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시인 '사랑해요 바보몽땅'..박 교사 '영화는 여행이다'
부부 교사인 강병철 시인과 박명순 평론가가 나란히 책을 펴내 화제다. 주인공은 충남 서산의 대산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인 강 시인은 『사랑해요 바보몽땅』을 내고, 천안여중 국어교사인 아내 박 교사는 영화 에세이집 『영화는 여행이다』를 냈다. 두 책 모두 출판사 ‘삶창’을 통해 나왔다.
『사랑해요 바보몽땅』은 강 시인의 5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기억의 힘’으로 쓰여졌다고 강 시인은 말한다. 어느 작품인들 기억의 도움을 피할 수 있을까마는 이번 시집은 특히 ‘명료하지 않은 기억의 더미들을 불러내 재해석한 것’들이다. 시인은 기억 속의 여러 인물들을 호출해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 목소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엊그제 우리의 모습이 드러나고 한국의 현대사가 보인다.
지금 전교조의 전신은 민교협(민주교육추진전국교사협의회)이고, 민교협은 이른바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태동했다. 교사였던 강 시인은 1985년 『민중교육』에 소설 「비늘눈」을 실은 죄로 해직교사의 길을 걷기도 했다. 교단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국작가회의 등에서 활동해왔다. 2000년대 초반 이어 다시 2018~2019년 작가회의충남회장을 맡았다.
그는 민중의 다양한 모습을 시어로 조각해낸다. 민중이란 주제는 무겁기 십상이나 그의 시는 무겁지 않다. 아무리 진지한 메시지도 능청과 유머로 녹여내는 게 그의 특기다. ‘대전복합터미널 남자화장실 소변기를 닦는 고향 여자’에게조차 반갑게 악수를 청할 수 있는 재주가 강 시인에겐 있다. 아내 박 교사는 이런 장면에서도 “쑥쓰러움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남편 시집에 아내의 평을 담은 것도 이 시집의 특징이다. 박 교사는 “시집과 소설집 산문집 그리고 편집한 책 스무 권에 육박하는 출산 속에서 ‘기억의 미학’과 ‘연민과 해학’을 지닌 문체주의 작가로서 입지를 굳히는 중”이라고 평하고 있다. “강 시인의 작품에는 이렇다 할 주인공이 따로 없으며, 그가 맺은 모든 인연들에 대한 ‘강박증적인 사랑’으로 내달리고 있다”고 아내는 남편을 요약한다.
남편이 강박증적인 사랑 때문에 문학을 했다면 아내는 영화를 통해 ‘삶과 사랑’을 정리하고 있다. 박 교사의 『영화는 여행이다』에는 43편의 영화 에세이가 담겼다. 시인 황규관은 “이 책에 대해 ”한 마디로 압축하면 ‘삶’이 될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사랑으로 썼기 때문인지 우리는 저자가 소개하는 영화의 내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박 교사는 그의 고백처럼 영화전문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초보자 같은 풋풋함 때문에 남몰래 영화에 미소를 짓는 사람이다. 조치원 신흥동 건어물 가게 8남매의 맏딸로 태어났다. 공주사대 재학 때 연극 무대에 활동하다가 두 번 무기정학을 받았다. 『작가마루』로 늦깎이 평론가가 됐고 산문집 『아버지나무는 물이 흐른다』와 문학평론집 『슬픔의,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