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남도 서산부시장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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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기예보는 황사, 미세먼지가 얼마나 발생할 것인가를 빼놓지 않고 있다. 그만큼 일상생활에 큰 관심사가 되었다. 오죽하면 삼한사온에 빗대어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창문을 닫고 어린이와 노약자는 외출을 삼가며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라고 권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노후경유차 운행제한과 교체 비용 지원, 전기 차, 수소 차 보급 확대, 차량운행 부제 시행, 자전거이용확대, 대중교통이용 권장 등 많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날림(飛散)먼지’ 발생 억제시책도 확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시행령과 동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와 의견수렴을 마무리하면서 시행준비에 들어갔다.

미세먼지 방지 강화로 아파트 도장 비용 2.5배 늘어

이 개정안에는 날림방지 발생 사업 관리대상을 현재 41개 업종에서 45개로 확대하고, 도장(塗裝) 작업 시 날림 방지 억제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즉, 아파트 외벽 도장 공사를 날림먼지 발생사업 관리대상에 넣고 방진벽(防塵壁) 설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한 공동주택 등 부지경계선으로부터 50m안에서 시행하는 도장공사의 경우 그동안 주로 해오고 있는 스프레이 분사방식을 금지하고, 붓이나 롤러를 사용하여 작업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 하면 종전 스프레이 분사방식에 비하여 날림 먼지를 90%까지 저감할 수 있고, 페인트 손실률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 단체와 업계에서는 환경부의 취지와 개정방안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를 경우 방진막 설치비용, 작업속도가 느려지는데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 도색 품질 저하 및 보완 작업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즉, 작업상 비효율과 큰 폭의 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종전방식에 비하여 약 2.5배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런 계산이면 중규모 아파트단지의 경우 도장 공사비가 대략 3~4억에서 7~8억 원으로 늘어나게 되어 세대 당 부담액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으로 예정했던 도장 공사를 올해 서두르려는 아파트까지 있다고 한다. 도장 주기를 그동안 5~7년에서 10년 이상으로 미루는 아파트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도장 공사를 미루면 아파트 미관을 해치거니와 노후화를 앞당기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70%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따라서 공동주택과 관련된 정책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는 입주자는 일반관리비를 포함하여 인건비 경비비 청소비 승강기 유지비 등을 부담한다. 이 가운데는 ‘장기수선충당금’도 포함되어 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대규모 수선 공사나 시설물 정비, 교체 등 한꺼번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대비하여 일정 금액을 미리 걷어두었다가 사유가 발생하면 충당하기 위한 일종의 적립금으로써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중한 부담 피할 방법 찾아야

가기천, 전 충남도의회사무처 총무·법제담당관, 전문위원

장기수선 충담금으로 시행하는 대표적인 사업은 도장공사와 엘리베이터 교체인데, 한 가지 사업에도 단지 규모에 따라 수 억 원 내지 수십 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사업비를 한꺼번에 부담지우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우므로 연도별 적립목표를 정하고 징수하는데 공동주택에 따라 다르나 세대 당 매월 몇 만원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입주민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과 주민부담 증가라는 두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으로 당장 추진하기 어렵거나, 알면서도 미처 시행하지 못하는 일은 무수히 많다. 상반된 것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된다.

더구나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달려있는 문제일수록 살펴야 할 사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아파트 도장문제도 그런 사안 가운데 하나다. 환경을 위하여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아파트 도장 공사 방법을 바꾸는 것 말고도 그 이상의 여러 방안을 찾아내고 실천해야 하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하다. 또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다만 일시에 과중한 부담을 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일시 시행에 무리가 예상된다면 당분간 시기를 유예하거나 변경 방식을 완화하고, 친환경적인 신제품 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도장 작업 시기를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나 창문을 열어 놓는 여름철은 피하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 아울러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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