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52] 3.1운동 100주년 기념식, 민족혼 성지에서

독립기념관 홈페이지 메인화면.
독립기념관 홈페이지 메인화면.

2019년 새해 첫 정치레이더 시작합니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여러분은 ‘3.1운동’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독립만세, 독립운동가, 독립선언문 같은 ‘독립’이 들어간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충청도가 고향인 저는 ‘독립기념관’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유관순 열사와 병천 아우내장터도 3.1운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충절의 고장의 상징적인 인물과 장소이지요.

정부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국가 기념식으로 치르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가 출범했는데요. 추진위는 기념식 준비를 비롯해 학술대회, 역사교육과 함께 국민 참여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중이랍니다.

여기에는 이번 기념식을 ‘국민 통합’과 ‘남북 화합’의 연결고리로 삼으려는 문재인 대통령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지난 2일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문 대통령은 이런 염원을 담아 방명록에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 함께 잘 사는 나라’라고 썼습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3.1절 기념식을 서대문형무소에서 거행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단골장소였던 세종문화회관에서 나와 역사의 장소에서 ‘시민과 함께’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기념사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이 민주공화국의 출발이었음을 강조했는데요. 잠깐 볼까요.

“3.1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이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명백하게 새겨 넣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되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해 추진위 출범식에서 남북이 독립운동 역사를 공유한다면 서로의 마음도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뜻은 지난 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공동개최하자는 제안으로 이어졌습니다.

독립기념관 홈페이지
독립기념관 3.1절 기념행사 모습. 독립기념관 홈페이지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식을 치른다면 아마 전 세계가 깜짝 놀랄 겁니다. ‘한민족의 힘’을 세계만방에 떨치는 대역사를 쓰는 날이 될 거니까요. 바라건대 그 역사적 장소가 독립기념관이었으면 합니다. 

단순히 독립기념관이 충청도에 있어서가 아닙니다. 독립기념관이 지닌 역사성과 상징성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독립기념관은 44년 전, 일본의 역사왜곡에 분노한 국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국민이 주인’인 곳입니다. 국민들 자부심과 나라사랑 정신이 빛나는 민족혼의 성지가 바로 ‘독립기념관’입니다. 독립기념관은 또 국가보훈처 산하 준 정부기관이며, 국정감사도 받습니다.

그런데 지난 박근혜 정부는 이런 겨레와 민족의 상징적 장소를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정부 주관으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은 2010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참석했던 행사가 가장 최근입니다. 지난 8년 동안 독립기념관 기념식은 도(道) 행사로 전락한 겁니다.

충남도는 해마다 독립기념관에서 정부 주관 3.1절 기념식을 건의했지만 한마디로 ‘소귀에 경 읽기’였습니다. 올해도 양승조 충남지사를 비롯해 구본영 천안시장, 인치견 천안시의회 의장까지 나서 3.1운동 100주년 정부 기념식을 독립기념관에서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이번만큼은 대통령과 정부가 이들 단체장의 울림을 진정성 있게 들어주길 간청 드립니다.

사연 하나 더 소개합니다. 3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면 생각나는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영원한 누나(언니)’ 유관순 열사인데요. 그녀는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독립 만세를 외치다 모진 고문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유 열사의 서훈은 대통령 헌화조차 받을 수 없는 3급(독립장)에 불과합니다.

물론, 유 열사 상훈을 국민 정서에 맞게 1등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여론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습니다. 지난해는 서훈 등급을 올리기 위한 상훈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나왔는데요. 국회와 정치권의 무관심에 해를 넘겼습니다.

한술 더 떠 국가보훈처는 ‘한번 결정된 서훈은 재심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집하듯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출범 100주년을 맞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유 열사를 선정했습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기미년(己未年)의 ‘한국의 잔 다르크’ 유관순 열사가 기해년(己亥年) 3월 활짝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요 대통령님, 올해 3월 1일은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해 남북이 독립기념관에서 공동기념식을 갖고요. 근처 유관순 열사 유적지에서 산책을 추천합니다. 판문점 도보다리와 삼지연 초대소에 버금가는 춘삼월 경치가 그윽하게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100년 전 유관순의 3.1만세 함성이 울려 퍼진 병천 아우내 장터에서 그날의 역사와 정신을 기리며 시민들과 함께 태극기나 한반도기를 들고 만세 퍼포먼스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출출해지면, 김 위원장과 얼큰한 순댓국 한 그릇 나누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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