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하고 읍소도 해야 하는 ‘모순 상황’ 직면
‘서대전역 KTX 감차-베이스볼드림파크’ 이슈 충돌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관계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불거진 ‘서대전역 KTX 감차 논란’ 때문에 코레일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자신의 역점사업인 베이스볼드림파크 후보지로 대전역 인근이 거론되면서 코레일에 협조도 구해야 하는 모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 

한편으로 화를 내야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읍소를 해야 하는 처지다. 

본보 단독보도로 촉발된 ‘서대전역 KTX 감차 논란’에 대한 허 시장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허 시장은 지난 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시민편의성과 원도심 경제, 지역의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증차가 최선이지만 최소한 감차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코레일에 엄중 유감을 표명했다”며 “다음 주 중 오영식 코레일 사장을 만나려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정치권도 허 시장과 함께 ‘서대전역 KTX 감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본보가 접촉한 대전지역 여·야 국회의원 전원은 지역구와 정당을 초월해 모두 감차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대전시의 미온적 대처를 질타하고 있는 만큼, 허 시장으로선 코레일과 담판에 대표선수로 나서야 하는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허 시장이 코레일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역점사업인 베이스볼드림파크 추진을 위해서 코레일의 전적인 협조가 필요한 까닭이다.

허 시장은 지난 4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공약사항인 대전야구장 신축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허 시장은 “현재 야구장이 원도심에 있다 보니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원도심 공동화가 가속화될 수 있어 가능하면 원도심 쪽으로 하려고 용역 중에 있다”며 “일부에선 대전역 선상에 짓자는 제안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위험성도 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허 시장은 “선상이 어려우면 역사와 연접해서 지은 다음 연결해 주면 된다는 구상도 있다”며 “지하철과 고속철도, 모든 시내버스가 연결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오기도 좋다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호텔과 돔 구장을 연결하는 방법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일본 나고야 돔구장을 벤치마킹하라"는 이해찬 대표의 제안에 대한 화답 성격이었다. 

허 시장 발언은 당장 파장을 낳았다. 대전지역 자치구들이 너도나도 신축야구장 유치를 위해 나섰고, 최적의 야구장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역 주변이 최적지’라는 의중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유치경쟁 중인 자치구들이 반발하거나 연구용역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서대전역 KTX 감차 문제로 코레일 압박에 나서야 할 허 시장이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는커녕 스스로 약점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싸우러 나가는 장수가 자기 전술을 다 보여준 격”이라며 “코레일이 대전역 선상야구장이나 연접지역 건설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고 서대전역 KTX 감차까지 강행하면, 협상에서 완패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