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비평] 의제 파악 및 향후 남북미 관계 전망이 본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이 초미의 관심을 끌면서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이 초미의 관심을 끌면서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이 초미의 관심을 끌면서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답방 의제나 향후 남북미 관계와 관련한 면밀한 분석보다 답방 일정 위주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김 위원장 서울 답방과 관련해 확정된 일정은 없다. 하지만 유력 중앙지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확인되지 않은 청와대 발(發) 뉴스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들 언론은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답방 날짜를 못 박거나, 답방 장소와 숙소를 포함한 동선(動線), 프레스센터 위치까지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기사화하며 연내 답방이 ‘초읽기’에 들어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언론 보도마다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해명에 곤혹스러운 상황. 교착상태에 놓은 북미 관계와 김 위원장 답방으로 파생할 남북 관계 등은 논외로 밀려난 채 김 위원장 연내 답방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

언론비평 매체 <미디어 오늘>은 지난 7일 “언론이 답방 날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이슈도 이슈지만 답방 일을 맞추면 취재력을 인정받아서다. 고위 관계자를 통한 정보를 입수하지 않고서는 확정 지을 수 없는 고급정보를 보도하고 사실로 드러나면 매체의 공신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김의겸 대변인이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현재로서는 확정된 사실이 없으며, 서울 방문은 여러 가지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도 이 같은 과열 보도 행태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 답방이 연내 또는 내년 초이냐를 떠나 국내 현실이 해방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의 남한 방문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느냐가 이번 답방의 본질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김 위원장 연내 답방이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언론의 추격전 보도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북측 반응이 계속해서 늦어지는 이유에 대한 남북미간 관계를 들여다보고, 정상회담 의제의 문제점이 없는지 짚어보는 게 언론 보도의 정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청와대도 김 위원장 답방에 쫓기는 것 같은 인상을 자초한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답방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때 고도로 조율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언론의 반응까지 예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와대 기자는 “김 위원장 답방은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슈인데, 언론사간 과열 취재 경쟁에 답방의 본질적 측면은 흐려지고, 일정 맞추기만 부각되고 있다”며 “언론 보도는 국민들의 혼란과 나아가 국론 분열까지 조장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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