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노무현 명예훼손 혐의 결과 주목, 박-‘불륜설’ 멍에 벗을까
자유한국당 정진석 국회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4년만의 리턴매치를 앞두고 ‘검찰조사’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 검찰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정진석 의원은 지난 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서면조사를 받았다.
정 의원은 지난해 9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진석 “박원순 주장 반박 논평이었을 뿐..충분히 소명”
검찰 조사 결과에 향후 정치적 입지 결정될 듯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 장남 건호 씨는 사흘 뒤인 9월 25일 정 의원을 명예훼손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의 사법처리 결정은 내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조사 결과에 따라 정 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의원은 이날 검찰 조사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디트뉴스>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때문이라는 (당시)박원순 서울시장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논평이었을 뿐이라는 게 제 일관된 입장으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 의원에 석패한 박수현 실장도 최근 정치적 행보에 영향을 줄만한 사법당국의 결정이 내려졌다. 박 실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당시 자신의 불륜 의혹을 폭로한 오영환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6일 오 씨를 무혐의(불기소) 처분했다.
이러자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과 같은 당 소속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성 의원들은 박 실장의 사과와 비서실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과 기자회견으로 정치적 압박을 가했다.
박수현 “검찰 결정문에 ‘내연관계 실체 인정 어렵다’ 적시”
지방선거 당시 발목 잡은 ‘불륜설’ 꼬리표 떼나
이에 박 실장은 검찰의 결정문을 근거로 제시하며 정면 대응했다. 박 실장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 ‘내연관계의 실체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의자 주장을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시했고, 오영환도 수사과정에서 ‘소문일 뿐 실제 직접 목격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후 같은 내용을 기자회견하거나 기사화한다면 수사과정에서 이미 실체가 없다고 확인된 사실을 반복해서 공표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형사고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박 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100% 불기소를 예상했지만, 검찰의 결정문 4줄을 받으려고 (고소를)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소를 취하하면 저는 (진실을)주장할 근거가 없다. 나중에 누가 또 (허위사실을)들고 나오면 반박할 근거가 없잖은가. 대질심문과 거짓말탐지기까지 최선을 다했고, 저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고 역설했다. “한국당 수석대변인과 의원들은 결정문 자체는 보지 않고 불기소 처분만 갖고 (정치공세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박 실장이 이번 검찰 결정문을 통해 그동안 꼬리표처럼 붙었던 ‘불륜설’의 멍에를 벗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차기 총선에서 상대 후보 측이 또다시 이를 정치쟁점화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해명과 주장 불구 차기 총선 ‘정치쟁점화’ 불가피
4년만의 리턴매치 앞두고 등장한 돌발변수에 지역민심 ‘들썩’
따라서 두 사람의 검찰 조사 결과는 1년 4개월 남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요동칠만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차기 총선에서 재격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최근 벌어진 검찰 조사는 보수와 진보가 혼재한 지역 특성상 치열한 공방의 소재로 이용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정 의원과 박 실장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충남 유일 합구지역인 공주·부여·청양에서 맞붙었다. 그 결과 정 의원이 48.12%를 얻어 당시 현역의원이던 박 실장(44.95%)을 3.17%포인트 차로 꺾고 4선 고지에 올랐다.
19대 총선 때 서울 중구에 출마했다 낙선했던 정 의원은 4년 만에 국회로 컴백한 여세를 몰아 원대대표에 올랐다. 이후 탄핵 정국의 혼란스러운 당을 정비하고, 계파 청산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의원은 내년 2월 치러지는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박 실장은 지난 해 5월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민주당 대변인을 3번이나 맡으며 뛰어난 대국민 소통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발탁 배경으로 작용했다.
박 실장은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 직을 고사한 뒤 지난 6월 지방선거 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불륜 의혹에 휩싸이며 자진사퇴했다. 지난 7월 문희상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정치권에 복귀하며 차기 총선을 준비 중이다.
4년 만의 리턴매치를 앞둔 두 정치 거물 앞에 검찰조사가 돌발변수로 등장하면서 지역 민심이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