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협의회 안건에도 배제..내년 대전시 본예산 빠져
교육청, 추진위 운영 내세우며 설립주체인 대전시 탓만
교육위원들, 소극적 행정 질타..."대전시를 움직여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의 공약이기도 한 친환경학교급식지원센터가 내년 설립이 어려워보인다. 교육청의 소극적인 행정탓에 대전시가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의 지방선거 공약인 친환경학교급식지원센터가 교육청의 미온적인 행정탓에 헛바퀴만 돌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급식업체들의 입찰비리는 꼬리를 물면서 유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설 교육감이 지난 6월 13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공약 중 다수의 진보적인 공약이 담겼는데 그 중 고교 무상급식과 친환경학교무상급식지원센터(이하 급식센터) 설립 등은 대표적인 진보공약으로 꼽혔다.

이같은 공약은 설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한 뒤 박차를 가해 고교 무상급식은 결실을 맺었다. 교육청은 내년 예산에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무상급식에 1237억원을 반영했다. 고교 무상급식이 빠졌던 지난해보다 297억원이 증액된 금액이다.

대전시도 학교 무상급식에 454억원을 편성했고 나머지 금액은 일선 구청에서 내년 본예산에 포함시킨다. 의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대전에 있는 각급 학교 학생들은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학생들에 대한 보편적인 복지가 실현되는 셈이다.

하지만 급식센터는 전혀 딴판이다. 설립 주체인 대전시는 12일 5조 7530억원 규모로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는데 급식센터와 관련한 예산은 '0'원이었다. 한푼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적어도 내년에는 급식센터가 설립될 수 없게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에 대한 책임은 아직 담당부서조차 꾸려지지 않은 대전시도 있겠지만 교육청의 잘못도 상당하다는 게 교육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설 교육감의 공약 이행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물론 설 교육감은 공약으로 내세울 당시 급식센터를 내년에 설립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아니다. 임기내 설립이 공약이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공약 이행을 위한 의지가 부족했음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급식센터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설 교육감은 허태정 대전시장과 만나 대화나눌 시간이 많았지만 대부분 무상급식 등 3대 무상정책에만 관심을 뒀을 뿐 급식센터는 뒷전이었다. 교육과 관련한 현안을 다루는 교육행정협의회 심의 대상 안건에 급식센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그 증거다. 설 교육감이 의지를 갖고 허 시장과 담판을 했더라면 급식센터 설립은 지금보다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청은 '친환경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추진위원회'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교육청 차원에서 협조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이 마저도 부실 운영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전시의회에서 급식센터 추진위 설치 조례가 통과된 뒤 위원회가 운영 중이지만 조례에 담긴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대전시의회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급식업체들의 입찰비리는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2016년부터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벌인 끝에 올해부터 급식업체들이 법정에 섰고 그 결과 7월부터 유죄가 선고되고 있다. 급식업체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 등을 내세워 다수의 급식업체를 설립한 뒤 각급 학교에서 매월 진행되는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따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여러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면 그만큼 낙찰률이 높다는 점을 이용했다.

지금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급식업체만 해도 10여개에 달한다. 법원은 이들 급식업체에게 벌금형부터 범행 금액이 큰 업체는 징역형까지 선고하면서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조치는 없었다. 봉산초 부실급식 등 급식과 관련한 문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업체들의 입찰비리에 교육청은 뒷짐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같은 문제는 대전교육청에 대한 대전시의회 교육위의 행정감사에서 도마위에 올랐다.

김인식(서구 2,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가 처음 시의원 하던 10년 전부터 줄곧 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며 "작년에 제가 조례를 발의해 급식센터추진위원회를 꾸렸지만 교육청의 소극적인 행정으로 제대로 회의조차 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급식센터의 수혜자는 학생들이다. 그러면 대전시보다 교육청이 더 적극적인 자세로 대전시를 움직여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보다 적극적인 업무 추진을 당부하면서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행태를 비판했다.

정기현(유성4, 민주당) 교육위원장도 "내년 대전시장 공약 이행계획서를 보면 급식지원센터와 관련한 일정과 예산 확보가 안 돼 있다"면서 "대전시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만 하지 말고 교육청에서 급식업체 선정을 직접 주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처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이광우 교육청 체육예술과장은 "솔직하게 교육청 입장에서는 급식센터가 시에서 주관하다보니 단순히 협조와 행정적 지원이라는 피동적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겠다. 앞으로 대전시와 적극적으로 협조해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반성했다.

학생들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교육청, 그리고 설 교육감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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