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충남대 교수 / 디트뉴스 자문위원

기해년의 새해가 힘차게 밝았다. 올해는 대전시의 현대사에 매우 의미 있는 한해가 될 것이다. 1949년 인구 12만 6000여명으로 대전시가 된지 올해 출범 70주년을 맞는다. 동시에 충청남도 대전시에서 인구 100만을 돌파한 결과 대전직할시로 승격한지 30주년을 맞는 경사스러운 해다. 

경부선의 대전역을 통과한 이래 대전시는 지난 백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래서 대전시는 이 의미를 살려 올해를 대전방문의 해로 선포했다. 일년간 5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전시로서는 상당히 역동적이고 희망찬 한해가 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1914년 호남선이 대전을 통과한 이래 100년 만에 KTX 시대의 호남선 서대전역은 겨우 명맥만 유지한 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파리 목숨의 신세로 전락했다. 공교롭게 대전의 인구가 줄기시작한 시점도 바로 2014년부터다. 세상에 혜성같이 등장한 대전시가 꼭 100년 만에 쇠퇴의 길로 접어든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1989년 대전인근에 국방의 총본산인 계룡대가 입지한지도 30년이 되었고, 1992년 대전 시내에 삼군 교육의 요람인 자운대가 자리 잡은 지도 27년이 가까워 옴에도 우리는 그동안 이 좋은 국방인프라를 지역경제와 지역인재 양성에 전혀 활용도 못해 왔다. 그 중요한 시설들이 여전히 대전발전과 대전시민의 삶과는 무관한 실정이다. 

수자원의 종합개발과 그 이용 및 보전에 관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국가경제 성장과 국민생활의 향상에 크게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수자원공사가 대전에 이전한지도 올해 45주년이 된다. 그러나 대전시 3대 하천관리를 통한 물 관리나 지역경제 발전 차원에서 수자원공사는 대전과 그리 가깝지 않았다. 

아니 역대 어느 시장도 양 기관이 가깝게 지내며 대전발전에 어떡하든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1998년 11개 중앙행정기관과 4000여명의 중앙공무원이 대전 제3청사로 이전한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러나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행정타운의 간판를 세종시로 넘겨주고 지금은 그저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는 고립된 행정기관과 공무원들만 있을 뿐이다. 행정도시 대전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09년 코레일 본사가 대전에 터를 잡은 지 10년이 되었다. 대전 시민들은 한국철도공사 본사가 오면 대전은 당연히 철도도시의 메카가 됨으로써 철도박물관의 유치를 비롯 대전역이 부활할 줄 알았다. 그 결과 대전시가 다시 한 번 KTX 시대 삼남의 관문이 되어 대전역은 물론 서대전역과 원도심의 살아남으로써 도시부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부푼 꿈에 들떠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서대전역이 간이역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시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고, 대전시장과 국회의원들은 코레일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장엔진으로 역할을 부여받고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중앙행정기관과 공사, 군 시설, 연구단지 등은 반드시 지역발전과 연계되어야 한다.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도시발전의 전략이다. 

연구단지가 지역에 들어오면 그 지역의 대학과 인재들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많은 지역민들이 연구단지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지역민들의 과학적 사고의식이 향상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과학도시 또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가 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서 지역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 국방시설이 들어오면 국방인프라를 지역과 어떻게 연계해서든지 국방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민들이 군 시설 입지를 환영하고 지지를 보내게 된다. 수자원과 철도공사 역시 지역의 물 관리와 교통관리를 개선할 의무가 있다. 대전시도 그 기관들을 적극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은 물론이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육동일 충남대 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대전시가 대기업을 유치하거나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데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대전에 이미 소재하고 있는 중앙행정기관과 공사, 군 시설, 연구단지 등과의 치밀한 교류와 협업으로 대전발전과 반드시 연계시켜야 한다.

끝으로, 대전의 심장이 다시 뛰어 대전의 저력, 매력,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우리 대전 시민들이 금년부터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전 시민들이 대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는 일이다. 

대전시는 충청과 영·호남을 비롯한 전국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평화로운 도시이다. 게다가 배타적인 지역색이 별로 없는 관용의 도시(Tolerance)라는 도시의 장점이 있다. 이 장점은 도시가 발전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런데 최근에 대전시도 출신지별로 결집하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각종 선거에서 일부 정치인이나 정당이 이 지역색을 활용한 측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민들이 자기 출신 고향을 사랑하는 애향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또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전에 살면 고향에 앞서 대전시민이며 대전을 사랑하고 대전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침체와 쇠퇴위기를 겪고 있는 대전이 하나로 뭉치기는커녕 출신지역별로 분열된다면 재도약의 기회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룬 히딩크 감독이나, 최근 베트남의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도 선수 선발에 지역색을 따지지 않고 유능한 선수를 기용했기 때문에 성공 신화를 창조한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요컨대, 기해년 새해가 위기를 기회로, 침체를 번영으로 그리고 분열에서 하나로 가는 진정한 대전의 해가 되기길 간절히 소망한다. 디트뉴스 독자여러분, 새 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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