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내가 ‘연동형비례’ 반대하는 3가지 이유
차라리 직능대표제 고려하는 게 바람직

결국 내년1월에 의원정수 10%내 증원이 포함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이하 '연비제')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끝낸다고 한다. 작은 두 야당 대표가 열흘 가까운 단식농성으로 얻어낸 투쟁의 산물이자, 해를 넘기기 전에 몇 가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지만 왠지 씁쓸하다. '연비제'는 국민동의를 거쳐야만 할 3가지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현재 300명의 국회의원 정원이 결국은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빤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253명의 지역구 의원과 47명의 비례대표 의원 중 결국은 비례대표의 증원이 불가피할텐데 비례대표가 늘어나는 문제에 우리사회가 공감하느냐의 문제다. 셋째는 협의과정에 개편이 불가피한 지역구조정문제는 또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의 문제다. 

상황에 따라서 이 3문제를 풀다가 정국은 더욱 혼란스럽고 과정에 국민적 편 가르기와 저항 또한 커질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첫째, 국회의원 정원증대의 문제는 국민이 매우 반대하는 사안이다. 지난 14일 <디트뉴스> 기고에 인용했듯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의 10월 조사에 따르면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13.6%이고 “늘려선 안된다”는 의견은 82.0%에 달한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이 조사결과는 크게 변하지 않았으리라 예상된다. 

이는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큰 불신의 골 때문이다. '일 안하고 싸우는 국회'라는 인식은 이미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게다가 경제사정이 나빠 민심이 안 좋음에도 최근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세비를 슬그머니 올렸다. 내년엔 수당과 활동비를 합산해 국회의원의 총 보수는 2019년 1억 5176만 원이 된다고 한다. 국민들의 성토가 크다. 이런 밉상인 상태에 국회의원이 10% 가까이 늘어난다니 국민들의 혈압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연비제' 찬성론자들은 우리나라는 주요국가의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인구 5140만 명에 국회의원 300명인데 반해, 독일은 8270만 명에 709명, 프랑스는 6700만 명에 925명, 이탈리아 6050만 명 중 951명, 스웨덴 950만 명 중 349명의 국회의원이 있다는 사례를 말한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우리 국회의원 세비는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3위로 많다. 

게다가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2015년을 기준으로 각국 국회의원 세비 대비 ‘의회 효과성’을 평가한 결과, 우리 국회는 OECD 회원국 중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26위였다. 전용차도 없고 의원 두 명당 한 명의 비서가 있는 스웨덴(2위)·덴마크(5위) 등 유럽 의회의 순위는 높았다. 

그래서 '연비제' 찬성론자들은 국회의원의 세비 및 각종 특권을 줄여 그 돈으로 더 많은 국회의원을 뽑는데 쓰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것이 실천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이미 여야가 세비 30% 삭감을 공약하고 법안까지 제출했지만 흐지부지됐다. 회의 불참 시 수당을 삭감하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등 온갖 공약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실천된 건 없다. 국회의장 산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가 세비 15% 삭감 등을 권고했지만 이 역시 시행이 안 된다.

11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기존 국회의원 세비의 총예산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의원수를 늘려도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찬성(34%)보다 반대(57%)가 훨씬 많았다. 이렇게 쌓인 국민의 불신과 반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매우 회의적이다.

둘째, 지역구의원이 아닌 비례대표를 증원해야 할 명분도 약하며 논란거리다. 사실 비례대표의 역사는 바람직하지 못했다. 즉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정권유지의 도구였던 전국구에서 뿌리를 둔 것으로 국회를 지배하기 위하여 도입된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한국정치가 청산해야할 유산중 하나다.

소수정당 보호, 유능한 전문가 국회수혈 등 명분도 있었지만, 야당에겐 정치자금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하였으며, 후보선정과정에서의 부정의혹 및 금전수수의혹도 빈번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대선 등의 직·간접 공헌도를 바탕에 둔 정치인출신(선관위분류기준으로는 40~45%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전문가 수혈의 의미도 퇴색한지 오래다. 과거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등의 국회진출은 비례대표가 소수정당 보호의 선의가 악의로 활용된 대표적 사례이다. 게다가 비례대표 의원 중 의정활동에 두드러진 활약을 하는 분도 수에 비해 적고, 대부분 4년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선거직전에 나타날 수 있다. 정당지지율을 연동하여 비례대표를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선거 따라 헤쳐모이기가 상례화 될 수 있다. 선거전에 이슈 띄워 신당 만들고, 철새 정치인들이 헤쳐모이고 지지율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줄섰다가 비례대표로 들어가는 폐단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실제 '연비제'를 주장하는 정당들 대부분의 지난 총선 득표율을 보면 수도권지역과 일부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 정당들이 너무 분당과 합당을 하는 바람에 나타난 산물이다. 제도를 취하더라도 정략적 이익을 위해 지지한 유권자의 뜻을 저버리고  탈당하고 새로이 신당을 만들어 정치를 한다면 그것이 과연 민의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까 싶다.

소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소수의견 존중이 소수정당의 존립을 위해서 이용되는 것은 전혀 다른 논리이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나는 비례대표제도의 순기능 유지를 위해선 직능대표 국회의원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10개 분야 정도에서 직능단체의 복수공천을 받아서 여야 합의하에 정해진 수의 직능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들은 초당적인 입장의 '일하는 국회의원'의 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구조정의 문제 또한 매우 중요하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2대 1로 줄이라"는 결정을 했다. 이는 지역대표를 더욱 강화하라는 매우 준엄한 해석이다. 현재는 3대 1에 가까운 구조이다. 

사실 중소도시, 농산어촌 인구의 급감으로 인해 여러 개의 시군구가 1개로 통합되는 바람에 지방 유권자들의 민의를 대변하기가 어렵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제도의 도입보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헌재가 제기한 인구기준 2대 1로 국회의원의 명실상부한 지역대표성을 높여야 한다. 정당지지율이 아닌 인구에 비례하여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더욱 민주적이다. 

현재 기준으로 중앙당의 공천권 등 중앙정치중심으로 귀결 가능성이 높은 비례대표 증원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길이다. 게다가 국민의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증원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다. 어물쩍 타협해서 넘기려 하지마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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