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 입장표명, 반대 기류 속 ‘온도차’ 
“공동대응 모색” 공감대, 구심점 없어 한계

지난 2016년 총선 직후, 권선택 전 대전시장 초청으로 한 자리에 모인 대전지역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이은권, 정용기, 박병석 국회의원, 권선택 전 대전시장, 이상민, 박범계, 이장우, 조승래 국회의원. 자료사진.
지난 2016년 총선 직후, 권선택 전 대전시장 초청으로 한 자리에 모인 대전지역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이은권, 정용기, 박병석 국회의원, 권선택 전 대전시장, 이상민, 박범계, 이장우, 조승래 국회의원. 자료사진.

<연속보도> = 본보 단독보도로 점화된 ‘서대전역 KTX 감차’ 이슈가 지역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초월해 ‘감차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대전의 정치력이 서대전역 기사회생의 단초를 마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대전 정치권의 좌장격인 5선 박병석 의원(서구갑, 민주)은 특정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코레일이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코레일 사장이나 책임자급 임원 등과 협의한 바 있고, 국토부와도 접촉하고 있다”며 “대전시가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코레일 주장이 있는데, 이 내용도 대전시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이 곧 자세한 입장을 준비해 자신에게 설명할 것이란 게 박 의원의 전언이다. 

4선의 이상민 의원(유성을, 민주)은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한다”며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공감대를 표시했다. 이 의원은 “감차가 이뤄지면 서대전역 위상이 매우 제약되고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서대전역이 지녔던 교통거점 역할을 복원하고 활성화시켜 대전 발전전략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코레일측에 이야기했는데,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대전지역 최다선인 박병석, 이상민 두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서대전역 KTX 감차 방침을 정한 코레일이 아직까지 입장선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의미로,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의 다각적 노력이 병행돼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초선 조승래 의원(유성갑)은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호남선 직선화와 서대전역 주변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대전시와 정치권이 공감한 부분”이라며 “이번 문제도 그런 문제와 같이 풀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 의원은 “코레일도 그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조건 속에서 감차나 증차를 검토해야 한다”며 “누구를 비난할 문제가 아니라 협업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구인 유성권역 시민들 상당수가 서대전역 보다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세종역 신설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서대전역 감차 문제에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박병석·이상민 “코레일·국토부 접촉 중이다”
조승래 “누구 비난할 문제 아니라 협업” 애매한 입장
정용기·이장우 “지역구 떠나 대전의 문제, 반대 확고”
이은권 “모든 수단과 방법 총동원해 철회시킬 것”

오히려 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감차 반대 입장이 더욱 확고한 편이다. 정용기 의원(대덕)은 “내 지역구가 아니더라도 당연히 서대전역 KTX 감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정 의원은 “대전시가 너무 무책임하고 무능하다는 생각”이라며 “코레일이 명분용이라도 조치를 요청했으면 바로 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대전시가 중심이 돼서 의원들도 초청하고, 자리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러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이장우 의원(동구)도 감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서대전역 KTX 감차로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는데, 그건 대전 시민을 업신여기는 것”이라며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장우 의원은 서대전역 KTX 감차가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대전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서대전역을 감차하면 그 승객들이 대전역으로 몰려 더 복잡해 질 것”이라며 “대전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불편이 뒤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발등에 가장 큰 불똥이 떨어진 사람은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중구)이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벌어진 일인데다 소관 상임위 또한 코레일을 관장하는 국토교통위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본보 첫 인터뷰 당시 “내가 코레일과 대전시를 중재해서 감차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고 호언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곤궁한 입장에 처했다. 

다만 이 의원은 “나더러 죽으라는 소리냐”고 강하게 반발하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철도공사와 대전시, 그리고 제가 만나 정확하게 이 문제에 선을 긋고 어떻게 하면 승객을 늘릴 수 있는지 방안을 찾고 감차 반대를 촉구할 생각”이라며 “제가 모든 방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지도 표명했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대전시 대처가 미온적일 경우 당 차원에 적극 나서 서대전역 살리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육동일 시당위원장은 6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서대전역 KTX 감차가 이뤄지면 서대전역은 간이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교통도시 대전의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 인식하고 감차를 적극적으로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허 시장은 “시민편의성과 원도심 경제는 물론이고 지역의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라며 “오영식 코레일 사장을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고 담판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본보는 지난달 말 ‘감차계획을 철회해 달라’는 대전시 공문이 코레일에 접수됐음을 확인하고 대전시와 코레일 등을 상대로 취재에 나선 결과, 코레일이 국토교통부와 서대전역 KTX 감차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코레일 측은 “지난 4월부터 대전시에 서대전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연계교통 확충, 주변 시설 개선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대전시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감차계획을 10월에 통보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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