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허태정·이춘희, 목적지 다르지만 동시출장
“3개 시도 공동현안 많은데” 곱지 않은 시선도
기초단체장 해외출장은 불투명…감시자 의회도 ‘묵인’

왼쪽부터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자료사진.
왼쪽부터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자료사진.

충청권 자치단체장들이 연이어 해외출장에 나서고 있다. 27일 현재, 양승조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의 집무실은 모두 비어있다. 3개 시·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보는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현실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회 한중지사성장회의’ 참석차 지난 26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양 지사는 중국 심양 등도 방문해 협력사업 등 외자유치 활동을 벌인 뒤 29일 귀국한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보스턴과 뉴저지 등을 방문해 외자유치 활동을 벌인 뒤 열흘 만의 해외출장이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양 지사와 같은 목적으로 중국 출장 중이다. 한중지사성장회의 참석 목적이다. 양 지사와 이 시장 외에도 서울, 대구, 전남, 경북, 제주 등 7개 광역단체장이 함께 했다. 이춘희 시장은 알리바바와 중국정부의 핵심 도시계획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허베이성 슝안신구도 방문, 도시계획 분야 협력방안을 모색한 뒤 30일 귀국할 예정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둔곡지구 외자유치를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 중이다. 허 시장은 지난 26일 이탈리아 트렌티노에서 이탈리아 솔리드파워와 한국 에프씨아이가 5120만 달러를 둔곡지구에 투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자리에 함께 했다. 허 시장의 이번 유럽출장은 7박 8일 일정으로 남부유럽 중심의 우호도시협력, 도시재생 모델 시찰 등을 한 뒤 내달 1일 귀국한다. 베트남 빈증성 방문 이후 이번이 2번째 해외출장이다. 

이들 3명의 광역단체장이 자리를 비운 시점 때문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국회 예결특위 예산소위가 열리고 있어, 국비확보의 골든타임으로 인식되고 있는 까닭이다. '왜 이 중요한 시기에 자리를 비워야 하느냐'는 비판론과 '자치단체의 글로벌 경쟁력이 중시되는데, 과도한 비판 아니냐'는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물론 광역단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충청권 기초단체장 상당수는 여러 이유로 이미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해외출장 일정이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되는 광역단체장과 달리 조용하게 다녀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보실 등을 통해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 

충남에서는 오세현 아산시장이 중국과 베트남 등을 김동일 보령시장이 머드축제와 관련해 미국을 다녀왔다. 김정섭 공주시장은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함께 백제문화권 사업과 관련해 일본출장을 다녀왔고, 박정현 대덕구청장도 최근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장종태 서구청장도 축제 참관을 위해 일본을 다녀온 바 있다. 이들의 자세한 출장 목적과 일정, 출장 결과에 대해서는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충청권 한 기초단체 공무원은 “언론에 동정 보도를 요청하는 등 단체장 일정을 적극 홍보하는 것과 달리 해외출장의 경우 여러 구설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제대로 홍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단체장 성향에 따라 출장 성격이 다르지만, 그리 내세울 만한 내용이 없을 경우 ‘쉬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장 해외출장은 끊이지 않는 논란거리 중 하나다. 대부분 출장경비 문제와 ‘탐방과 시찰’로 요약되는 외유성 해외출장 성격 때문에 질타의 대상이 되곤 했다. 물론 경비절감을 위한 단체장의 노력 때문에 해외출장이 전화위복이 된 경우도 있다. 해외 출장시 이코니미석을 고집하는 이시종 충북지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권선택 전 대전시장은 임기 중 약 10차례 해외출장에서 대부분 1등석을 고집했다. 이코노미는 아니더라도 비즈니스석을 고수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도 비교되는 모습이다. 

때문에 지방의회의 감시와 견제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의원을 경험한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의회가 자치단체장 해외출장 프로그램과 비용에 대해 세부내역을 요구하고 출장 결과까지도 챙겨봐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하는 지방의원을 본 적이 없다”며 “지방의원들조차 각종 연수목적으로 외유를 나가다보니 소속 정당을 떠나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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