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시인/전 대전시립연정국악원장

금산군 거리에 내걸린 화상경마장 반대 현수막. 자료사진.
금산군 거리에 내걸린 화상경마장 반대 현수막. 자료사진.

충남 금산군이 지난 10월 17일자로 군 관리계획입안제안 거부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를 했다.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원고(중부RC에너지가)가 대법원에 상고를 했지만, 고등법원 판결문 대부분이 대법원 판례가 인용되었고, 의료폐기물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소각장건설을 추진하려는 기업체의 사익보다 금산군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공익적가치가 우선한다는 판결이어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금산군의 승소가 예상된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만일을 대비해서 우리 의료폐기물시설설치반대범군민대책위원회가 ‘재판의 성격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 고등법원의 변론을 맡았던 김&장 변호인단에게 대법원 변론을 맡겨 달라’는 건의서를 금산군에 보냈었고, 금산군도 기꺼이 이를 수용하여 대법원 변론준비가 차질 없이 준비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의료폐기물소각장을 막아내고 청정금산을 지킬 수 있다는 안도감을 채 맛보기도 전에 금산군수가 화상경마장을 유치한다고 나서는 바람에 지금 금산군은 아수라장이다.

‘늑대를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난다’더니 우리 금산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박동철 군수 12년 동안 인삼약사법시행으로 금산인삼시장은 시나브로 망해 가는데, 남아나는 데가 없을 정도로 파헤치는 금산의 산하를 지켜보면서, ‘더 이상 망해가는 금산을 강건 너 불구경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의 정치로 새로운 금산을 만들겠다는 문정우군수에게 한껏 기대를 했었는데 취임 4개월 여 만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문군수를 보고 그런 말이 나올 법도하다.  
 
왜 하필이면 노름꾼소굴인 도박장 유치인가?

도박은 탐욕의 아들이며 절망의 아버지다. 사기도박에 빠져 10여 년을 허송세월했던 사기도박꾼의 참회 소설 '노름꾼'의 한 소절이다. 감쪽같은 눈속임부터 약물까지 이용하는 수법까지 프로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사기도박의 적나라한 실체를 고발하는 필자는 마약 중독보다도 더 심각할 수 있는 도박의 늪에 빠져 타락의 인생, 몰락의 인생길로 들어서려는 사람들에게 사기도박에 대한 경각심과 아울러 도박중독에 대한 적나라한 실상과 그 폐해를 널리 알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쓴 소설이었다.

한때 평범한 직장인이던 저자가 ‘짜릿해서 마약 같은’ 도박의 세계에 우연히 빠져들게 되면서 직장을 버리고 가정파탄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도박을 끊고 일용근로자로 되돌아 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어 내려가면서  필자는 가난을 대물림하던 1960~70년대 노름꾼 아버지들 자화상을 보는 듯 가슴이 아릿했었다. 그랬다. 그때 그 시절 엔 소설도 영화도 온통 노름꾼아버지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이야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금산 어머니들은 도박에 대한 가슴앓이가 특히 더 심했다.

금산 어머니들은 유난히 더 노름(도박)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한 게 사실이다. 인삼 때문에 돈이 많다는 이유로 예로부터 금산은 겨울철 노름꾼들의 도래지였다. 한해 겨울에 인삼밭 몇 천 평 날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어디 그뿐인가 하루에 저녁 두 번 해먹고 금산을 떠난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남편의 노름빚 땜에 망하고 빌려준 돈 떼먹고 도망가는 이웃 땜에 쫄딱 안 망해본 우리 금산 어머니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말이다. 그래서 금산의 어머니들은 유난히도 가슴앓이가 더 심했다.

도박장 유치공모, 국회의원․군수 용납 못해

문정우 금산군수의 화상경마장 유치신청관련 언론 보도를 접한 금산 어머니들 가슴이 철렁 내려 않았다. 문정우 군수가 긴급기자 회견을 통하여 “공청회 결과 군민이 반대하면 사업추진을 불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산이 예비후보지로 선정될 경우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군민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해외에서도 경마는 레저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접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문정우 군수는 이미 화상경마장 유치를 결심했기 때문이다.

문정우 군수는 “이 사업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 김종민 국회의원"이라며 "이런 사업 있는데 금산군이 유치할 필요가 있지 않나? 금산군이 오케이만 하면 마사회 돈 많은 회사다보니 2천억까지는 무슨 방법으로든 투자하도록 해서 금산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국회의원이 화상경마장유치를 주선했다고 항변했다. 문 군수 말 그대로라면 금산 국회의원과 군수가 공모해서 노름판을 유치하겠다는 것인데 어찌 천인공로할 일이 아니겠는가?

논산시장이 퇴짜를 놓은 화상경마장이나 금산군으로 넌지시 떠미는 지역 국회의원! 이해득실도 안 따져보고 덥석 노름꾼 소굴이나 유치한다고 날뛰는 금산군수! 이들을 더 이상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지 유구무언일 따름이다.   

‘노름판으로 지역경제 키우겠다’는 건 난센스

한국마사회는 2013년 9월 용산역 인근 장외 발매소를 옮겨 성심여고 200미터 앞에 지상 18층, 지하 7층 규모로 개장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전 철회를 권고했고 서울시의회와 용산구의회도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2015년 5월에 용산 장외발매소는 개장돼 운영되다가 주민들의 반대 끝에 2017년 8월 폐쇄됐다. 한국마사회는 지역사회의 갈등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 받는 화상 경마장을 계속 개설하려는 이유로 고용과 불법 경마 방지를 내세운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 김낙순 마사회장을 상대로 “화상경마장에 주민 반발이 심한데 굳이 신규 화상 경마장을 더 세우려고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 회장은 “화상 경마장 유지는 직원 고용과 직접 연관 된다”면서 “합법적 경마가 줄어들면 불법 경마가 늘어난다는 연구 자료도 있다”고 답변을 했지만, 한국마사회가 신규 화상경마장을 세우려는 이유가 마사회 수익구조 때문이라는 항변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에 게시된 2017년도 구분회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전국 30개 화상 경마장의 매출은 5조5236억 원이다. 반면 실제 경마가 벌어지는 서울경마장(1조5331억 원)과 부산경남 경마장(3938억 원), 제주 경마장(3839억 원)을 모두 합쳐도 2조3108억 원 밖에 안 된다. 화상경마장이 마사회 전체 매출 70%를 차지하는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지역갈등이 초래되는 사실은 알지만 시장형공기업인 한국마사회의 특성상 화상경마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더 솔직한 답 아니던가?

화상경마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니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세수확보 및 일자리 창출, 지역주민 문화 및 레저활동 기회 제공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로 동의서를 발급했다"는 문정우 군수의 말대로라면, 한국 마사회가 지난 7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6개 권역(경기·대전·강원·충북·충남·전북권역)에 대한 화상경마장 설치 신청에 아마도 앞을 다투는 자치단체간 경쟁으로 인산인해였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으로 초라했다. 6개 권역 84개 자치단체 중 금산군과 양양군 2개 군만 신청했으니 말이다.

화상경마장 유치가 결정되면 2000억 원이 투자를 받아낼 수 있고 1년에 50억 원 이상의 지방세수가 예상되며, 200명 이상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다는 문정우 군수 말이 맞는 말일까? 필자가 퇴출당하는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에 관한 자료를 입수해서 분석하여 본 결과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괴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월평동화상경마장 년도별 레저세 부과 징수현황에 따르면 1999년 7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19년 동안 세액총액이 3478억 1500만 원이고, 레저세 본세가 2072억 1600만 원으로 밝혀졌다.

그중 991억 5600만 원(40%)이 대전광역시 지방교육세로, 414억 4300만 원(20%)이 중앙정부 농특세로 징수교부 되고, 화상경마장 소재지인 대전 서구청에는 징수교부금 62억 1600만 원(레저세 본세의3%)을 교부한 게 전부였다. 그래서 대전 서구청에 물었다. 화상경마장이 대전 서구를 떠나면 세수결함이 어느 정도 예상되느냐고 말이다. 서구청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연간 세수결함이 4억 1000여 만 원(레저세 징수교부금 3억 9500만원/주민세(종업원, 재산부) 1500만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이다.

금산군수, 더 이상 행정절차 무시하면 안 돼

문정우 군수는 기자회견에서 “아직 공모사업을 신청하는 단계에 있다. 선정될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분명히 말하지만 군민이 반대하는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반대여론이 높으면 무조건 접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공청회를 통해 다수의 군민들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실보다 득이 많다고 본다. 점점 위축되고 있는 지역 재정문제를 세금증대를 통해 교육분야에 투자한다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개인적인 의견임을 피력한바가 있다.

문정우 군수의 말은 지금 자기가 과거 축산업에 종사하던 자연인으로 착각하는 발언이다. 금산군수 임기를 마치는 동안 다시는 ‘개인적인 생각’ 운운하는 발언을 자제해주기 바란다. 자연인 문정우가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 된 후 금산군수에 취임하는 순간부터 금산군을 대표하는 정무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렇고, 5만4000여 금산 군민들의 귀중한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할 군수(郡:고을 군, 守:지킬 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정우 군수의 말 한 마디로 금산군의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행정가가 들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사자성어(四子成語)가 있다. 하나는 탁상행정(卓上行政)이고 또 다른 하나는 졸속행정(拙速行政)이다. 이번 화상경마장 유치동의를 덜렁 해줘 놓고 여론 몰이로 정당화하려는 건 탁상행정이고 졸속행정이라는 말이다. 전임 박동철 군수의 미덥지 못한 탁상행정 졸속행정으로 청정 금산은 아예 옛말이 된지 오래고, 인삼산업이 붕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는데, 군수 취임한 지가 얼마나 됐다고 당신혼자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는지 모르겠다.

도박장 반대 앞장서는 경기도의회가 부러워

김진호 시인
김진호 시인

경기도가 한국마사회의 화상경마장 확대 사업’을 비판하며, 경기도 31개 시군의 주민 뜻을 대변하는 도의원들이 함께 항의서를 제출하고 이후 반대 행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에 김경희(고양6) 의원을 비롯해 15명의 도의원이 뜻을 모아 문화체육관광부, 마사회, 경기도청과 각 지자체에 항의서를 전달했다. 이영주 의원은 “마사회가 화상경마장 확대 유치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31개 지자체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이며 더 많은 경기도의원들이 반대 행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마사회가 지난 15일 경기도 지역한정으로 장외발매소 모집공고를 내면서 양평군에서는 화상경마장 확대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가 결성돼 매일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이영주 의원은 “화상경마장 확대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다른 지자체 주민들도 자기 일처럼 관심을 갖고 강력히 대응해 줄 것”을 당부하는 이영주의원과 ‘화상경마장사업에 동의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정동균 군수가 너무 부럽다.

우리 충청남도에도 도의회는 있다. 그리고 금산출신 도의원도 두 명이나 있다.  
그런데, 화상경마장 문제로 연일 금산군이 난리법석인데도 해당지역 도의원은 가타부타 말 한 마디가 없다. 의료폐기물소각장설치 반대운영위원회의가 매주 목요일마다 무려 40여 차례 대책회의를 개최하며 행정소송을 승소로 이끌어 낸 이슈 현장에도 얼굴한번 안 내비치는 도의원에게 무슨 기대를 하겠는가마는 화상경마장 반대주민대책위원회를 적극 지지하는 경기도의회를 보니 슬슬 부아가 치민다. 

문정우 군수에게 드리는 마지막 충언

‘금산군수의 중책을 맡겨주신 군민 한분 한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앞으로 4년간 군민중심 행복금산을 위해 모든 역량과 열정을 쏟겠다’는 포부와 함께 ‘선거과정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모두가 한마음으로 화합이 절실하다며 선의의 경쟁을 펼쳐주신 다른 출마자들의 열정을 존중하며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협치(協治)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금산을 위해서 경제 살리기, 명품 관광도시 조성, 명품교육도시 조성, 부농의 꿈 실현, 군민이 주인이 되는 열린 행정이라는 다섯 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문 군수는 "소통과 화합으로 새로운 금산을 만 들겠다"는 취임 일성을 남기기도 했다. 취임 150일이 지난 지금도 문 군수의 군정철학이 유효한 것인지를 묻고 싶다. 군민 한분 한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는 있는지, 선거과정의 대립과 갈등을 한마음으로 결집하여 협치를 실현할 의지는 있는 것인지를 지금 문정우 군수에게 되묻고 싶다. 소통불능인 문재인 대통령처럼, 금산군수도 지금 자기들끼리만의 행정에 취한 건 아닌지를 묻고 있는 겁니다.

존경하는 문정우군수님! 지금 5만4000여 금산군민의 눈과 귀가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허니문기간이라 아직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지만 허니문이 끝나는 내달 중순이면 문정우 군수 당신에 대한 냉엄한 군민들의 질타가 빗발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잠시 콩깍지가 씌었던 화상경마장문제는 이제 원점으로 돌리고, 5만4000 군민의 중지를 모을 협치의 중심으로 우뚝 서 주시기를 충언합니다. 바른 길만 가려한다면 군민들은 언제나 영원한 당신 편일 것입니다. 그래서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겁니다.

*외부 기고자의 칼럼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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