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육동일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위원장

서대전역 전경. 자료사진.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리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돌이켜 보면, 100여년 전 인구 3,000명에 불과한 척박했던 대전지역이 세상에 혜성같이 등장한 계기는 1905년 경부선이 대전역을 통과하기 시작한 때부터다. 

일제는 식민지 수탈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철도 건설이 철마(鐵魔)로 인식한 공주 유림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사람들이 별로 살지않는 대전을 택한 것이다. 뒤이어 1914년에는 호남선 철도가 대전역에 개통됐다. 

경부선 철도와 새 분기점인 호남선 서대전역은 1936년 설치됨으로써 무명이었던 대전은 일약 철도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근대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 토대가 된 것이다.  

교통과 물류의 요충지가 된 대전으로 철도를 통해 전국의 인구와 화물이 몰려들었다. 상권과 경제가 집중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힘입어 1917년 대전면 신설, 1932년 충남도청 이전, 1949년 대전시 승격, 그리고 1989년 직할시 승격과 함께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에 이르기 까지 숨 가쁘게 성장해 왔다. 

여기에 1970년 경부‧호남 고속도로의 분기점까지 대전이 차지하고, 2000년대 KTX 시대 조차 교통의 중심지로 굳건하게 그 명성을 지켜왔으니 교통이야 말로 대전 정체성의 뿌리요, 도시발전의 원동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 교통으로 흥한 대전이 교통으로 망하게 생겼다. 대전역의 부활 적정시기를 놓쳤고, 서대전역이 KTX 호남선에서 계속 밀려나고 말았다. 2014년 말부터 KTX 호남선 열차가 대부분 서대전역을 지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달랑 4편 남겨놓은 KTX 열차마저 없앤다는 입장을 코레일이 대전시에 통보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전은 더 이상 삼남의 관문이 아니다. 서대전역 주변도 시간이 갈수록 더 초토화될 것이 틀림없다. 대전역사와 역세권 개발의 지연은 원도심을 그간 공동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교통도시 대전의 간판마저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전역과 역세권을 구 도청과 연계해 MICE 산업의 중심지 그리고 과학도시의 전시장 및 철도의 메카도시로 변모시킬 절호의 기회를 놓친 회한이 너무 크다. 
 
심지어, 도시철도 2호선, 유성복합터미널 건설을 통한 대전도시의 신교통체계를 적기에 정립하는데 실패함으로서 대전은 교통도시의 희망마자 포기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와있다. 대전이 쇠퇴의 징후가 나타나게 된 주요인도 바로 이 교통도시 대전으로서의 명성과 역할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1년 개통된 서해안 고속도로는 유성을 통과하던 호남고속도로의 역할과 혜택을 빼앗아 갔다. 유성은 휴양 온천도시로서의 매력을 지키지 못하고 침체했다. 마지막 기회였던 유성복합터미널도 실기를 했기 때문에 교통도시 대전의 위상 하락은 물론 대전 서북부권 개발 그리고 세종시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치명타를 날리고 만 것이다. 
  
대전이 다시 한 번 활력을 되찾으려면, 백년을 쌓아온 교통도시로서의 위상과 도시 브랜드를 지키는데서 풀어야 한다. 그렇다면, ¨서대전역 감편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 증편을 요구했다”며 뒷짐을 지고 있는 대전시만 앉아서 쳐다보고 있을 수 없다. 호남선 세종역 신설이 서대전역은 말할 것도 없이 대전역까지 붕괴되는 것은 물론 대전시의 쇠퇴를 확인 사살시켜줄 것이 뻔한 데도 대전시장은 ¨충청권이 분열될 수 있는 만큼 합리적으로 상생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자비로운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말씀만 하고 있으니 대전시 운수업 종사자들은 피를 토할 듯 절규하고 있다. 

시민들 또한 몸에서 열불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지금 충청권 각 자치단체들의 지역 이익과 발전에 대한 입장과 전략은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고자 하던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충청권 공조보다는 자기 지역의 이익을 철저하게 챙기고 있고, 상생보다는 극단적인 제로섬 게임도 마다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전시만 시민들의 실익을 대변하기는커녕 점잖은 목소리만 내고 있을 뿐이니 우습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쇠퇴위기를 겪어온 일본의 오사카시가 도시 재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선택한 것이 「2025 오사카 엑스포」 유치이고, 그 주요 사업의 핵심은 오사카 역세권의 개발이다. 대전도 제2경부고속철 및 고속도로 건설에서 이번만큼은 대전을 비켜가지 않도록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육동일 충남대 교수. 디트뉴스 자문위원.

대전역세권 개발, 충청권 광역철도망의 구축 및 도시철도 2호선과 유성복합터미널이 대전을 중심으로 사통팔달이 되도록 차질없이 짜야한다. 더욱이, 시민의 역량과 정치적 힘을 총결집시켜서 서대전역을 지키고, 세종역 신설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전시는 지금부터 명분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현명한 지혜와 치밀한 전략을 통해 실익을 챙기는 것도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전시가 부족한 힘과 역량 때문에 부득이 잃는 게 있다면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방식을 통해 상응하는 실리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그만큼 대전은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어떡하든, 멈춰버린 대전의 심장이 다시 뛰게 해서 대전의 저력, 매력, 활력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교통도시 대전의 뿌리를 지키는 일이 당장 그 중심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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