가 종료된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2018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이어서 그냥 ‘다음 기회에 오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임 교수 성품으로 봐서 아마 거절하지 못하고 진료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임 교수는 누구보다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환자와 함께 하려했던 의사였다. 특히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정신과 환자가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 그는 성실한 학자이기도 했다. 20여년 간의 우울증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죽고싶은 사람은 없다’는 책을 냈다. 발표 논문도 100편이나 된다. 환자를 아끼고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했던 의사였다.

이번 사건으로 의료 환경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툭하면 폭력에 휘둘리고 희생되는 의료 환경은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정신과 환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고 이들을 배제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임 교수 유족은 “고인의 생전 소명의식대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생을 계기로, 우리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임 교수의 희생은 또 다른 환경에서 위험과 기꺼이 맞서며 소임을 다하는 직업군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설로도 그 위험을 다 막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그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현장을 지켜야 한다. 임 교수는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기꺼이 그 위험과 맞선 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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