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45] 구심점 없으면 응집력 발휘해야

지난 6.13 지방선거 시‧도지사 당선자들이 선거 이틀 뒤(15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나라다운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실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선포식’을 갖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
지난 6.13 지방선거 시‧도지사 당선자들이 선거 이틀 뒤(15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나라다운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실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선포식’을 갖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

저만 그랬는지 모르지만, 학창시절 담임교사 수업시간은 다른 과목보다 더 애착이 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시험을 보면 다른 과목에 비해 점수가 몇 점 더 나왔던 것 같습니다.

학급에서 학생들 리더는 반장이겠지만, ‘진짜 리더’는 그 반을 책임지고 있는 담임교사 입니다. 다만 담임은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반장으로 하여금 반을 이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죠. 그리고 본인은 한발 물러서 면학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게끔 인솔하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땐 책임을 지거나 해결사 역할을 합니다. ‘작은 민주사회’ 성격을 지닌 학교에서 담임교사 리더십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학생들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위치에 있으니까요.

제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은 ‘한문’ 선생님이었습니다. 유머러스한 성격 덕분에 한자공부가 재밌었던 기억입니다. 그때 배운 고사 성어 중에 ‘거안사위(居安思危)’라고 있는데요. 왠지 요즘 더불어민주당을 보니 그 고사성어가 떠오릅니다. ‘편안한 때에 앞으로 닥칠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뜻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승리에 이어 올해 6월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까지 압승했습니다. 2년 전 치러진 20대 총선까지 더하면 3연승 중이네요. 전국을 푸른 물결로 물들이다 보니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정돕니다. 거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적정선을 유지하고, 야당은 좀체 반전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으니 호시절을 누리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요. 이 호시절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도 있듯이 권력이나 부귀영화는 영원하지 못한 법인데 말입니다. 더구나 연전연승 동력이 ‘블루웨이브(Blue Wave·민주당 물결)’보다 ‘캔들 웨이브(Candle Wave·촛불 물결’) 때문이라는 건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지요.

누가 그럽니다. “그래도 ‘이명박근혜’ 때보다 낫지 않느냐”고요. 맞습니다. 지난 10년 보수정권에 비하면 낫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렇게 판단하니까요.

하지만 촛불이 만든 정권이 고작 국정을 농단했던 정권과 비교해서야 되겠습니까. 촛불을 들었던 대한민국 국민이 염원했던 건 ‘나라다운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민주당을 보노라면 한숨과 걱정이 쌓입니다. 이러고도 “20년 집권”을 외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제 고향 충청도만 봐도 그렇습니다. 동네 사람이 당대표인데도 앞장서 지역 현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국회의원 하나 없습니다. 특출 난 리더도 없지만, 그렇다고 응집력을 발휘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다음은 제가 지난 13일 쓴 ‘디트의 눈- 與 충청권 의원들, 왜 정치 이슈 몸 사리나’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지역 출신 이해찬 의원(세종시. 7선)이 당대표직을 맡고 있는데도 충청권의 정치적 입지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당장 ‘KTX세종역 설치’만 봐도 그렇다. 지자체간 갈등이 확전 양상이지만, 충청권 의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광역단체장들 몫인 양 치부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타 지역 출신이 당권을 잡으면 그토록 ‘홀대론’을 찾더니, 지역 출신이 당권을 잡았는데 왜 쩔쩔매는 걸까요? 특히나 말로 밥 벌어먹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말이죠. 이 글을 본 한 선배가 ‘언중유골(言中有骨)’을 남겼습니다. “이해찬(대표)한테 찍히면 공천 못 받으니까”라고요. 의원님들, 설마 그런 건 아니시죠?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선자들이 선거 다음날(14일) 국회 본청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는 모습. 민주당 홈페이지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선자들이 선거 다음날(14일) 국회 본청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는 모습. 민주당 홈페이지

벌써부터 당 안팎에선 차기 대권 주자 ‘리스트’가 떠돕니다. 수도권은 박원순(서울)과 이재명(경기), 호남에는 이낙연(전남)과 임종석(전남), 영남에는 김부겸(대구)과 김경수(경남). 다 쟁쟁하지요? 한 권역 당 최소 2명 이상이 ‘군웅할거(群雄割據)’하는 정치 지형도입니다. 죄송하지만, 충청도는 없습니다.

뭐, ‘스타 정치인’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조직력으로 승부하면 되죠. 최근 전설적인 록그룹 ‘퀸(Queen)’을 모티프로 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몰이 중입니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는 자신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난 리더가 아니라 리드싱어다.” 그룹에 속한 멤버일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대중들은 프레디가 퀸의 ‘리더’임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작 프레디 본인은 ‘팀(team)’을 강조했던 것이죠.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슬로건이 ‘원팀(One-TEAM)’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선거가 끝난 지 5개월, 당 지지율로 보나, 일련의 당 운영을 보나, 당시 원팀은 ‘하나 된 민주당’이 아닌, ‘문재인’이란 ‘한 사람의’ 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국 지방의회에선 툭하면 사건사고가 터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시‧도당 윤리심판원이 아주 바빠졌죠.

조태제 중앙당 윤리심판원장이 지난 14일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당윤리심판원 및 시‧도당윤리심판원장 연석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최근 일부 당직자 비위가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가 집권당이 된 이후에 기강이 다소 해이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할 수도 있다.”

오랜 세월 풍찬노숙(風餐露宿)하다 따뜻한 호텔방에 들어오니 눈앞에 보이는 와인 병 따고 싶은 생각이 왜 안 들겠습니까. 그런데요. 과거를 잊은 이에게 미래는 없다고 합니다. ‘거안사위’ 고사가 지닌 뜻을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하겠습니다.

‘리더’는,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기회의 공정함과 과정의 평등함, 결과의 정의로움을 이끌어야 합니다. 담임교사처럼, 또 퀸의 프레디처럼, 자신을 낮추고 겸손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학생들의 존경과 지도자로서 대중의 지지와 칭송을 한 몸에 받는 길일 겁니다.

지난 정부의 자만과 오만이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를 불렀다면,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것이 마땅합니다. 여전히 보수층이 두터운 충청도는 더할 나위 없고요. 왜 민주당만 갖고 야단이냐고요? 쉿, 그런 말씀 마세요. 야단보다 더 무서운 건 ‘무관심’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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