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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고, 무슨 말이야, 지금 블라디보스토크 근처로 오고 있는데.”

“..........”

회의 때문에 올 수가 없을 거라고? 서울 본사에 확인해 본 결과인가?”

“...........”

“3일 전에도 그곳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그게 확실 해?”

그는 도리어 영사관 직원들의 확인 사실을 믿기 힘들다는 말투였다. 거듭해서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말이야 그 친구 신원하고 사진을 이쪽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해.팩스로 알아듣겠지? 사진은 알아볼만한 크기로.”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던지듯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손으로 머릿결을 급히 쓸어 넘기며 말했다.

장 기자 전화내용 들었지. 심상찮아. 어딘지 탐탁찮은 구석이 있어. 박 부장은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는 거야. 그리고 3일 전에도 현지에서 회의 결과를 보고했다는 거야. 그런데 그가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에 와있다니 솔직히 믿기지 않아. 장 기자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믿을 수 없어…….”

무슨 의심이 간다는 겁니까. 그가 내게도 상트페테르부르크 회의에 참석도중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고 말했단 말입니다. 또 회사에는 그곳에 있다고 둘러댈 수도 있고, 게다가 3일전에 회사 측과 통화를 했다면 그 시간에 이곳에 올 수도 있지 않겠어요?”

나는 나 선배의 말에 강하게 반문했다. 나 선배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의 말을 곱씹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지구를 반 바퀴 돌아야 하는 거리에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열차로 달려도 일주일 이상을 달려야 하거니와 비행기로도 1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에 있었다. 그런 먼 거리에서 단순히 나를 만나기 위해 달려온다고는 믿지 않았다. 회사에는 그곳에 남아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나홋카로 돌아 올 수 있는 일이었다.

더욱이 그가 어디에 있건 채린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가 러시아 상사 측과 협의를 하거나 또 그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그렇지 않고는 나와 무관한 일이었다. 내게는 그가 지금 나를 위해 기바리쏘워 지역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아니오. 그럴 리가 없어요. 박 부장과는 벌써 4년 동안 사귀었는데 그렇게 희미한 사람이 아니오.”

글쎄. 내 생각에는 무슨 말 못할 뒷얘기가 숨어있을 것 같은데.”

그의 눈알이 반짝거렸다. 그것은 흡사 퍼즐게임을 즐기듯 바삐 움직였다. 그의 예리한 판단력이 자신이 정해놓은 답을 찾아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어떻게 호텔로 전화를 했을까? 이 방은 전화번호를 알 수 없을 텐데, 또 이 호텔로 옮겨온 것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테고?”

그는 모든 일을 의심하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의문의 꼬리를 파 들어갔다.

전화번호를 영사관에서 알았다든가…….”

무슨 말이야, 이 호텔 전화번호를 영사관에서 알려줄 리가 없지.”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말을 내뱉을 때마다 한 마디씩을 덧붙였다.

! 다른 곳에서 알았답니다.”

나는 그를 향해 쏘아 붙이듯이 말했다.

그는 다시 영사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숨 가쁜 목소리로 외부인에게 이곳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있는지를 그곳 직원들에게 확인 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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