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살리기’ VS ‘사행산업 폐해’
지역갈등 비화 조짐…郡 “주민 반대하면 불허”

화상경매장 유치에 반대하는 금산군자치연대 현수막.
화상경매장 유치에 반대하는 금산군자치연대 현수막.

‘뜨거운 감자’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지금 충남 금산군이 딱 그런 상황에 처했다. 화상경마장 유치를 놓고 찬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은 “지역 경제살리기에 적격”이라며 찬성을, 다른 한 쪽은 “사행산업으로 지역 이미지가 추락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찬반 논란이 격화될수록 주민 간 갈등으로 비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0~30대에 경마중독에 빠져 억 대의 손해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금산읍에 거주하는 A 씨는 “15년 전 매주 주말이면 과천 경마장에 갔다. 일은 안 되고 카드빚만 늘어 가는데 무섭더라, 근데 끊기 힘들었다”며 도박중독의 폐해를 전했다.

이어 “‘꼴보기 싫은 사람은 경마장에 데려가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으로 청정이미지의 금산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내 친구, 친지들이 나와 같은 경우에 빠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찬성 측은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금산의 지역경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유동인구 유입이 가능한 레저타운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산읍에 거주하는 B 씨는 “지역 경제는 인삼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최근 갈수록 어렵다는 이야기만 들린다”며 “대안이 없다면 지역경제는 낭떠러지도 떨어지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레저시설을 유치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화상경마장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금산은 향후 몇 십 년 후에 인구소멸지역으로 사라진다고 하는데 금산이 살기 위해서는 인삼 이외의 관광산업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며 “화상경마장 유치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찬성론에 힘을 실었다.  

마사회 대행사인 ㈜만수가 제시한 화상경마장 시설 배치도.
마사회 대행사인 ㈜만수가 제시한 화상경마장 시설 배치도.

이렇듯 화상경마장을 놓고 찬반 대립 논리는 뚜렷하다. 때문에 자칫 ‘편 가르기’로 지역갈등이 고조될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 씨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한다. 감정이 격해지는 모습을 보면 불안한 생각이 든다”면서 “공청회 등 여론 수렴기간 동안 충분히 논의해 하나의 여론으로 모아졌으면 좋겠다. 이 일로 금산이 분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차분한 분위기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조건부 동의서를 발급한 금산군은 군민이 반대하면 무조건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문정우 군수는 지난 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충분한 주민의견을 청취해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이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다음달 중순 전후 마사회에서 화상경매장 최종 후보지로 금산을 결정하면 찬반 논란이 격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