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제1형사부, 피해자 진술 인정안해...대법원 상고여부 관심

김철권 전 대전 서구의원이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은 김 전 의원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당시 모습.
김철권 전 대전 서구의원이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은 김 전 의원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당시 모습.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던 올해 초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선출직 공무원이 있었다. 

바로 김철권 전 서구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현직 서구의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6년 7월 서구 탄방동의 한 건물에서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되면서 지역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서구의회에서 제명은 면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지난 6월 지방선거에는 출마도 못했다.

하지만 1심 판결에 불복해 김 전 의원과 검찰이 항소하면서 진행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에서 대법원에 상고할 지 여부를 지켜봐야 하지만 항소심 판결로 김 전 의원은 '성추행범'이라는 지역사회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왜 1심 재판부와 다른 판단을 했을까.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인 여성의 일관된 진술과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행위가 순간적인 행동에 의한 추행이었고, 정치인으로서의 스킨십 정도를 넘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해 강제추행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가지 정황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추행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가 제시한 증거는 공교롭게도 1심에서 유죄 증거로 제시됐던 CCTV 영상이었다. 당시 CCTV 영상은 해당 건물에서 찍힌 것으로 김 전 의원과 피해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며 검찰측이 증거로 제시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CCTV 영상 자체가 김 전 의원의 추행 장면을 녹화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봤다. 무엇보다 CCTV 영상은 4배속으로 재생된 것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뒤 이를 다시 정상속도로 조정한 것으로 편집됐기 때문에 편집된 CCTV 영상이 피해자의 진술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아니라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같은 판단을 근거로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피해자는 공판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의 추행이 이어지고 있을 당시 신변 위협을 느껴 다급히 자리를 피하려 했다는 등 여러가지 진술을 했지만 CCTV 영상을 근거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CCTV 영상은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하는 증거가 됐지만 반대로 항소심에서는 무죄 증거로 사용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심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적시한 증거들 중 CCTV 영상저장 CD의 경우 영상 자체가 피고인의 추행 장면을 녹화한 것이 아니어서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며 "결국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해자를 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동료 의원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의원은 무죄 판결과 관련해 "마지막까지 법이 무모한 저를 반드시 지켜주리라는 믿음에 사법정의는 살아있다고 느꼈다"며 "이 사건으로 제가 지방의원에 출마하지 못한 부분보다 지금껏 봉사를 몸소 실천했던 사실들이 자괴감이 들까 두려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의회에서 채득한 경험으로 지역구 자생단체와 각종 사회단체에 좀 더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한층 높은 실천을 하겠으며 어려서부터 배운 바른생활을 학습서로 알고 살아가겠다"며 속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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