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씨엠립지도
1. 씨엠립지도

씨엠립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6.5㎞쯤 떨어진 곳에 앙코르왕조 최대의 힌두사원인 앙코르 와트(Angkor Wat)가 있고, 이곳에서 다시 북쪽으로 약 1.5km 떨어진 곳에 앙코르 왕조의 왕성이던 앙코르톰(Angkor Thom)이 있다.

앙코르톰은 인드라바르만 1세(Indravarman: 877~ 889)가 착공하여 37년만인 야소바르만 1세(YasovarmanⅠ: 889~910)때 완성된 가로 3km, 세로 4km의 사각형 왕성으로서 인구 100만 명이 사는 도사였고, 앙코르 와트(Angkor Watt)는 앙코르톰을 완성한 후 약1세기 뒤인 수리아바르만 2세(Suryavarman II: 1113~1145)가 세운 동서 약1,5km, 남북 약1,3km 직사각형 사원이다.

앙코르톰이 앙코르왕조의 국가적 역량을 과시한 건축이었다면, 앙코르 와트는 앙코르 왕조의 종교적 역량을 과시한 힌두사원으로서 앙코르톰과 앙코르와트는 당시 세계 어느 국가보다 거대한 석조 건축물이었다. 

2. 프놈바켄 입구
2. 프놈바켄 입구
2-1. 코끼리 트래킹
2-1. 코끼리 트래킹

그런데, 앙코르와트 입구에서 앙코르톰으로 가는 도로 왼편에 있는 프놈바켄 사원(Phnom Bakeng Wat)은 앙코르왕조의 수도 앙코르 톰을 완성한 야소바르만 1세가 인도에서 힌두교의 승려를 초빙하여 우리에게 백두산처럼 크메르 민족의 성지로 숭배하는 바켄 산에 세운 피라미드식 5층 사원이다. 이것은 야소바르만 1세가 자신의 지위를 시바여신과 동격으로 신격화한 것으로서 ‘프놈’은 크메르어로 ‘산’을 의미하고, 바켄은 산 이름이니, 결국 프놈바켄이란 ‘바켄 산’을 의미한다. 야소바르만 1세의 동상은 현재 앙코르 톰의 문둥이 왕 테라스에 있다.(야쇼바르만 1세에 관하여는 2018.11.12. 앙코르톰(2) 참조) 
 

3. 부서진 석재들
3. 부서진 석재들
3-1. 2회랑에서본 정상
3-1. 2회랑에서본 정상

프놈바켄 사원 입구는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음료수 판매상과 택시, 툭툭이들이 대기하고 있는 작은 휴게소와 같다. 입구는 도로에서 곧장 프놈바켄 사원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지만, 계단이 많이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너무 가팔라서 이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쪽에는 코끼리나 당나귀를 타고 산을 올라가려는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당나귀와 코끼리도 있지만, 대부분 약15분정도 바켄 산을 완만하게 돌아서 올라간다. 

앙코르와트처럼 자연적인 바켄 산을 아래에서부터 5단계 회랑의 사원을 돌아서 올라가도록 설계된 프놈바켄 사원의 맨 외곽에 돌담으로 벽을 쌓고, 회랑처럼 긴 무너진 석재건물 안에 맨흙이 그대로 드러난 마당이 있다. 이 석재들은 바켄 산 주변에서는 구할 수 없는 사암(砂巖)으로서 이곳에서 40km쯤 떨어진 프놈 클렌 산에서 코끼리로 실어 날랐다고 하는데, 무너진 석재사이로 가장 높은 산 정상에 사암으로 쌓은 시바 신전이 있다.  
 

4. 시바신전 올라가는 계단
4. 시바신전 올라가는 계단
4-1. 정상오르는 계단
4-1. 정상오르는 계단

오늘날 동남아에서 가장 융성한 힌두교(Hinduism)는 인도의 전통신앙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하나의 종교로 형성된 것으로서 다양한 신앙 형태로 융합되어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특정한 교리나 중앙집권적 권위, 위계조직이 없이 원시적인 물신숭배· 애니미즘(Annimism)· 다신교· 일신교· 고행주의· 신비주의 등 거의 모든 종교 형태뿐만 아니라 사회·관습·전통 등을 포괄하는 힌두교의 특징은 인도민족 전통의 계시서인 베다(Veda)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또 다른 종교에 대하여도 비교적 관대하다.

특히 창조의 신 브라만(Brahman), 정의 신 비슈누(Vishnu: 커다란 금시조를 타고 다니며, 악을 제거하는 신), 창조와 파괴의 신 시바(Siva; 원래는 부와 행복, 길조를 의미했으나, 나중에 창조와 파괴의 신이 됨) 등 3대 신을 가장 중요시 하는데, 그 중 시바신이 지상에 인간으로 나타난 것이 왕이며, 왕은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라고 믿는다. 

5-1. 시바 여신
5. 시바 여신

무너진 석재들과 사원의 건물터로 추정되는 곳 한 가운데에 프놈바켄 사원의 중심인 시바 신을 모신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앙코르와트의 세 번째 회랑 중 수미산을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70도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은 계단의 폭도 매우 좁아서 조심스럽게 기어오르듯 해야 하는데, 해인사 장판각, 안동 봉정사 등 수미산을 올라가는 마지막은 부처를 존경하여 엎드리듯 올라가도록 계단을 가파르고 좁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너무 가파르고 비좁다.

이것은 크메르인들의 체구가 어른이라 해도 우리의 중학생 정도의 체구여서 그들의 신체구조에 맞게 쌓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가도 시바 신전은 무너져서 마치 우리네 슬래브 주택의 옥상처럼 평평하고, 네 구석에는 이곳에 사원 건물이 있었을 것을 짐작하게 하는 석탑들뿐이다.

6. 시바 신전
6. 시바 신전
6-1. 정상의 무너진 석탑들
6-1. 정상의 무너진 석탑들
6-2. 시바신전에서 내려다 본 사원 축대
6-2. 시바신전에서 내려다 본 사원 축대

신전 바닥 한 가운데에는 불국사의 석가탑처럼 내부가 훤히 내다보이는 공간인 석탑이 시바 신을 상징하는 몽둥이(닌가)로서 세상을 파괴하고, 또 여성을 상징하는 유니와 결합해서 다시 세상을 창조한다고 하는데, 야쇼바르만 1세는 남근 숭배사상에 심취하여 프놈 쿨렌 정상의 암벽에 거대한 와불상(臥佛像)을 만들었는데, 남근 숭배사상은 수세기 동안 앙코르의 왕권은 물론 종교․ 예술․ 건축의 중심이 되었다. 

그런데 프놈바켄 산은 해발 67m 높이에 불과한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주변은 평탄한 밀림지대여서 정상에 올라서면 앙코르와트를 비롯하여 앙코르 톰 등 앙코르 유적지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특히 일몰 때 밀림 사이로 저녁노을과 앙코르와트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여, 이곳에서 일몰까지 기다리는 관광객들도 많다.

또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 '톰 레이더(Tomb Raider, 2001)’에서 일몰 장면을 찍기 위하여 1년 동안 카메라를 고정해 놓았다고 하는 일화도 전해오고 있는데, 우리도 이곳에서의 일몰을 감상하려고 오래  머뭇거렸지만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모습에 실망하고 포기했다.

그러나 거대한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신이 위대한 것인지, 백성을 통치하고 지배하는 지도자가 위대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통치자들은 신을 빌미로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를 빌미로 백성들을 지배하는 통치자들의 권위적이고 정복욕으로 만들어 놓은 이런 거대한 유산을 바라보기만 하는 신세가 처량하기만 했다.

곳곳이 무너져 내려서 완전복원은 어렵더라도 보수작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열악한 캄보디아에서는 무너진 상태 그대로 둔 채 관광객의 수입만 챙기려고 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얄미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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