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코레일 감차계획, 최고의 대응논리는 ‘증차’

18일 코레일이 서대전역 KTX 감차 계획을 철회한 뒤 이은권 국회의원(왼쪽부터), 조형익 코레일 여객사업본부장, 허태정 대전시장이 손을 마주 잡고 있다.
18일 코레일이 서대전역 KTX 감차 계획을 철회한 뒤 이은권 국회의원(왼쪽부터), 조형익 코레일 여객사업본부장, 허태정 대전시장이 손을 마주 잡고 있다.

‘서대전역 KTX 감차 논란’이 18일 대전시와 코레일의 최종합의로 일단락 됐지만 대전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코레일이 이번엔 감차계획을 포기했지만 ‘유보’라는 용어를 쓰며 언제든 ‘감차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왜 ‘철회’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유보’라고 이야기 했을까. 서대전역 활성화를 위한 대전시 행보를 계속 지켜본 뒤,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감차 계획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코레일은 서대전역 KTX 감차를 추진하면서 수익성만 따진 것은 아니라고 강변해 왔다. ‘코레일이 잇속만 차리려 한다’는 대전지역 정치권과 언론의 질책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서대전역 활성화를 위해 대전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 거론했다. 

코레일 주장이 전혀 설득력 없는 것은 아니다. ‘서대전역 활성화’를 위한 대전시의 행정조치는 실제 매우 더디고 불투명하게 진행돼 왔다. 18일 간담회에 참석한 코레일 임원이 “2년 동안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시내버스 노선 확대를 요구해 왔는데 어떻게 단 한대도 증차해 주지 않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대전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도 의지도’ 없었다. 대전시가 코레일에 ‘감차철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을 최초 확인한 본보가 담당부서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담당자는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느냐”만 따져 물으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적극적으로 언론에 알려 공론화시키는 것이 대전시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 아니겠느냐’는 설득도 무용지물이었다. 작게는 서대전역 주변상권, 크게는 시민 이동권까지 위협하는 ‘코레일의 서대전역 KTX 감차계획’을 다루는 대전시 행정의 수준과 자세가 고작 이 정도였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본보 보도 이후 허태정 대전시장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다수 언론이 사안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지역사회 중요 의제로 다뤄졌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대전시가 코레일에 공문 한 장 달랑 보내놓고 할일을 다했다고 여겼을 것이 불 보듯 빤하다. 

물론 대전시 뒷북 행정만 탓할 일은 아니다. 양비론은 가급적 피하고 싶지만, 코레일이 서대전역 KTX 이용객 감소 원인을 대전시에게만 떠넘기려는 태도 또한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설득력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 5000명 이상이 이용하던 서대전역이 현재처럼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레일 주장처럼 서대전역과 용산을 오가는 KTX 열차가 텅텅 비어 다니는 이유는 뭘까. 정말 서대전역에 접근하기 위한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주변지역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일까?   

대전 시민이라면 누구나 코레일 논리가 허구라는 사실을 직감할 터. 근본적으로 오송역 분기, 호남선 KTX 개통 등 국가의 철도정책 변경으로 하루 62편에 이르던 서대전역 착·발 KTX 열차가 30% 수준인 20여 편으로 줄어든 것이 서대전역 쇠퇴의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열차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니 시민들이 서대전역에 가지 않는 것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서대전역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감차계획 강행을 위한 코레일의 억지 명분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가령 서울의 용산 주변이나 강변북로 등 한강 주변지역에 가야 하는 대전시민은 서대전역 KTX를 타고 용산역에 내리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그런데 고작 하루 4편인 KTX 열차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전역에서 입석이라도 타고 서울로 향하는 일이 많은 것이다. 서대전역 이용 활성화를 위한 가장 확실한 처방은 다름 아닌 ‘증차’일 수밖에 없다.  

한 번의 파도가 휘몰아쳤지만, 이 파도는 분명히 다시 찾아 올 파도다. ‘유보’는 미뤄둔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전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대중교통 확충 등으로 빌미를 차단하는 것은 기본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왜 ‘증차’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리를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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