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두었던 낡은 신문을 들추어 보기도 했고,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책자를 들추기도 했다. 잠시만이라도 자신을 더 귀찮게 군다면 관리실의 문을 안으로 걸어 잠글 기세였다.

그렇다면 미스터 쟝의 방을 잠시만 보면 안 되겠습니까?

그것은 곤란하지. 주인이 없는 집을 어떻게 보여 주누

그는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 심상찮다는 생각이 스쳤다. 쟝이 관리인을 매수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져 이곳에서는 보기 드문 10불짜리 지폐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관리인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며 연신 나를 아래위로 훑어 봤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나의 행동이 믿어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호박이 넝쿨 채 굴러들어 왔다는 모습으로 나를 한동안 빤히 올려다 보다 돌연 태도를 바꿨다. 얼굴에 화색이 돌며 잔주름이 펴졌다.

쟝이 언제 나갔습니까?”

벌써 3일 전이었구먼. 허겁지겁 짐을 챙긴 뒤 아파트를 나갔다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

여자도 같이 있었다던데?”

나는 넘겨짚었다. 루스 카야 이즈바에서 들은 얘기대로 라면 채린이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글쎄. 그것은 잘 모르겠구먼. 쟝은 수시로 아가씨들을 데려 왔으니께. 어떤 날은 서너 명의 아가씨와 같이 있기도 했구. 집을 나갈 때도 두 사람을 데려나갔거든. 한 여자는 로스케였고 다른 사람은 고려인 같았는데…….”

뭐라고요 고려인?”

나는 다급하게 되물었다.

. 고려인. 검은 머리에 눈이 크고, 키는 작은 편이었지.”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언제부터 이 아파트에 와 있었습니까?

집을 나가기 1주일 전쯤이었지 아마. 같이 나간 이곳 아가씨와 같이 들어왔으니까. 그리고는 집 밖을 나와 본 적이 없었지. 늘 아파트 안에서만 생활을 했던 모양이더라고. 그녀를 본 사람이 거의 없으니께. 그 아가씨가 이 아파트에 들어와 있었던 것을 내가 아는 것도 그들이 들어오던 날 내가 밤늦게까지 근무를 했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알지 못했을 거야.”

집을 나갈 때 고려인 여자의 모습은 어떠했습니까. 초췌해 보이지는 않았나요. 마르고 눈자위가 쑥 들어가거나, 아파 보이지는 않았어요?”

조금은 아픈 사람 같았소. 이곳 아가씨가 그녀를 부축하고 나갔으니까.”

나는 귀가 멍하게 막히는 것을 느꼈다. 눈물이 왈칵 끓어올랐다. 잠시도 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가 없었다. 숨이 막힐 만큼 저려오는 울분을 속으로 삭히며 울음을 삼켰다.

그 동안 채린이 이곳에 있었는데…….’

나는 돌아서서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3일전 그 시간이라면 내가 따냐의 집에 있을 때잖아. 내가 그곳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채린은 이곳에 있었던 거야…….’

나는 메인 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 아무 말도 없이 나갔으니까. 이곳에서는 서로 피해만 주지 않으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으니.”

알리에크는 내 등을 두드리며 나를 위로했다. 눈물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아파트를 구경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미스터 쟝이라는 자가 채린을 납치한 뒤 이곳에 감금시켰다는 얘기까지 그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관리인은 혀를 차며 501호의 키를 가지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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