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서대전역과 용산역을 오가는 KTX 열차 4편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대전시에 통보했다. 코레일은 대전시에 공문을 보내 이런 계획을 알리면서 국토교통부와 협의 절차를 밟고 있다. 코레일이 줄이겠다는 4편은 호남선 KTX 개통으로 서대전역 통과 열차가 급감하면서 대전시민들의 반발이 나오자 증편됐던 분량이다. 

2015년 4월 호남선 KTX 개통으로 서대전역을 오가는 열차는 하루 62편에서 16편(주말 18편)으로 대폭 줄었다. 서대전역 이용객과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서대전역과 용산역만 오가는 4편을 추가해 운행 중이다. 이 4편을 도로 없애겠다는 것이 코레일 입장이다. 대신 그 4편을 대전역으로 돌려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경제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서대전역~용산역 노선은 이용객이 계속 감소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님을 공짜로 태우고 다니지 않는 한, 경제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 돈이 안 되는 노선을 억지로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고속철도가 돈만 보고 운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속철도는 경제성 외에도 지역 균형 발전이나 지역간 연결성 등도 봐야 한다. 

경제성으로 따지자면 서대전역이야 말로 이렇게 천대받아선 안 된다. 서대전역은 KTX 개통으로 노선을 빼앗기기 전엔 이용객이 하루 5000명으로 호남선 역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앞으로 서대전~호남 구간을 고속철도로 연결하고, 운행 노선만 잘 짜면 승객이 있다는 뜻이다. 서울~서대전~호남을 연결하는 노선을 만들고 요금을 조정하면 이용객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고속철도 경제성의 이중잣대.. 호남에는 ‘요금인하 검토’ 서대전에는 ‘감편하자’

최근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호남선 KTX 노선 직선화를 요구하면서 요금 인하도 건의했다. 요금 인하 부분에 대해 이 총리는 “경부선에도 그런 사례가 있어서 정부 내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대전역 KTX 4편을 줄이겠다는 코레일 입장과 이 총리의 말을 종합하면, 호남선 살리는 데 서대전역을 희생하겠는 말이 된다. 

서대전역은 충청과 호남을 잇는 연결 통로다. 서대전역이 쪼그라들면서 대전시민의 30%를 차지한다는 호남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마땅한 대안도 없이 ‘서대전역 죽이기’를 계속하는 것은 충청과 호남 사이를 단절시키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서대전역 고속철도 4편 취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전시가 이런 공문을 받아놓고도 쉬쉬하며 비밀에 부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코레일은 지난 4월 대전시에 ‘대전시의 자구 노력이 없으면 감편이 불가피하다’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감편 계획’을 통보했다. 그동안 아무 말이 없던 대전시는 11월 22일에서야 “서대전역 감편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물론 대전시가 ‘안 된다’고 해서 감편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입장을 정하면 서대전역에 증편됐던 4편은 다시 없어지게 돼 있다. 

그럴 경우 대전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다시 증편해달라’는 공문만 보내놓고 10년, 100년 기다릴 것인가? 그리고는 대전시민들에게 “우리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증편을 요구했다”며 임무를 다했다고 할 것 아닌가? ‘죽어가는 서대전역’에 대해 그동안 대전시장과 대전시가 보였던 반응은 다 이런 식이었다. 지금 허태정 시장도 이렇게 대응하고 있는 것인가?

시장이 직을 걸고 막아낼 자신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시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힘을 합해서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시장 자리는 지키면서 아무 일도 안 한다면 도대체 시장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의 책임도 크다.

시장은 지역 정치권 시민단체 등과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호남 지역에서 호남선 직선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호남선 분기역인 오송역이 위태로워지자 충북은 ‘가만 있지 않겠다’며 들고 일어나고 있다. 호남 출신 총리는 호남선 직선화 요구에 ‘검토해보자’면서도 대놓고 화답하지는 못하고 있고, 국토교통부장관은 오히려 충북의 편을 들고 있다. 충북 도민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렇듯 경제성보다 정치 논리로 움직이는 철도 문제에, 정부와 코레일이 유독 대전만 우습게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책임은 이젠 전통이 돼 버린 '대전 정치권의 무능'이다. 젊은 허태정 시장이 부끄러운 이 전통을 깨뜨렸으면 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