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대전발전을 위한 제언1

지난 여름휴가 시즌, 문재인 대통령 방문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대전 장태산 모습.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명소이기도 하다. (자료사진)
지난 여름휴가 시즌, 문재인 대통령 방문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대전 장태산 모습.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명소이기도 하다. (자료사진)

내년은 대전방문의 해이다. 시 승격 70주년이자 광역시 승격 30년을 맞아 관광객 5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대전시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내달 초 서울에서 대대적인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남도의 한 도시도 내년을 방문의 해로 선언했다. 대전의 2배인 관광객 1000만 명을 목표로 한다. 바로 전라남도 순천이다. 순천시 역시 시 승격 70주년인 2019년을 ‘순천방문의 해’로 발표하는 행사를 10월 서울에서 진행했다. 

시 승격 기준으론 동갑내기인 대전과 순천, 대한민국 국민과 세계인은 어느 도시를 더 찾을까?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의 강연내용이 생각난다. 그는 한국 사회를 '꼰대'와 '꼰대가 아닌 사람'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가 예를 든 기준은 꼰대는 관광이라 하고 꼰대 아닌 사람들은 여행이라 한단다. 특히나 꼰대가 아닌 사람들은 어느 도시를 '여행'하고 싶을까?

두 도시가 내건 '관광객' 유치 목표치 자체도 차이가 나지만, '여행적' 측면에서 본 브랜드력, 그리고 '여행'의 동인인 콘텐츠 측면에서의 국민 인식상의 차이는 더 기울어져 있을 수 있겠다. 

당장 순천하면 남도음식과 순천만의 갈대가 생각난다. 대전은 어떨까? 애향심을 발휘한다 해도 현재로선 역부족일 것이라는 느낌은 나만의 것일까? 

브랜드 마케팅을 익힌 나로선 당장의 차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부족함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이젠 조금 더 미래를 보며 하나하나 준비해보자는 차원에서 대전방문의 해를 논한다. 이차에 '대전방문의 해'보다는 '대전여행의 해'라고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살짝 해보면서.

우선 마케팅에서 배운대로 조사결과를 들추어 본다. 올해 5월 발표된 2017년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평균 여행횟수는 5.9회, 1년에 총 10.7일을 여행했다. 숙박을 한다면 펜션 31.1%, 콘도 15.4%, 호텔 12.4%순으로 머문다. 여행내용은 자연 및 풍경 감상 28.5%, 음식관광 21.2%, 휴식 13.9%, 야외위락 스포츠 12.5%, 놀이시설 등 방문 4.9%다. 특히 음식관광과 야외위락 스포츠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전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대전을 어떻게 평가할까? 

대전에 대한 만족도는 3.95로 전국 4.05대비 매우 낮은 편이다. 2015년 4.03에서 점점 하락했다. 여행재방문 의향 역시 3.89로 전국 4.00대비 최하위수준이다. 타인 추천율 또한 3.87로 전국 3.95대비 낮다. 두 지수 역시 지속 하향추세다. 

국내여행 총비용은 전 국민 29.4조 원인데 대전에서 쓴 돈은 이의 2.37%에 불과한 7000억 원 수준이다. 게다가 숙박여행은 전국의 1.36%에 불과하다. 대전에서 잠자는 여행은 너무도 취약하다. 항목별 만족도를 보면 이유가 드러난다. 

문화유산, 관광종사자 친절성, 쇼핑, 관광지 혼잡도 만족도는 전국수준과 비슷하다. 그러나 자연경관은 전국 4.15 대비 3.94, 물가는 3.65대비 3.41로 낮고, 특히 중요한 식당 및 음식은 3.92대비 3.72, 숙박시설은 4.05대비 3.25로 만족도가 전국 최하위수준인 것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교통은 3.91대비 4.04, 체험프로그램만족도는 3.89대비 4.06으로 제주 다음 높은 것이 위안이다. 

하루아침에 대전을 '여행천국'으로 바꿀 순 없다. 그러나 점점 쇠퇴하는 대전을 외부인들이 찾아 북적이고 돈을 쓰는 모습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극복 방안일 수 있다. '대전방문의 해'가 정점이 아니라 이런 기회잡기의 시작이고 '여행할 만한 도시'로 국민들의 인식 속에 고려의 대상으로 자리 잡는 첫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무엇보다 초대자의 시각이 아닌 '여행자의 시각'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대전방문의 해,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시정 질의에 허태정 대전시장은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추진위를 구성했다”는 답을 했다. 나는 이런 접근이 문제라고 본다. 

최근 청와대는 공약인 ‘청와대 광화문이전’을 위해 '광화문 대통령 시대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식 일반 행정적 발상이라면 임종석 비서실장이 맡아야 한다. 

컨트롤을 맡은 '유홍준의 광화문시대위'라면 상상만해도 기대되지 않는가? 많은 일을 통괄하는 행정부지사가 챙기는 것이 바람직할까? 게다가 그 자리까지 오르려면 일중독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가 여행을 알까?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둘째, 여행이 도시활성화의 새로운 기회로 자리 잡으려면 많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기존의 관점과 부딪힐 수가 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강연에서 필자는 “대전의 여행지표가 하위권인데 이의 극복방안이 무엇일까”를 질문한 적이 있다. 그는 조심스레 '행정의 문제'를 꺼내며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협의하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항상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내부관점에서 대전을 보는 행정과는 달리 여행은 외부관점에서 대전을 보는 일이다. 

부서간 협업을 넘어 대전의 전문가 및 관계자, 그리고 대전 밖 전문가와 일반국민의 시각을 조율하고 길게 리드할 수 있는 책임자와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셋째, 당장 내년을 준비하는 문제로서 통계조사에 나타난 적잖은 문제의 개선을 위해, 볼 거리, 즐길 거리 등 콘텐츠개발을 위해, 그리고 과학도시 등 대전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분야에서 고민하고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이를 전국에 알리는 대전 밖과의 커뮤니케이션 에 좀 더 신경을 쓸 것을 주문하고 싶다. 사람을 끌어들이고 돈을 쓰게 하기 위해 우리의 돈을 쓰는 일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매우 필요할 때다.

넛째,  대전을 지속적으로 찾게 하는 볼거리·살거리·놀거리·먹을거리를 상품화하고, 이를 엮어 스토리화해야 한다. 그리고 마케팅해야 한다.

‘젊은 친구들이 대전역에 내린다. 미리 예약한 ‘타슈’를 인계받아 목척교로 향한다. 가는 길, 광주송정리역 시장보다 더 재미있다는 야시장으로 유명한 중앙시장에 들러 순대와 만두를 먹는다. 목척교 아래 자전거동호인들이 모였다. 대전천을 따라 유성온천까지 이어진 천변코스를 달린다. 가는 길 오정동 수산타운방문은 다음으로 미루고, 드라마타운, 과학박물관을 거쳐, 대전예술의 전당에서 야외공연을 즐긴다. 그리고 레이져쇼 펼쳐지는 갑천을 쌩쌩 달려 유성으로 향한다. 물좋은 유성온천에서 힐링을 하고 저녁맥주를 즐기며, 다음 대전여행을 계획한다. ‘다음엔 계족산 황톳길을 걸을까? 아니면 목척교에서 반대로 돌아볼까? 칼국수 한 그릇 비우고, 보문산을 등산하며 아쿠아랜드도 즐긴다. 관광용 트램을 타고 동물원을 투어하고 뿌리공원을 찾는다. 그리고 숲속에서의 캠핑…’

나는 이런 상상을 한다. 그저 꿈일까? 

이런 상상과 꿈의 시작이 2019년이었으면 좋겠다. 대전방문의 해, 내년은 어쩌면 경쟁해야할 순천보다 여행자가 적을지 몰라도 몇년후 더 대전을 많이 찾으면 되지 않나? 지금이 시작이다.   

※인용통계자료:  2017국민여행실태조사
○ 조사대상 : 전국 만15세 이상의 가구원
○ 조사방법 : 확률표본에 의한 면접조사
○ 조사기간 : 2017.1.1~12.31
○ 현장조사 : 7~8월(상반기),익년 1~2월(하반기)
○ 담당기관 :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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