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측이 노골적으로 이런 공문을 보내온 것을 보면 김 선생도 이런 차원에서 납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야.”

그렇다면 북한 측에 의해......”

면목이 없네. 그럴 가능성이 가장 많다는 것이지.”

나는 긴 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후두부를 둔탁한 물체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몽롱한 넋이 아른거렸다. 나 선배는 내가 받은 충격을 스스로 흡수 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침착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게 던진 충격이 종이위에 떨어진 물방울같이 스며든 뒤에야 그는 말을 이었다.

오늘 이곳 경찰의 고위 관계자와 정보를 주고받았는데 그 역시 김 선생이 북한에 의해 납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정말 면목이 없네.”

나는 눈자위의 신경을 활줄처럼 당기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사실이라네. 오늘 확인한 바로는 거의 틀림이 없어. 현지 경찰과 공조수사를 벌인 결과 김 선생은 미스터 쟝이라는 중국계 마피아에게 납치된 것으로 되어있으나 이런 공문으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이 중국계 마피아를 통해 김 선생을 납치한 뒤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정식공문으로 보낸 것이 아닌가 분석되네.”

아내의 생사는 확인 됐습니까.”

그것은 아직 확인 되지 않고 있다네. 어디로 납치됐는지도…….”

그렇다면 그들이 왜 제 아내를 납치했을까요?”

믿기지 않았다. 아내가 북한 벌목공을 숨겨주었다는 것도 또 그로인해 납치됐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경찰 당국이 수사에 어려움이 있자 수사를 종결지으려고 의도적으로 나 선배에게 그런 정보를 흘린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현재는 정확히 그 내막을 파악치 못하고 있네. 러시아 현지 경찰도 외교채널을 통해 김 선생의 납치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이렇다고 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모양이야. 다만 북한 측이 시베리아 벌목장 탈출과 탈북자들이 늘면서 이곳 연해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러시아에 대한 정보입수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던 터라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 진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할 뿐이지.”

어디로 끌려갔는지 추정되거나 짐작 가는 곳도 없습니까.”

없어, 미안하네.”

그는 무겁게 말문을 닫았다.

말도 안 됩니다. 무슨 이용가치가 있다고.......”

글쎄,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야. 현재까지 수사결과 분명히 밝혀진 것은 김 선생이 기숙사에서 실종됐으며, 당시 일본인 유학생 야마모토란 자에 의해 유인 됐다는 것뿐이라네.”

야마모토?”

나는 우수리스크에서 만났던 그를 떠올렸다.

야마모토는 그동안 한국인 유학생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그들의 끄나풀이었다네. 중국계 마피아 말이야. 얼마 전 우리 유학생들의 신상명세서를 마피아들에게 넘겨준 것으로 조사됐어.”

?”

글쎄, 일본에서 재학할 때도 그는 조총련계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고 다녔어. 일본 경시청과 러시아 경찰에서 확인한 사실이야. 그렇지만 그자에게 어떤 제제도 취할 수 없는 실정이지, 정확한 물증도 없거니와 잠적한 상태니…….”

“...........”

미스터 쟝이란 놈 역시 중국계 마피아로 행세하지만 사실은 북한 측의 지시를 받으며 그들의 하수인 노릇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우리 측 첩보분석 결과야. 물론 마피아들과도 관계를 계속하며 박이란 자와 접촉했다는 첩보가 접수되고 있어.”

박이라니요?”

너무 많은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보안도 중요하지만 좀 알아야겠어요. 누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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