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괄의 신비한 약초]

송진괄 대전시 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차창 밖으로 지나는 하늘, 산, 들, 사람 사는 고샅고샅 등의 풍경이 다양하다. 들녘은 바둑판처럼 잘 짜여진 농경지의 구획이 선명하다. 언젠가 외국에서 오랜만에 귀국해 여행을 같이 하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아기자기한 조국의 산천을 돌아보면 눈물이 난다고. 뽀송뽀송하고 상쾌한 공기 맛은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느껴 볼 수 없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부산의 오륙도 앞바다는 흰 거품이 갯바위를 때리며 높은 파도로 어수선하다. 거센 물보라가 바람에 날려 안경에 이슬이 맺히듯 튀어 붙는다. 오륙도 해파랑길을 움츠리고 걷다보니 언덕에 펼쳐진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바닷가의 식물이 다 그렇듯 납작 엎드려 아직도 노란꽃을 곱게 피운 갯고들빼기, 보랏빛 해국꽃이 뽐내고 있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지만 남녘 바닷가의 특색인 것이다. 그런데 꽃대를 높이 세우고 도도하게 털머위가 노란꽃망울을 달고 서 있다. 꽃모습만 보면 곰취꽃과 아주 비슷하고, 이파리는 일반 머위와 닮았다. 줄기를 보면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어 털머위라 불리는 식물이다.

털머위는 국화과에 속한 상록 여러해살이풀이다. 바닷가 근처에서 흔히 자라고, 줄기 전체에 연한 갈색 솜털이 난다. 잎은 잎자루가 긴데 뿌리에서 모여 난다. 꽃은 가을부터 샛노란색의 꽃이 피기 시작하여 겨울의 초입까지 볼 수 있다. 관상용으로 뜰에 심기도 한다. 이 풀과 비슷한 머위는 털머위와 전혀 다른 풀인데, 머위는 식용하지만 털머위는 독성이 있다.

한의 자료에 의하면 이 풀의 지상부를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채취하여 말린 것을 연봉초(蓮蓬草)란 약재로 쓰는데, 청열해독(淸熱解毒), 활혈(活血)작용의 효능이 있다. 특히 열이 심하고 오한(惡寒)을 느끼며, 눈 충혈, 목구멍이 아프고 코피가 나는 증상이 나타나는 감기와 인후염에 효과가 있다. 또 종기(腫氣)나 타박상을 입었을 때 잎을 찧어 붙이면 낫는다.

민간요법으로는 잎을 짓찧어서 상처나 습진에 바르면 잘 나았고, 찔린 상처에 털머위의 생잎을 비벼서 바르면 고름을 빨아내는 역할을 했다. 또 생선 중독에 풀 전체 삶은 물이나 생즙을 마시면 해독이 된다고 했다.

털머위,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채취해 말린 것을 연봉초(蓮蓬草)란 약재로 쓰는데, 청열해독(淸熱解毒), 활혈(活血)작용의 효능이 있다.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섬인 방패섬과 솔섬이 밀물과 썰물 때에 하나였다가 두 개였다가 해서 그곳에 모여 있는 섬을 오륙도(五六島)라 불렀다고 한다. 높은 파도가 그 섬을 집어 삼킬 듯 넘실댄다. 바람을 맞대고 언덕에서 내려다보기도 쉽지 않다. 물보라도 언덕 위까지 날아든다. 입맛이 짭짤할 정도다. 그래도 낮게 엎드린 야생화는 고개만 까닥일 정도다. 언덕 위의 경계목 너머에 서 있는 털머위 꽃대궁은 그 바람을 견딘다. 납작 엎드린 다른 풀들과 달리 너풀너풀한 잎을 달고 꽃대를 세운 모습이 억센 바닷가에서 삶을 지탱하고 살아온 부산사람들의 이미지를 느낀다.

바닷가에 바람이 잔잔한 날이 며칠이나 될까. 꽃이 귀한 스산한 이 계절에 털머위의 샛노란 꽃은 잔뜩 움츠러드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사계절 푸른 잎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풀. 힘든 환경을 극복하고 겨을 한복판에도 꽃을 피운 털머위. 꼿꼿한 꽃대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어딘지 낯선 풍경, 익숙치않은 동네지만 그 환경에 맞게 살아온 이곳 사람들의 말에 실린 사투리와 억양을 느낌으로 이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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