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 “입찰 참가자격 제한, 특정업체만 유리” 불만
버스조합 “타 지역 사례 참고, 입찰문턱 높인 사실 없다”
대전시 “버스조합이 알아서 할 일, 관여 않겠다” 방관
본보 특혜의혹 보도, 시장 인정, 국정감사 지적 불구하고...

외부광고가 부착된 대전시내버스 모습. 자료사진.
외부광고가 부착된 대전시내버스 모습. 자료사진.

광고대행사가 납부해야 할 시내버스 광고료 24억 원을 감액해 줘 특혜논란을 일으켰던 대전시내버스운송조합(이하 버스조합)이 또 다시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입찰공고를 냈다. 

향후 3년간 시내버스 외부 좌·우측면 광고를 대행할 사업자를 모집하면서 입찰 문턱을 높였는데, 광고업계 다수 관계자들이 “문턱을 넘을 만한 업체가 극소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버스조합이 지난 19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찰공고를 보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대전에 본점을 두고 있고, 사업을 영위한 지 만 3년이 넘은 업체로 제한됐다. 

특히 최근 3년간 자본금이 2억 원을 넘어야 하고, 3년간 옥외광고매출액이 30억 원을 넘어야 한다는 자격제한을 둔 점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버스조합은 직전 입찰인 2015년 말 입찰에서는 입찰 공고일 기준 자본금 규모가 2억 원 이상, 최근 1년간 광고매출이 5억 원 이상으로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했다. 

이번 입찰에서는 ‘3년간’ 자본금이 2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포괄적 광고매출이 아닌 ‘옥외광고매출’로 매출성격을 제한한 뒤, 매출규모 또한 ‘최근 1년간 5억 원’이 아닌 ‘3년간 30억 원’으로 참가자격을 제한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역 광고업계는 “버스조합이 제시한 입찰자격을 갖춘 대전 지역의 전문 광고대행 업체는 사실상 한 두 회사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옥외광고물을 설치하는 대형 간판업체 등까지 포함하면 20개 이상의 업체가 해당될 수 있지만, 시내버스 외부광고를 대행하기 위한 광고영업 노하우를 가진 ‘전문 광고대행사’는 대부분 조합의 입찰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본보가 접촉한 대전지역 광고업체 다수의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부당한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내버스 외부광고 운영이 가능한 전문 광고대행 업체는 7∼8개쯤 되는데,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되다 보니 입찰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고 느끼고 있는 것.

대전 시내버스 운송조합이 제시한 외부광고 입찰공고문 비교. 2015년 대비 2018년에 입찰문턱을 높인 사실이 한 눈에 확인된다.
대전 시내버스 운송조합이 제시한 외부광고 입찰공고문 비교. 2015년 대비 2018년에 입찰문턱을 높인 사실이 한 눈에 확인된다.

광고대행사인 A업체 관계자는 “지역제한, 종목제한, 자본금 제한, 옥외광고매출액 제한 등 촘촘한 그물망을 걸어놓고 ‘공개경쟁입찰’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사실상 특정업체 낙찰을 돕기 위한 과도한 자격제한”이라고 주장했다. 

시내버스 외부광고 매출은 운송수익에 포함되는 금액으로, 폭넓은 경쟁을 유도해 낙찰금액을 높이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내버스 적자보전에 올해 624억 원을 투입하는 대전시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자세만 취하고 있다. 

버스조합의 외부광고 입찰과 운영은 전적으로 조합이 책임져야 할 몫이지 대전시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판에 박힌 대답만 꺼내놓고 있다. 

본보가 지난 7월 이후 20여 편에 이르는 집중보도로 ‘시내버스 외부광고 특혜의혹’을 고발했고, 허태정 대전시장이 직접 행정오류를 인정하고 원상복귀 등 제도보완 조치를 약속했으며, 국회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이어 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시내버스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고 주문하고 있는데도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전시 시내버스 업무 담당자는 “우리가 계약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조합에서 하는 일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번 입찰과 관련해 일체의 협의를 진행한 사실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심지어 이 담당자는 “조합이 수의계약을 하든 무엇을 하든 관여할 의사가 없다”고 까지 이야기했다.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의지가 없음을 공언하고 있는 셈이다.  

버스조합은 입찰문턱을 높였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버스조합 한 임원은 “2015년 입찰규정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2012년 기준까지 보라”며 “2012년 매출액 기준은 3년 간 28억 원이었다. 과도하게 높인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함께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사 선정에 나선 대구 시내버스조합은 매출액 기준을 50억 원으로 정했다”며 “다른 시도 버스조합 입찰기준도 함께 살펴봐 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구 시내버스 조합이 지난 16일 공개한 입찰공고문을 살펴보면, 입찰 참가자격이 ‘공고일 기준 자본금 3억 원에 3년간 매출액 50억 원’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대구 시내버스는 예비차량 제외 1521대로 대전의 965대보다 58% 많다. 가장 큰 차이점은 대구 버스조합의 경우 입찰 참가자격에 지역제한을 두지 않고 전국으로 확대해 문턱을 낮추고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병응 대전시 버스정책과장은 지난 8월 본보와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버스조합의 투명한 외부광고 관리를 위해 온비드 입찰도입, 서울시 사례를 벤치마킹한 외부광고물의 전자적 관리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약속과 달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버스조합이 입찰문턱을 높인 것에 대한 이 과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대전 버스조합은 26일까지 공고기간을 거쳐 26일 오전 2시간 동안 입찰 서류를 제출 받은 뒤 28일 오전 11시 조합 회의실에서 개찰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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