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08]
탈북자 [108]
  • 이광희
  • 승인 2019.01.0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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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에게서 언제 연락이 왔어?”

잠시 전에 전화가 …….”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글쎄요.”

그의 말소리가 빨라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김 선생이 있다는 곳이 어디야.”

그곳은 알려드리기가.”

무슨 얘기야.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이곳은 서울이 아니라 러시아란 말이야 러시아.”

그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그곳이 어디냐니까?”

기바리쏘워 근처.”

언제 만나기로 했어.”

오후 130.”

나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약속 시간이 불과 두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꼬치꼬치 캐묻는 그가 탐탁지 않았다. 나는 나 선배와 통화를 하면서도 괜히 그 에게 전화를 건 것은 아닌가 후회했다.

장 기자, 잠시만 기다려. 그리로 갈 테니까. 혼자 갈 생각은 아예 버리라고. 여긴 러시아라는 걸 명심해.”

“...........”

잠시만 전화를 끊지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

침묵이 수화기를 사이에 두고 가로놓였다. 나 선배의 숨소리와 영사관 직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전선을 타고 들려왔다. 그 소리는 나를 더욱 숨 가쁘게 만들었다. 잠시도 지체할 수 없는 마당에 빈 수화기를 들고 서 있는 것은 한심한 노릇이었다.

얼마쯤 기다린 뒤에야 나 선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방금 확인한 사실인데 종합상사 박 인석부장은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출장 중이라 이곳에 올 수 없다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구소련의 레닌그라드를 일컫는 것이었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 이들은 레닌그라드를 제정 러시아 때 부르던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부르고 있었다.

알고 있어요. 페테르부르크에 출장 갔다 어제 밤에 돌아왔답니다.”

박 인석이 확실해?”

그럼요, 그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정도로 친숙한 사람인데.”

나는 나 선배가 심문을 하듯 물어오는 것이 못내 언짢았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시계가 1135분을 넘기고 있었다. 시계바늘이 움직일 때마다 나는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호텔 방을 오갔다.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기바리쏘워, 오후130…….’

나는 같은 생각을 거듭했다.

얼마나 걸릴까. 머뭇거릴 시간이 있을까. 괜히 전화 한 것은 아닐까. 박 부장이 먼저 그곳에 도착한 뒤 나를 기다리다 돌아갈 수도 있어.’

조급함이 목에 턱턱 걸렸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풍선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헐떡거리듯 내가 숨을 몰아쉴 때쯤 나 선배가 호텔로 찾아왔다. 젊은 영사관 직원과 함께였다.

그는 숨 짧은 소리로 미심쩍은 구석이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확인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못마땅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괜한 일로 시간을 죽일 속셈은 아닐까 의심했다. 그 때 전화벨이 방정맞게 울렸다. 나 선배는 기민하게 수화기를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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