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씨엠립 툰레삽호수 지도
1. 씨엠립 툰레삽호수 지도

씨엠립 북쪽의 앙코르와트와 앙코르 톰이 있는 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약14km쯤 떨어진 곳에 동양 최대의 톤레삽 호수(Tonle Sap Lake)가 있다.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톤레삽 호수는 한자로 동리살호(洞里薩湖)라고 하는데, 이것은 크메르어로 ‘거대한 호수’(The Great Lake)라는 의미라고 한다.

중국 칭하이 성 티베트 고원의 해발 4,900m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하여 중국을 지나서부터는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의 국경을 이루며 흐르다 베트남에서 남중국해로 흘러가는 장장 4,350㎞나 되는 긴 강을 티베트에서는 란창 강(瀾滄江), 중국에서는 메이궁허(湄公河), 라오스에서는 메남콩, 캄보디아에서는 톤레돔, 베트남에서는 메콩 강(Mekong River) 혹은 구룡강(九龍江)으로 불리는 국제하천이다.

이것은 충청의 젖줄 금강을 부여에서는 백마강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데, 라오스의 다이 족이 메남콩 강이라고 부르던 것을 줄여서 메콩 강이라고 부른다. 토착어로 콩 강이란 ‘모든 강의 어머니’ 즉 젖줄과 같은 강을 뜻하며, 중국어 메이꿍허(湄公河)도 같은 의미라고 한다.

그런데, 톤레삽 호수는 메콩 강이 흐르는 중간에 특이하게 저지대에 형성된 담수호로서 이곳은 건기인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수심이 약1~2m에 불과하지만, 우기인 6월부터 10월까지는 상류에서 노도처럼 흘러내리는 강물이 미쳐 남중국해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하여 범람하면서 수위는 15m 이상 높아지는 곳이다. 이때 호수 면적은 평소보다 네 배로 늘어나면서 주변의 숲과 농경지를 모두 집어삼키는데, 캄보디아 국토의 15%나 차지한다.

2.선착장
2.선착장
2-1. 유람선에서 본 선착
2-1. 유람선에서 본 선착

이렇게 넓은 톤레삽 호수는 땅 위에서는 집을 짓고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수상가옥을 짓고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그들은 우기 때 밀려온 강물과 함께 상․하류에서 엄청난 물고기를 잡아먹고, 씨엠립 시내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톤레삽 호수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리엘(Riel)이라는 물고기는 캄보디아의 화폐단위가 될 정도로 유명하다.
 
씨엠립 시내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이지만,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흙먼지가 풀썩이는 비포장 길이다. 톤레삽 호수 선착장으로 가는 도로도 마찬가지이다. 도로 양쪽에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썩은 나무기둥 위에 간신히 얹혀있는 야자 잎사귀며 파인애플 줄기로 얼기설기 엮은 가옥들이 즐비한데, 우리네 시골의 개집이나 닭장보다 더 허술한 집에서 우글거리는 시커먼 피부의 아이들은 숲속에 웅크리고 있는 원숭이 새끼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3. 수상가옥마을
3. 수상가옥마을
3-1. 학교
3-1. 학교
3-2. 가게
3-2. 가게
3-3. 한국인 선교사 교회
3-3. 한국인 선교사 교회

 툰레삽호수의 유람선 선착장은 2006년까지도 이렇다 할 매표시설도 없다가 언제 대대적인 현대화공사를 했는지, 세 번째 찾아가던 2011년부터 그럴듯한 매표소 건물과 톤레삽 호수로 통하는 출입구까지 만들었다. 또 톤레삽 호수는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까지 메콩 강을 따라서 정기여객선이 다니는 뱃길이 되는데, 약 3시간가량 걸린다고 했다. 수위가 낮아진 건기에는 매표소에서 유람선을 타려고 내려갈 때 유람선의 정박을 위해서 파 올린 진흙더미가 산더미처럼 쌓여서 걷기에 매우 불편하다.

톤레삽 호수는 유람선 코스도 다양해져서 코스에 따라 뱃삯도 천차만별이지만, 좁은 수로를 따라서 약20분쯤 올라가다가 넓은 호수가 나오는 지점에서 U-턴하여 되돌아오는 것이 일반코스요금은 1인당 18달러다. 그러나 U-턴 지점에서 잠시 내린 뒤 호수 위에 만든 수상휴게소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사진촬영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2인승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숲 사이를 돌아보는 코스도 있지만, 가이드의 설명이나 안내서가 필요 없을 만큼 보이는 그대로 느끼면 되는 곳이다.

 톤레삽 호수는 강인지 바다인지 분간 할 수 없는 넓은 호수가 온통 붉은 황토빛깔이고, 강줄기를 따라

4. 수상 휴게소
4. 수상 휴게소
4-1. 구걸하는 사람들
4-1. 구걸하는 사람들

유람선이 지나가는 양편은 물론 넓은 호수 위에 줄지어 있는 마을의 모습은 우리네 해안가의 가두리양식장을 관리하기 위한 조립식 건물 비슷하지만, 상태는 그보다 더 조악해서 그들의 고단한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누런 황톳물 속에서 웃으며 목욕하고, 또 음식을 만들고 있는 수상가옥인들을 보면 그들의 비위생적인 생활과 건강상태가 걱정이지만, 그래도 집집마다 화장실, 부엌 등이 있다고 한다. 수상가옥 옆에는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를 보관하는 가두리 양식장 같은 시설도 있고, 낡은 쪽배를 타고 학교에 오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사이에 간간이 학교며 교회도 있는데, 이것은 건물 밖에 세워둔 깃발과 글씨들을 보고 짐작할 수 있다. 또,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 지원하는 시설들 속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민간단체가 지원하는 교회며 학교 건물도 보여서 작은 자긍심도 생겼다.

수상가옥에서 사는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광객들에게 보잘 것 없는 물건들을 내밀면서 사달라고 애걸하거나 커다란 코브라 뱀을 목에 걸고 만져보거나 악어새끼를 만지면서 1달러를 구걸하는 어린이들이 부지기수이지만, 1달러를 구걸하는 거지들도 많다. 특히 이들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을 알고, 서툴게나마 몇 마디 한국어를 구사하면서 자비를 베풀기 원하고 있다. 이렇게 한 나라의 관광자원은 반드시 아름답고 훌륭한 것만이 아니라 그 나라가 가진 독특한 것을 찾아 나선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도 ‘한국적인 것’을 많이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5. 넓은 호수로 나가는 지점
5. 넓은 호수로 나가는 지점
5-1. 툰레삽 호수
5-1. 툰레삽 호수
5-2. 넓은 호수의 수상가옥들
5-2. 넓은 호수의 수상가옥들

 사실 수상가옥 주민들은 전부 캄보디아인이 아니라 전쟁을 피해서 강을 따라 내려와 살게 된 베트남, 라오스인 피난민도 많은데, 이들은 1975년 4월 베트남이 통일이 되었어도 배신자라는 낙인을 받고 귀국하지도 못한 채 보트피플(Boat People)로 사는 무국적자였다가 1998년 훈센 총리가 지지표를 얻으려고 캄보디아 국적취득을 허락해서 지금은 대부분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했다고 한다.

몇 차례 톤레삽 호수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점점 목재가 아닌 철제나 스테인리스로 번듯하게 짓고 전기까지 끌어와 TV, 냉장고 등 전자제품을 보유한 집들이 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그들의 생활이 넉넉해진 것인지 아니면 관광객을 상대로 체험숙박을 제공하며 돈을 벌려고 하는 상술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톤레삽 호수의 사람들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죽지 못하고 살아가는 불쌍한 하나의 군상이지만, 국내에서 게으르고 나태한 자녀들이 있다면 한번쯤 이곳에 데리고 가서 자극이 되도록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톤레삽 호수에서의 유람선 투어는 고달프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삶도 이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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