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간척지정책 들쭉날쭉…10년 사이 분양에서 갑자기 임대경작으로
피해는 황금어장 잃은 실어민 3000여명…이제라도 우선 분양해야
3~4시간 작업으로 굴·바지락 등 잡아 10만~20만원 고수익 올려
아직 국가소유, 이해관계 적어 역간척 적극 검토여론 부상

당진 석문지구 간척농지 항공사진. 지난 1995년 석문방조제 완공으로 조성된 간척지 총3740㏊는 석문호 874㏊를 비롯해 농경지 1580㏊, 산업용지 800㏊ 등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농경지 1580㏊는 일관성 없는 정부의 간척지정책으로 아직까지 일부 영농회사법인이 2~3년 단위로 임대경작하고 있다. 하루빨리 황금어장을 잃은 3000여 실어민들에게 분양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사진=당진시 제공)
당진 석문지구 간척농지 항공사진. 지난 1995년 석문방조제 완공으로 조성된 간척지 총3740㏊는 석문호 874㏊를 비롯해 농경지 1580㏊, 산업용지 800㏊ 등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농경지 1580㏊는 일관성 없는 정부의 간척지정책으로 아직까지 일부 영농회사법인이 2~3년 단위로 임대경작하고 있다. 하루빨리 황금어장을 잃은 3000여 실어민들에게 분양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사진=당진시 제공)

글싣는 순서

1. 천연해안선이 사라진다
2. 다시 생각하는 농업용수 및 간척지 개발
3. 산업화에 따른 매립사업
4. 어장 황폐화
5. 원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대책 마련 시급
6. 개펄 및 공유수면 보전방안
 6-1. 공유수면 매립정산의 문제점
 6-2. 석문지구 간척지
 6-3. 발전소 회 처리장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7. 개펄 보전 캠페인 지상토론회

 

1995년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와 석문면 장고항리의 바닷길을 연결하는 석문방조제 10.6㎞가 완공됐다. 이로 인해 간척지 총 3740㏊ 중 저수량 1461만t의 석문호 874㏊를 비롯해 농경지 1580㏊, 산업용지 800㏊ 등으로 조성됐다.

또 석문지구 간척사업으로 인한 실어민은 △어선 46척을 비롯한 △어업권 76건(1232㏊) △김 종묘배양장 1개소(925㎡) △맨손어업 2126건 △염전(염부) 35건(325명) △광업권 3건(42㏊) △기타 762건 등 3000여명 이상이다.

20년을 훌쩍 넘긴 현재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간척사업 이전 만해도 호미·삽·조새·쇠스랑 등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한물 때(3~4시간) 작업으로 굴·바지락·낙지·갯지렁이 등을 잡아 최소 10만~20만원의 고수익을 올렸으며, 이 돈으로 생계유지는 물론 자녀교육, 저축 등 부를 축적해왔다.

1990년대 초 당진 석문지구 간척사업 장면. 석문방조제는 썰물 때 물 끝 따라 축조됐기 때문에 이로 인해 조성된 석문간척지 3740㏊ 전체가 개펄이었으며, 이곳은 굴, 바지락, 갯지렁이, 낙지, 숭어, 꽃게 등이 지천인 황금어장이었다. 특히 어선, 어업권, 맨손어업, 염전 종사자 등 3000여 실어민들의 수입원이자 삶의 터전이었다.(사진=당진시 제공)
1990년대 초 당진 석문지구 간척사업 장면. 석문방조제는 썰물 때 물 끝 따라 축조됐기 때문에 이로 인해 조성된 석문간척지 3740㏊ 전체가 개펄이었으며, 이곳은 굴, 바지락, 갯지렁이, 낙지, 숭어, 꽃게 등이 지천인 황금어장이었다. 특히 어선, 어업권, 맨손어업, 염전 종사자 등 3000여 실어민들의 수입원이자 삶의 터전이었다.(사진=당진시 제공)

또 농사는 농사대로 지으면서 김 양식과 연안 어선어업은 물론 염전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등 반농반어의 부촌을 형성해왔다.

방조제가 준공되면서 간척관련 실어민 3000여명은 간척농지를 1인당 2㏊씩 분양할 경우 1580㏊는 790명분으로 절대 부족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때는 분야별로 우선분양을 호소하는 건의·진정 등 민원이 빗발쳤으며, 소송 등 물밑경쟁이 치열했었다.

하지만 정부의 간척지정책이 10여년 사이 갑자기 분양에서 임대경작으로 바뀌는 바람에 석문간척지 실어민들은 실망과 함께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실제로 1984년 대호방조제 완공으로 조성된 농경지 3904㏊의 경우 일정기간 일시경작 과정을 거친 뒤 3333㏊는 가구당 0.86㏊씩 지역주민 3800여(당진 2205㏊, 서산 1128㏊) 가구에 완전 분양했으며, 나머지 571㏊는 농어촌공사가 직접 관리하는데 현재 18개 영농회사법인이 임대경작하고 있다.

1980년대 추운 겨울날 김(해태) 채취 장면. 말짱 뽑기-말짱 박기-포자붙이기-김 채취-김 건조 등 김 양식과정 중 김 채취 장면. 김 채취는 이르면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뤄지는데 기계화되기 전 초창기에는 그물에 붙어 자란 김을 가위로 잘라서 채취하는 수작업에 의존했다. 현재 석문방조제 10.6㎞ 전 구간 내측 300~400m 구역이 전부 김 양식장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사진=당진시 제공)
1980년대 추운 겨울날 김(해태) 채취 장면. 말짱 뽑기-말짱 박기-포자붙이기-김 채취-김 건조 등 김 양식과정 중 김 채취 장면. 김 채취는 이르면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뤄지는데 기계화되기 전 초창기에는 그물에 붙어 자란 김을 가위로 잘라서 채취하는 수작업에 의존했다. 현재 석문방조제 10.6㎞ 전 구간 내측 300~400m 구역이 전부 김 양식장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사진=당진시 제공)

반면 이보다 불과 10여년 후인 1995년 완공된 석문방조제 내 간척농지의 경우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

석문간척농지는 대호간척지와는 달리 ‘쌀 과잉생산 등 수급조절을 위해 간척지는 국가가 소유 관리한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완전분양에서 임대경작으로 급선회했다.

쥐꼬리만 한 보상에 황금어장을 순순히 내준 3000여명의 실어민들은 어쩔 수 없이 임대농으로 전락했으며, 그나마 기계화영농으로 소수 농업인들이 경작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종자은행, 인공습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체면적을 43개 영농회사법인 등에 2~3년 단위로 임대경작 하도록 해 대다수 피해어민들 중심으로 불만이 쌓여왔다.

이후 지난 1990년대 후반 빗발쳤던 우선분양 요구와 소송 등 물밑경쟁은 다소 진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갯지렁이 채취 작업 모습. 1980년대 석문, 송산지역 어민들은 쇠스랑으로 개펄에서 갯지렁이를 채취해 한물 때 작업으로 10만~15만원의 짭짤한 부수입을 올렸다. 대부분 여성들이 채취했으며, 그날그날 수요에 따라 개인당 작업량이 할당됐는데 무제한인 날은 욕심껏 잡기 위해 진통제까지 복용하는 아낙네들이 있었다. 청지렁이, 황지렁이, 털보지렁이 등 지렁이 종류에 따라 작업시간과 가격도 천차만별이었으며, 사진은 청지렁이 채취 작업 장면.(사진=당진시 제공)
갯지렁이 채취 작업 모습. 1980년대 석문, 송산지역 어민들은 쇠스랑으로 개펄에서 갯지렁이를 채취해 한물 때 작업으로 10만~15만원의 짭짤한 부수입을 올렸다. 대부분 여성들이 채취했으며, 그날그날 수요에 따라 개인당 작업량이 할당됐는데 무제한인 날은 욕심껏 잡기 위해 진통제까지 복용하는 아낙네들이 있었다. 청지렁이, 황지렁이, 털보지렁이 등 지렁이 종류에 따라 작업시간과 가격도 천차만별이었으며, 사진은 청지렁이 채취 작업 장면.(사진=당진시 제공)

하지만 석문지구 간척지의 일부는 이미 석문국가산업단지로 조성돼 한창 분양되고 있는데다 방조제 외측에 항만이 들어설 예정이며, 수도권에서 1시간대의 접근성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춰 기업이나 외지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산업단지 확장이 거의 확실한 상황인데 피해 농·어업인들에게 분양했다가 타 용도로 전용하기 위해 매수할 경우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중앙정부의 의도가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편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충남 서해안 역간척과 관련, 이미 분양돼 개인소유인 대호간척농지보다는 임대경작 중인 국가소유 석문간척농지가 이해관계가 적어 용이하며, 현재 과잉 생산되는 식량보다는 환경과 수산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간척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당진 석문면 삼봉리 염전작업 장면(1976년). 한 염부가 천일염을 생산하기 위해 간수를 결정지(염판)에 대려고 수차를 돌리는 모습. 석문방조제가 축조되면서 태창염전, 당산염전 등 35개 염전과 염전 종사자(염부) 325명 이상이 생계의 터전을 잃었다.(사진=당진시 제공)
당진 석문면 삼봉리 염전작업 장면(1976년). 한 염부가 천일염을 생산하기 위해 간수를 결정지(염판)에 대려고 수차를 돌리는 모습. 석문방조제가 축조되면서 태창염전, 당산염전 등 35개 염전과 염전 종사자(염부) 325명 이상이 생계의 터전을 잃었다.(사진=당진시 제공)

피해어민 김 모(70·당진시 석문면)씨는 “김 양식 등 천혜의 황금어장에서 하루 10만~2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리던 황금어장을 느닷없는 간척사업으로 빼앗겼다”며 “현대제철, 동부제철, 당진화력, 대산공단 등을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막노동으로 전전하는 지역 농어민 피해자들에게 이제라도 우선 분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어민 박 모(66·당진시 송산면)씨는 “석문방조제는 썰물 때 물 끝 따라 축조됐기 때문에 석문간척지 3740㏊ 전체가 개펄이었으며, 이곳에는 굴, 바지락, 갯지렁이, 낙지, 숭어, 꽃게 등이 지천이었다”며 “황금어장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아직 국가소유라 농지보상도 필요 없으므로 역간척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향후 활용도가 높아 타용도로 전용될 금싸라기 땅이라도 아예 분양하지 않고 임대하려는 의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련법 개정 유무를 떠나 황금어장을 강제로 내놓은 지선어민들에게 우선 분양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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