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건위, 강장, 정혈, 식욕촉진 등에 이용

송진괄 대전시 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해가 남쪽으로 기울며 가을 내음을 풍기나 싶더니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감나무 잎은 된서리가 내려 단풍도 들기 전에 숨을 거두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1월의 문턱을 넘었다. 청초한 구절초 꽃은 이럴 때 더욱 아름다우니 춘풍매화도 부럽지 않다. 찬 가을에 희고 고결한 꽃모습은 어머님의 흰 치마적삼을 보는 듯하다. 길모퉁이에서, 산등성이 외진 곳에서, 아니면 들판의 둔덕에서 흔들거리며 겨울을 맞는, 그 하얀꽃이 너무 아름다워 서럽기도 한 구절초는 우리 어머니들의 아픔을 달래주던 들국화이다.

가을 들녘에서 가녀린 꽃잎의 단아한 모습으로 피어나 정취를 더하는 구절초. 감국, 벌개미취, 쑥부쟁이 같은 종류를 망라하여 사람들은 들국화라 부른다.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가 되고, 음력 9월 9일에는 9마디가 된다하여 구절초라 불린다고 한다. 또한 그 꽃이 신선보다 더 돋보인다하여 선모초(仙母草)로도 불렸다. 꽃은 하얀색 또는 연한 분홍색이며 9~10월에 피는데, 이 꽃차례는 줄기 끝에 하나씩 달려서 가지 끝마다 한 개씩 꽃을 피운다. 식물 전체에서 좋은 향기가 나서 뜰에 심어도 좋으며 해가 잘 비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도 잘 자란다. 시나브로 잘 자라며 늦가을 내내 꽃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식물이다.

본초학(本草學)에 구절초는 애엽(艾葉) 즉 쑥의 대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쑥은 민간요법에서 부인병에 많이 사용하는 약재이며 혈액순환에 좋은 약용식물로 많이 이용된다. 쑥의 따뜻한 약성이 경락을 통하게 하여 효과를 본다고 한다. 또 구절초 꽃잎으로 지짐과 술을 만들어 먹으면 재액을 물리치고 장수한다하여 구절초(九折草)라 부르기도 했다한다.

구절초의 풀 전체를 꽃이 달린 채로 말려 달여서 복용하면 부인병에 보온용(保溫用)으로 탁월한 효과가 있어서 아랫배가 냉한 사람이나 월경 장애,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은 약재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구절초는 예전부터 널리 이용되는 민간약의 하나였던 것이다. 가을에 구절초의 풀 전체를 꽃이 달린 채로 말려 달여서 복용하면 부인병에 보온용(保溫用)으로 탁월한 효과가 있어서 아랫배가 냉한 사람이나 월경 장애,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은 약재로 알려져 있다. 딸을 출가시킨 친정어머니들은 9월이 되면 들녘에 피어난 구절초를 채집해 엮어서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시집간 딸이 해산을 하고 친정에 오면 달여 먹였다고 한다. 이밖에도 민간요법으로 건위, 강장, 정혈, 식욕촉진 등에 이용했다. 또 구절초의 꽃을 따서 말린 후 차(茶)를 만들어 마시면 향기롭고 은은한 가을국화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해열작용, 해독작용, 항균작용이 뛰어나 상처부위 독소 해소에 좋으며, 속을 따뜻하게 해 주어 생리통, 불임증, 무월경, 자궁염증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고,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구절초는 건위, 보익, 신경통, 정혈, 식욕부진에 좋다”고 했다. 현재 한방에서도 부인병의 3대 요약으로 쑥과 익모초 및 구절초를 지칭하고 있다.

입동(立冬)이 엊그제다. 초동 추위가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날씨다. 그래도 아랑곳없이 구절초 향과 청아한 모습은 여전하다. 가을에 피어 겨울을 이어주고 가는 구절초는 어머니의 마음 같다. 겨울 입구에서 화려하지 않고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곱게 피어 풀 먹인 흰 앞치마를 두르고 서 있는 내 엄마 같은 꽃. 계절의 끝자락에서 봄, 여름, 가을의 풍성함을 배웅하고 껍데기만 남은 겨울을 맞아주고 떠나는 꽃. 지난날 우리 어머니의 진한 아픔을 삭혀주던 꽃이 바로 구절초다. <대전시 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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