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승격 실패 책임 동반사퇴하는 부산 대표와 감독
대전시티즌, 시도민 구단 중 최대규모 선수단 운영 혈세 낭비
대전시의회, 추경 전액 삭감 및 본예산도 대폭 삭감 움직임

김호 대표가 이끌고 있는 대전시티즌의 방만운영이 대전시의회를 중심으로 집중 타겟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의회가 시티즌과 관련한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티즌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던 부산아이파크의 경우 대표이사와 감독이 동반사퇴키로 해 대전시티즌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전시민 프로축구단인 대전시티즌이 방만운영 논란으로 지역사회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정규리그에서 대전시티즌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던 부산아이파크가 1부 승격 실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와 감독이 동반사퇴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은 12일 최만희 대표이사와 최윤겸 감독 등이 1부 승격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부산은 K리그2에서 대전시티즌과 함께 시즌을 치렀다. 그 결과 부산은 3위, 대전은 4위를 기록해 1부 승격을 위한 소위 가을축구를 하기도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광주를 누른 대전은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에 패하면서 1부 승격이 좌절됐다. 부산은 대전과의 단판 플레이오프에서 완승을 거두며 K리그1 11위인 서울FC와 1부 승격을 위한 2차례 혈투를 벌였지만 합계 2-4로 패하며 결국 승격이 무산됐다.

올 시즌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친 듯 보였던 부산이지만 승격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와 감독이 동반사퇴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부산은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의 발전과 리그 흥행에 큰 공헌을 한 구단에게 주는 상인 '팬 프렌들리 클럽상'을 수상할 정도로 팬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던 팀이다.

부산은 올해 정규시즌 홈 경기에 5만 2704명이 경기장을 찾아 경기당 평균 관중수 2774명을 기록하며 K리그2 최다 관중 동원팀이었다. 대전과 치른 플레이오프에서는 8132명이, 서울과 치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1만 607명이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총 홈 경기 누적 관중수는 6만 2831명으로 늘었다.

반면 대전은 어떤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아산에서 군 복무 중이던 황인범이 복귀하기 전까지 대전 월드컵기장을 찾는 팬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2017년 1102명에 불과하던 경기당 평균 유료관중수는 올해 1723명으로 늘긴 했지만 리그 10개팀 가운데 6위에 그쳤다.

홍종원 대전시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전은 전국 시도민 구단 11개 구단 중 가장 많은 72명(선수와 코칭 스텝 포함)으로 선수단을 꾸렸음에도 성적은 4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90억원에 이어 올해도 65억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비대한 선수단을 운영한 데다 후원금 감소 등에 따른 수입이 줄어들면서 또 다시 대전시에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대전시의회는 이같은 김호 대표의 방만운영을 잠자코 있지 않았다.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김 대표의 구단 운영에 대해 즉각 문제를 제기하며 추경으로 요청한 6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홍종원 의원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다른 시도민 구단과 비교했을 때 대전시티즌의 방만운영이 심각하다. 때문에 의회는 대전시에 방만운영에 대한 자구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매년 막대한 시민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 줄일 부분이 있으면 줄이겠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대전시티즌은 전국 시도민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홍종원 대전시의원이 조사한 전국 시도민 구단 현황.
대전시티즌은 전국 시도민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홍종원 대전시의원이 조사한 전국 시도민 구단 현황.

김 대표는 대전시의회에 경영쇄신방안을 제출하면서 내년 시즌에도 구단을 이끌겠다는 심산이다. 경영쇄신방안에는 현재 58명인 선수단 규모를 35명 내외로 축소하는 한편, 사무국 운영비 절감 및 자생력 강화 방침 등을 담았지만 예산심사를 진행 중인 대전시의회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구단 이사진들은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본인들도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동반 사퇴한 이사들은 "김 대표는 축구공만 알지 경영은 모른다. 때문에 경영과 마케팅이 전무하고 이사들의 말을 무시한다"면서 "오래전부터 김 대표의 방만경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 대표는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김 대표의 구단 운영을 비판했다.

정문현 충남대 교수는 "김 대표는 외부 후원금이나 광고 등 구단 경영을 위한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잿밥만 챙기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는데 대전시는 분명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며 대전시의 강경한 조치를 요구했다.

지역 축구계 인사들도 "김 대표에 대한 지역사회의 비판이 어제 오늘이 아님에도 자리에 연연해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대전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대전에서 부산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구단주인 허태정 대전시장은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전시티즌은 개혁을 해야 하며 개혁안을 만들고 있다"면서 김 대표의 임기 보장설에 대해서도 "전임 시장이 한 말이지 저는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없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는 대전시가 요구한 대전시티즌 관련 추경 6억원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본예산 75억 중 15억원을 삭감한 뒤 현재 예결위 심사 중이어서 추가 삭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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