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51] ‘소통기자단’이 일구는 취재환경 개선을 응원하며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 룸. 자료사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 룸.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입기자는 300여명입니다. 크게 풀(POOL) 기자단과 비(非) 풀기자단으로 나뉩니다. 또 비 풀기자단은 ‘상주기자단’과 ‘소통기자단’으로 구분됩니다. 대략 3개 기자단이 운영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중 영향력이 가장 큰 집단은 풀 기자단인데요. 여기에는 중앙 메이저 방송사와 중앙 및 지방 유력 일간지, 인터넷 매체 등이 속해 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외부 행사 취재를 독점할뿐더러, 해외순방에도 전용기 탑승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풀기자단은 개인 부스가 딸린 춘추관 1층을, 나머지 기자들은 2층 브리핑 룸을 쓰고 있습니다.

때문에 같은 출입기자면서도,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 역대 정부부터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하려는 기자들은 20여명으로 구성된 ‘소통기자단’입니다. 이들은 청와대 기자단 가운데 가장 소수집단입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신규로 출입한 기자들인데요. 출범 당시는 ‘새춘추(새롭게 춘추관을 출입하는 기자단)’란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얼마 전 ‘소통기자단’으로 명칭을 바꿨는데요. 문재인 정부 시작과 함께 출입했으니, 이제 1년 6개월밖에 안된 풋풋한 새내기들입니다.

이들이 춘추관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얼마나 큰 포부가 있었을까요. 국가 최고 권력기관을 출입한다는 자긍심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에 에너지가 넘쳤을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대변인 브리핑 땐 날카로운 질문으로 파고들었고, 국민 여론에 반하는 정책에는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1년 6개월을 지내오며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쳤지요. 무엇보다 기득권 세력인 풀기자단과의 불합리한 취재여건에 설움과 좌절을 겪어야 했죠. 예를 들어, 지난 4월 판문점과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현장취재를 하지 못했습니다. 현장 취재가 소수 인원인 탓에 풀 기자단 내에서도 제비뽑기로 정했다는데요. 이들은 뽑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은 청와대 기자단에서조차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은 그때마다 저항과 반발을 시도했지만, 다수의 힘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과 입술로 버티는 법입니다. 1년 반 시련 속에 이들은 어떤 조직보다 단단해졌습니다. 갈등도 더러 있었지만, 그때마다 서로 손잡아 일으켜주며 고비를 넘겼습니다.

어제(27일) 소통기자단은 첫 송년 오찬을 가졌습니다. 기자들은 차례로 자리에서 일어나 지난 시간을 반추했습니다. 불리한 취재 환경에서도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부단하고 지난했던 노력을 격려했습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술도 한잔 씩 기울였습니다.

출입처 변경으로 떠나는 기자들과 후임 기자들의 인사도 있었습니다. 동고동락했던 이들은 어느새 ‘동료’ 관계를 넘어서 ‘동지(同志)’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언론 개혁의 출발점은 청와대 춘추관부터라고 말입니다. 떠나는 자와 남은 자, 새롭게 시작하는 기자들은 그렇게 한해를 보내고 맞이하게 됐습니다.

인사이동으로 출입처를 옮기는 한 기자의 소회를 전합니다. “소통기자단과 함께했던 1년 6개월은 참 따듯했습니다. 불합리한 취재 여건에도 꿋꿋하게 정도(正道)를 걷는 소통기자단이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소통하며, 청와대 취재환경 개선에 앞장서 주길 바랍니다.”

이들의 새해 목표는 국가 권력을 향한 비판에 주저하지 않고, 사회정의를 선도하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춘추관의 ‘정론(正論)’입니다. 이들이 뜨거운 가슴으로 쓰는 직필(直筆)이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들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지난 정부 ‘절대 권력자에 질문도 못하는 기레기’ 소리를 듣던 청와대 기자단 이미지를 벗고, 개혁과 혁신을 불러일으키기 바랍니다.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절대 권력을 매섭게 비판하는 사회적 공기(公器)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난 1월 5일 ‘신년 여론조사 결과, 숨은 비밀을 찾다’로 출발한 <류재민의 정치레이더>가 올해 마지막 글을 올립니다. 김대중 정부 연설비서관 출신인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로 유명한데요. 그는 최근 《강원국의 글쓰기》란 책에서 “블로그 이웃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그들이 내 글을 기다리는 상황이 다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작용했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진다”는 응원과 격려가 매주 정치레이더를 생산하는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딱딱한 정치이야기를 말랑말랑하게 쓰겠다고 한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주일마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준 독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정치레이더는 계속됩니다. 저는 내년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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